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 브리즈 아트페어 이야기
‘2022 브리즈 아트페어’가 무사히 끝났다. 브리즈는 9회째를 맞은 독립 아트페어다. 올해는 6일 동안 302점의 작품을 판매했다. 전국에서 참가한 100명의 작가가 1000여점의 작품을 출품한 결과다. 관람객은 2649명이었는데 196명이 작품을 구입했다. 그중 25%는 처음으로 작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이었다. 쥐꼬리만하던 미술시장 규모가 9200억원대로 급성장하며 아트테크 열풍이 불었던 작년보다 조금 못하지만 그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수준이다.
브리즈 아트페어가 시작된 2012년 국내 미술시장은 4400억원 규모였다. 2014년에는 3400억원대로 떨어지며 대학의 예술학과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재능 있는 청년들이 미술대학을 졸업해도 예술가로 살아갈 수 없는 상황 앞에서 해결책은커녕 취업률로 평가해 예술대학을 폐지하는 게 현실이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은 앞으로도 알려질 기회가 없어 보였다. 당시에는 아트페어가 몇 개 없었던 데다 그나마 신진들이 참여할 수 없었기에 ‘브리즈 아트페어’가 만들어졌다.
작품을 모아 판매한다는 점에서 다른 아트페어와 비슷하지만 브리즈만의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브리즈는 학력, 경력, 나이 제한 없이 전국에서 작가를 공개 모집한다. 경력이 없어도, 미대를 나오지 않아도, 미대를 졸업하고 경력이 단절된 경우에도, 예술가로서의 재능과 열정이 있다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올해는 90명을 선발하려고 했는데 전국에서 650명이 지원해 100명으로 참가 인원을 늘렸다. 포트폴리오 심사와 이어진 인터뷰는 그야말로 숨은 보석을 발굴하는 과정이었다.
브리즈 아트페어는 예술가들이 현장에 나와 앞으로의 작업에 힘이 될 동료와 팬을 만나도록 장려한다. 다양한 지역의 참여 작가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오리엔테이션과 강연 등의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신진 작가들은 무엇보다 지켜봐 주는 사람들로 인해 지속할 힘을 얻기 때문이다. 물론 관람객의 경우에도 예술가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경험은 작품을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이 우리가 함께 겪는 일들을 다른 시선으로 관찰하고 기록하고 있음을 느끼며 작품 속으로 한발 들어서게 된다.
올해는 처음으로 ‘로컬 트랙’을 신설했다. 그동안 전국의 예술가로부터 지역의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서울에 거의 모든 인프라가 모여 있지만 서울에 숙소와 작업실을 마련하는 것도, 지역에서 서울까지 작품을 운송하며 수시로 드나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지역 파트너와 함께 지역 작가를 찾아 조명하는 일로 보람과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 울산뿐 아니라 다른 여러 도시와 협력해 로컬 트랙을 확장하고, 글로벌 트랙 또한 시도해 보고 싶다.
나름의 이런 장치들 때문인지 브리즈 아트페어에서 처음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 창업 초기 진행한 설문조사를 기억한다. 응답자들은 미술이 싫어서가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사야 하는지 몰라서, 가격이 비쌀 것 같아서 못 샀다고 대답했다. 대부분 기회가 된다면 작품을 사보고 싶고, 미술을 즐겨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브리즈는 작품 정보에 가격을 표시하고, 10개월 무이자 할부를 도입하고, 작가들이 직접 설명도 해준다. 안 사던 사람들이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살 때 미술시장도 확대될 테니까.
미술 작품의 가격은 몇십만원부터 시작해 몇천억원까지 상한선이 없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계속 보기 위해서는 구입해야 하고, 여러 사람이 좋아할수록 작품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재테크의 영역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작가가 작업을 그만두거나 발전이 없으면 가격이 오르기는커녕 아예 거래가 되지 않기도 한다. 그러니 한 번 작품을 구입하면 작가를 계속 응원해야 하는 필연적 관계가 맺어진다. 미술품 구입의 특별한 매력이다. 브리즈 아트페어가 그 시작점에서 괜찮은 안내자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정지연 에이컴퍼니 대표·아트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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