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이 장면] 카사블랑카
시간이 지나도 의미와 가치가 꾸준히 발견되는 작품을 클래식이라 한다면, 최근 재개봉한 마이클 커티즈 감독의 ‘카사블랑카’(1942)는 그 전형일 것이다. 개봉된 지 80년이 지난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이 영화엔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카사블랑카’는 사실 새로울 것이 없는 영화다. 멜로드라마의 판에 박힌 설정으로 가득 찬, 진부함의 집대성 같은 작품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형성이 오히려 이 영화를 위대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남과 여, 전쟁의 급박한 상황, 예상치 못한 이별, 더욱 예상치 못한 재회, 다른 사람의 연인이 된 그녀, 그리고 또 한 번의 이별. 이 스토리라인은 동서고금 관객들에게 호소력을 지녔던 서사이며, ‘카사블랑카’는 이 뻔한 이야기를 가장 멋있고 세련되고 아름답게 전달한다.
특히 공항의 이별을 담은 마지막 장면은 잊을 수 없다. 릭(험프리 보가트)은 사랑했던 여인 일자(잉그리드 버그먼)를 떠나 보내려 한다. 릭의 표정은 무심한 듯 비장하고, 일자의 눈엔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이때 릭은 말한다. “이렇게 지켜보고 있잖아(Here’s looking at you, kid).” 우리에겐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이라는, 거의 창작에 가까운 번역으로 알려진 이 대사는 영화에서 네 번에 걸쳐 반복되는 그들 사이의 밀어이자 암호 같은 문장이다. 그리고 일사에 대한 릭의 이별사이기도 하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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