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마다 신상…인플루언서의 판매 성지 '뷰티셀렉션'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다. 하반기 들어 투자 유치했다는 소식은 확 줄어들고 그나마 성사됐다는 곳은 대부분 10억원대 소액이다. 그런데 최근 알토스, KB인베스트먼트, 레드배지퍼시픽 등 국내외 투자사로부터 13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인플루언서 커머스 업체 ‘뷰티셀렉션’이다.
창업 3년 만에 대규모 자금 유치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높은 성장세와 영업이익률이 자리한다.
이 회사는 2020년 창업 첫해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 지난해는 매출액 291억원, 영업이익 97억원의 빼어난 실적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액 172억원, 영업이익 34억원을 기록,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

▶어떤 회사길래
▷인플루언서 커머스 발군
뷰티셀렉션은 2019년 K뷰티 분야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김미화 대표(현 CCO)가 시작한 프로젝트성 사업에서 비롯됐다. 고품질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사입(상거래를 목적으로 물건을 사들임)해서 판매하는 방식. 2020년 하이퍼커넥트 출신 박재빈 대표가 합류하면서 법인으로 전환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2020년 첫 자체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Hmind’를 출시했는데 나오자마자 1일 1만개 판매 등 각종 신기록을 쏟아냈다. 이후 약 3~6개월 단위로 새로운 브랜드를 빠르게 내놓으면서 매출액을 늘리고 있다.
판매 방식은 인플루언서 커머스를 지향한다. 좋은 제품을 발굴 혹은 직접 개발한 후 인플루언서를 활용, 판매를 전개하는 방식이다. 뷰티셀렉션 제품을 판매하는 인플루언서로는 10만명 이상 팔로워를 보유한 탐나율, 몌으니, 리엘리, 플로우윤 등 25명 정도다.
주력 아이템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이다.
그 이유에 대해 박재빈 대표는 “이 시장을 보니 공급자 이익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더라. 적당한 스펙 제품을 적당한 가격에 판매하거나 좋은 스펙 제품은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또 거의 유사한 성분 제품을 교묘하게 여러 라인업으로 혹은 개선품이라는 이름으로 유통하며 불필요한 소비를 유도했다. 또 과도한 마케팅으로 소비자 피로도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뷰티셀렉션은 해결책으로 ‘소비자가 누구나 건강한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도록’이라는 비전 아래 마케팅 비용을 최대한 줄여 합리적인 가격에 인플루언서를 통한 구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박 대표는 “좋은 제품이라고 항상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플루언서 커머스 채널을 활용하면 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고, 경쟁 제품에 비해 어떤 강점이 있는지, 소비자에게 어떤 부분이 좋은지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또 쌍방향 소통 창구로 제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률 왜 높나
▷자사몰서 판매하니 외부 비용 절감
무엇보다 자기 제품을 기획 생산해 판매한다는 점이 높은 이익률의 근간이다. 뷰티셀렉션은 다른 회사에 로열티나 판매 마진을 지급하지 않고 자체 브랜드 7종, 50여개 제품을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D2C(Direct to Customer·직접 판매)로 판매한다. 자사몰에서 거래가 되니 그만큼 유통 비용이 줄어들고 이는 고스란히 이익률로 이어진다. 대부분 브랜드 업체들이 마케팅 비용과 외부 채널 입점비 등으로 매출의 25~50%를 쓰는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다만 이렇게 할 수 있으려면 그만큼 제품 만족도가 높아야 한다. 이때 눈여겨볼 수치가 제품 재구매율 80%, 반품률 0.2%다. 이럴 수 있었던 이유로 뷰티셀렉션 측은 “제품 기획 생산 과정에서부터 고객 목소리를 반영하고 인플루언서가 물건을 판매할 때 또 한 번 고객 반응을 살펴 제품력을 보강하는 선순환 구조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정리하면 마케팅 최소화, 고객과 인플루언서의 접점, 쌍방향 소통이 높은 영업이익률의 비결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최근부터는 패션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M&A도 진행하고 있다.
기존 뷰티와 건기식(건강기능식품) 외에 올해 4월에는 연매출 130억원 규모 패션 법인을 인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5월 말 자체 홈웨어 브랜드 ‘랜포트’를 뷰티셀렉션의 8번째 브랜드로 내놨다.
박 대표는 “성장 중인 브랜드를 인수해 뷰티셀렉션의 다양한 노하우와 보유 인프라, 판매 채널을 활용해 키워내는 ‘브랜드 애그리게이터(Aggregator, 잠깐용어 참조)’ 사업을 병행하면서 회사 성장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약점은 없나
▷인플루언서 불완전 판매 상대적 피해
인플루언서 커머스가 강점도 있지만, 인플루언서 커머스를 지향하다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꼭 뷰티셀렉션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다른 회사 인플루언서들이 팔았던 제품이 문제가 됐을 경우 여파가 뷰티셀렉션까지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의 저자 최명화 블라썸미 대표(서강대 교수)는 “인플루언서 커머스 시장이 초기다 보니 시장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고 일부 미숙한 제품을 부풀려 판매해 문제가 됐던 인플루언서들이 있었다. 이로 인해 인플루언서 커머스 시장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뷰티셀렉션은 지나치게 ‘국내용’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물론 뷰티셀렉션도 해외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미국, 유럽에서는 연예인급 메가 인플루언서가 시장을 주도한다. 뷰티셀렉션은 한국처럼 다양한 배경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참여시키고 육성해 판매량을 늘리는 전략을 써보려 하고 있다.
다만 뷰티셀렉션이 강점을 보여온 자사몰 중심 인플루언서 상생 공식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장점을 희석시키지 않으면서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아마존 진출, 태국 시장 시범 진출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뷰티셀렉션은 ‘인플루언서 커머스’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판매에 적합한 방식이 있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방식, 채널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고객이 구매자, 판매자, 기획자로서 그 어떤 회사보다 브랜드에 깊게 관여하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한국에서도 로레알, 네슬레 같은 글로벌 브랜드 그룹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잠깐용어*브랜드 애그리게이터(Aggregator) 유망 브랜드를 찾아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회사를 말한다. 애그리게이터는 성장성이 높은 다수의 중소형 브랜드를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구축,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1호 (2022.10.26~2022.11.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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