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은해 '간접 살인' 인정한 이유는?…"구호조치 안해 계획적 살해"

가스라이팅에 의한 '직접 살인' 대신 '부작위 살인죄' 적용
법원 "오로지 경제적 이익 위해 피해자 생명 빼앗아"

'계곡살인' 사건 피고인 이은해·조현수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직접살인 이냐, 아니냐를 놓고 법정공방을 벌였단 '계곡 살인' 사건에 대해 법원이 '간접 살인'으로 결론을 내렸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는 27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은해(31·여)씨에게 무기징역을, 공범 조현수(30·남)씨에게는 징역 30년을 각각 선고했다.

검찰이 주장한 가스라이팅(심리 지배)에 의한 '작위 살인(직접 살인)'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간접 살인)'를 유죄로 인정해 이같이 판결했다. 계획적인 범행수법 등에 미뤄 작위에 의한 살인과 동일한 수준으로 처벌해야 한다며 중형을 선고한 것이다.

법이 금지한 행위를 직접 실행한 경우는 '작위',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상황은 '부작위'라고 한다. 보통 작위에 의한 살인이 유죄로 인정됐을 때 부작위에 의한 살인보다 형량이 훨씬 높다.

법원이 이씨 등에 대해 간접 살인을 인정한 이유는, 이들이 수영을 하지 못하는 피해자를 계곡에서 뛰어내리도록 했고, 물에 빠진 채 그대로 둘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씨는 수영을 전혀 못해 다이빙을 망설이며 주저하고 있던 피해자에게 "오빠, 뛰어"라고 외치면서 피해자로 하여금 수영을 잘 하는 조씨를 믿고 구명조끼 등 아무런 구호장비 없이 맨몸으로 물 속으로 뛰어내리도록 했다.

이어 피해자가 물에 뛰어든 직후 '악' 소리를 내면서 허우적대는 모습을 목격하고도 조씨는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튜브를 던져주지 않았고, 이씨도 현장에 구명조끼가 있었지만 계곡에서 58m 떨어진 곳에 비치된 구명튜브를 가지러 간다며 자리를 떴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물에 잠긴 피해자를 수색해 물 밖으로 인도하는 등의 구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처음부터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발생에 대한 목적과 계획적인 범행 의도 아래 피해자에 대한 구호의무를 의도적으로 이행하지 않았거나, 구호의무를 이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만들어 피해자의 사망 원인을 사고사로 위장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이들이 '계곡 살인' 사건에 앞서 두차례나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친 사실에 미뤄 계획적인 살인에 무게를 뒀다.

이씨는 남편인 피해자를 수년에 걸쳐 경제적으로 착취해오다가 재정 파탄에 이르러 효용가치가 떨어지자, 내연관계에 있던 조씨와 함께 피해자를 살해해 생명보험금 8억원을 받아 낼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복어 독이 들어간 매운탕을 먹이는 방법으로 1차 살해 시도를 했고, 피해자를 낚시터로 데려가 저수지로 밀어 빠뜨리는 방법으로 2차 살해 시도를 했다. 이어 두차례에 걸친 살해 시도가 모두 실패했는데도 단념하지 않고 피해자를 계곡에서 뛰어내리게 해 결국 살해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은 피해자에 대한 계획적 살인 범행을 수차례 공모, 실행했음에도 어떠한 양심의 가책도 없이 피해자의 생명보험금을 청구해 경제적 이익까지 취하려했다"며 "피고인 이씨에게 애정과 헌신을 쏟아부었던 피해자는 사랑하는 부인과 믿었던 지인의 탐욕으로 인해 자신이 살해당하는지 조차 모른 채 극심한 공포와 고통속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판시했다.

이씨에게 가스라이팅에 의한 직접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간접 살인죄를 적용해 중형을 선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날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 이씨는 경제적 이익만을 목적으로 계획적 살인 범행을 주도적으로 실행해 피해자의 생명을 빼앗은 만큼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계곡살인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피해자에 대한 살해 시도를 했을 게 분명하다"고 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