[살며 사랑하며] AI와 함께 창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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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주말에 과학자들이 전국의 작은 도서관들을 찾아가 연구 이야기를 들려주는 행사가 있다.
소도시에서는 아무래도 과학자를 눈앞에서 볼 기회가 적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달려가 과학의 아름다움을 알리자는 취지로 기획된 것이다.
'마을 도서관에서 하는 10월의 과학 행사'로 텍스트를 넣으면 그림이 엉망이었다.
인간의 창작을 온전히 대체할 것만 같은 AI의 일에서, 그래도 인간이 해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나가는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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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주말에 과학자들이 전국의 작은 도서관들을 찾아가 연구 이야기를 들려주는 행사가 있다. 소도시에서는 아무래도 과학자를 눈앞에서 볼 기회가 적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달려가 과학의 아름다움을 알리자는 취지로 기획된 것이다. 이 행사에서 모든 일은 기부로 이뤄지는데 강연도, 행사 기획도, 포스터 만드는 것도 스스로 하는 일이다. 미술에 영 소질이 없는 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써서 포스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두어 달 전의 일이다.
텍스트로 그림을 그리는 AI로 유명한 ‘달리’와 ‘미드저니’의 사용 크레디트를 먼저 충전했다. 막상 포스터를 만들려고 보니 무얼 그릴지 구상하는 건 나의 몫이었다. ‘마을 도서관에서 하는 10월의 과학 행사’로 텍스트를 넣으면 그림이 엉망이었다. ‘창밖으로 가을 풍경이 펼쳐진 도서관에서 과학 강연을 듣는 유화’도 마뜩잖았다. 그러다 한참 인기를 끌던 고래 이미지가 떠올랐다. 등이 파란 고래가 가을철 작은 마을 위를 유영하는 모습을 한국화 느낌의 마티스 스타일로 그렸다. 콘셉트를 잡고, 묘사를 구체화하고, 적합한 느낌의 그림을 고르는 데 반나절이 꼬박 갔다. 이후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연구실 후배가 폰트를 골라 글자들을 배치했다. 몇 개의 버전을 만들어 주최 측에 보낸 끝에 포스터가 확정됐다.
AI는 사람의 구상과 기획의 끝에서 작품을 생성한다. 작품 중 적합한 것을 골라내고, 디테일을 매만져 최종본을 만드는 것은 다시 사람의 몫이 된다. 인간의 창작을 온전히 대체할 것만 같은 AI의 일에서, 그래도 인간이 해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나가는 작업이었다. 나중에는 AI가 우리의 기획과 안목까지 대체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내일 전남 순천 기적의 도서관에서 초등학생들을 만난다. 강연 주제는 내가 한 일, AI와 함께 창작하는 일에 대한 것이다. 아이들이 사회에 나설 10년, 20년 뒤에는 어떤 능력이 중요해질까? 우리 미래의 과학자들이 많은 의견을 들려주길 기대해 본다.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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