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좀 미안” 김진태 강원지사가 귀국하면서 한 말
베트남으로 출장을 떠났다가 예정보다 하루 일찍 귀국한 김진태 강원지사가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경색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며 보증채무를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지사는 또 중앙정부가 50조원을 내놓게 된 것에 대해 “본의 아니게 좀 미안하게 됐다”고 했다.
김 지사는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처음부터 보증채무를 이행하겠다고 밝히고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걸 설득해오는 과정 중에 의외의 사태가 생긴 것”이라며 “가을에 늘 해오던 2차 추경을 취임 후에는 하지 않고 아껴놓은 게 있다. 재정 상황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해서 12월 15일까지 갚겠다”고 말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말미암아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한 데에 김 지사는 “좀 미안하다”고 운을 뗀 뒤 “어찌 됐든 전혀 본의가 아닌데도 국회가 이런 식으로 흘러오니까 좀 미안하게 됐고”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또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물음에 “전혀 없었다. 전임 도정 비판해서 뭐가 좋겠느냐. 강원도민의 부담을 어떻게든 줄여보려 한 것이지, 정치적으로 공격해서 저한테 득이 될 게 없다”고 답했다. 김 지사는 보증채무를 안 갚겠다는 뜻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하며 “제가 법조인인데 어떻게 보증 계약에서 벗어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강원도는 레고랜드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로 자금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자 강원중도개발공사(GJC) 보증 채무를 올해 안으로 앞당겨 갚기로 했다.
정광열 강원 경제부지사는 이날 오전 강원도청에서 브리핑을 열어 “채권자를 비롯한 금융시장의 부담을 덜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지속 검토하고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긴밀해 협의해왔다”며 “그 결과 오는 12월 15일까지 보증채무 전액인 2050억원을 상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결정은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사전 협의한 것”이라며 “김진태 도지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간 직접 협의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강원도는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성실하게 대처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정 부지사는 “보증 채무를 갚는데 필요한 재원은 추경으로 마련할 계획”이라며 “도 재정이 이 정도는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시아 지방정부 관광연맹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4일 베트남으로 출국한 김진태 지사는 전화로 보증채무 상환 계획을 추 부총리와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가 이처럼 중도개발공사 보증 채무를 앞당겨 갚겠다고 구체적인 날짜까지 제시한 것은 금융시장에 준 충격이 그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채권 및 금융시장 등이 얼어붙은 데다 후폭풍으로 지자체는 물론 공기업까지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등 파장이 커지자 조기 상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지난 21일 GJC의 변제 불능으로 인한 보증채무를 늦어도 2023년 1월 29일까지 이행하겠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었다. 이를 위해 보증채무 2050억원을 예산안에 편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시장에서는 돈줄이 말라가는 등 자금경색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하자 일주일 만에 다시 변제 일자를 앞당기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김 지사가 지난달 28일 GJC에 대한 기업 회생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번 사태가 촉발된 만큼 보증채무를 한 달가량 앞당겨 갚는 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김 지사는 기자회견 직후 SNS를 통해서 “강원도가 동남아관광연맹 의장이기 때문에 총회에 참석해서 강원특별자치도를 홍보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자회견 내용이 담긴 영상을 공유하며 “최근 레고랜드 논란에 대해 격의 없이 소회를 밝혔다”고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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