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시진핑 3연임과 한국경제
한국경제의 오늘이 있기까지 크게 세 번의 개혁이 있었다. 첫 번째 개혁은 1950년대말에서 시작해 60년대 중반에 확고히 자리잡게 된 수출지향적 발전정책이었다. 이로써 한국은 제조업을 본격적으로 발전시키고 해외수출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개혁은 1980년대 초중반에 실시된 안정화 조치와 구조개혁이었다. 이로써 만성적 인플레가 잡히고 정부의 지나친 지원과 중화학공업 과투자로 인한 경제불균형을 조정함으로써 이후 안정적 성장기반을 마련했다. 세 번째 개혁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이뤄진 대대적 기업 금융 구조조정과 지배구조개편, 자본시장의 완전개방과 실질적 금융자유화였다. 이로써 한국경제는 정부주도에서 시장자율경제로 이행하게 되었다. 한국경제의 발전과정에서 누적된 왜곡, 비효율을 개선하고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약 20년의 간격을 두고 이루어진 이 세 번의 큰 개혁 조치가 없었다면 한국경제는 오늘날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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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이 시대 당면한 과제들에
그들의 선택이 최선의 답일까
중국 사회의 활력과 창의력 억제
한국의 소프트경제 도약 기회로
」
덩샤오핑은 1970년대말 우리가 60년대초에 도입한 정책과 유사한 개혁개방정책을 도입해 중국경제발전의 시동을 걸었다. 이후 장쩌민, 후진타오 시대를 거치며 중국은 상품시장의 개방과 자유화를 확대하고 때로 과투자로 축적된 기업부실과 금융부문의 부실채권을 조정해오면서 초고속 성장을 이뤄냈다. 마오쩌둥식 공산주의체제에서 억눌려 있던 중국인들의 잠재력이 분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지구상에 몇 남지 않은 사회주의 국가이면서 경제는 소위 ‘사회주의 시장경제’(socialist market economy)를 표방해왔다. 2차대전후 질서자본주의 철학에 기초한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social market economy)체제와도 크게 다른 중국의 경제체제가 어떻게 진화해 나갈 것인가를 세계는 궁금해 하며 바라보았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상호 모순된 두 단어의 조합을 어떻게 융화시켜 중국식 경제체제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는 21세기 중국뿐 아니라 세계에 가지는 함의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적어도 덩샤오핑에서 후진타오 시대까지의 중국은 이 둘의 융합을 실용적 관점에서 접근해 왔다. 정치는 공산당 지배체제이면서 경제는 점점 자본주의식 운용을 하려 해 온 것이다. 그 것이 중국을 불과 40년만에 세계 GDP의 2%에서 18%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제조업 생산국이며 교역국, G2 경제대국으로 부상케 했다.
필자는 후진타오에서 시진핑으로 넘어가는 권력이양기에 세계은행을 통해 중국경제개혁 자문역을 맡으면서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식’의 국유 기업·금융 소유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불가결하다고 보았다. 중국의 이전 30여년간의 경제적 성공은 상품시장의 개방과 자유화에서 왔지만 중진국의 함정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이제 생산의 요소시장, 즉 자본·노동·토지 시장의 자유화를 확대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개혁이 필요한 지점에 중국경제가 서있다고 보았다. 그 때까지 중국경제는 주로 고투자와 저임금 노동공급 확대에 기반한 성장을 지속해왔다. 1자녀 정책으로 노동공급 감소가 도래하고, GDP의 40%가 훨씬 넘는 저축률과 투자율을 오래 지속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결국 경제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중국의 성장은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은 결국은 공산당의 지배기반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개혁이 될 수밖에 없고 중국이 공산당 지배체제를 지속하는 한 이러한 개혁이 어려울 것이라고도 보았다.
시진핑 주석을 훗날 중국역사와 세계사가 어떻게 평가할지는 단정할 수 없다. 중국은 고래로 내란과 분열, 통일이 반복해서 일어났던 나라다. 지금의 중국 지배층과 다수 국민은 강력한 지도자가 대내 결속을 다지고 대외 자존심을 세워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의 과거 10년간 경제운영은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그는 집권과 동시에 경제개혁 대신 반부패운동으로 자신의 권력기반을 강화하고 시장통제를 늘렸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이 시대에 당면해 있는 최대과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이 지금 시진핑의 3연임을 수용하고 있는 듯하나 긴 시계로 보아 그 것이 ‘중화의 부흥’과 ‘중국몽’ 실현을 촉진하게 될지, 지연시키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만약 거대 중국이 잠자지 않고 1960년대초에 덩샤오핑식 개혁개방을 시작했다면 한국이 제조업 수출국가로 도약하고 오늘날과 같은 발전을 이룰 입지를 갖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시진핑 지도하에서 중국은 사회주의식 지배체제를 강화하면서 앞서 한국이 한 세 번째 개혁은 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사회의 활력과 창의력은 당분간 눌려있을 것이다. 지금 한국은 디자인, 영상예술, K-컬쳐, 웹툰, AI, 디지털 등 소프트 파워에 기반한 경제로 이행해 나가야 하는 지점에 있다. 중국이라는 큰 시장이 계속 확대되어 나가는 것이 한국과 세계경제를 위해 좋지만 지금의 지경학적 상황에서 한국이 가지는 소프트경제 선점 기회를 크게 활용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조윤제 서강대 명예교수·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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