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의문사 40일… 이란 1만명 시위에 정부군 “발포” 충돌

백재연 2022. 10. 28.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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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으로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의 사망 40일을 맞아 이란 전역에서 추모 시위가 열렸다.

아미니의 고향에 모인 시위대는 이란 보안군과 충돌했고 시위가 격렬해지는 틈을 타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시아파 이슬람 사원에 테러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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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아미니 고향서 반정부 시위
인권단체 “보안군이 군중에 총 쐈다”
IS는 시아파 성지 테러, 15명 사망
26일(현지시간) 이란 서부 쿠르디스탄주 사케즈에서 한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자동차 위에 올라가 항의 표시로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 40일을 맞아 이날 그의 고향이자 묘가 있는 사케즈에서는 약 1만명이 모여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AFP연합뉴스


히잡으로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의 사망 40일을 맞아 이란 전역에서 추모 시위가 열렸다. 아미니의 고향에 모인 시위대는 이란 보안군과 충돌했고 시위가 격렬해지는 틈을 타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시아파 이슬람 사원에 테러를 가했다. 미국 정부는 시위를 탄압하는 이란 정부 인사와 기관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이란 반관영 ISNA 통신은 26일(현지시간) 아미니 사망 40일을 기념하기 위해 시민 약 1만명이 아미니의 고향이자 그의 묘가 있는 서부 쿠르디스탄주 사케즈에 모여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슬람에는 고인이 숨을 거둔 지 40일째 되는 날 영혼이 잠시 돌아온다고 믿고 추모 행사를 여는 문화가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 당국이 ‘목숨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하며 추모 행사를 열지 말라고 경고했음에도 수많은 사람이 26일 아미니의 묘지로 향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여성, 생명, 자유” “독재자에게 죽음을” 구호를 외쳤고, 일부 여성은 히잡을 벗어 던지거나 손에 들고 행진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이란 인권 감시 단체 헹가우는 “보안군이 사케즈 내 광장에서 사람들에게 최루탄을 쏘고 총을 쐈다”고 트위터로 알렸다. 다른 목격자들도 보안군의 발포가 있었다고 확인했다. 이 단체는 이 지역 여러 도시에서 50명이 넘는 민간인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보안군이 폭동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으며 보안상 이유로 이 지역 인터넷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반정부 시위로 이란 사회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이날 시아파 성지에서는 테러 공격이 발생했다. 이날 무장괴한 3명이 이란 남부 파르스주 시라스지에 있는 샤체라그 사원에서 총기를 난사해 15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는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IS는 텔레그램에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 조직원이 기관총으로 사원 안에 있던 수니파를 거부하는 이교도 집단을 겨냥했다”고 전했다.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은 시아파를 이슬람 배교자로 여긴다.

이에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관영 언론에서 “시라스지 공격의 토대를 닦아준 것은 이란을 휩쓸고 있는 시위”라고 말했다. 아미니 사망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IS가 테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그들이 후회할만한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란의 정예군 혁명수비대 관계자와 단체 2곳을 인터넷 검열 및 시위대 탄압을 이유로 제재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의 이란 시위대 진압 개입을 걱정하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러시아 정부가 저항을 탄압하고 억압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했을 수 있어 우려한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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