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는 게 답인가', 이 영화에 답 있다"
[오수미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첫번째 아이> 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 이정민 |
그래도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할까? 합계출산율이 하루가 다르게 바닥으로 추락하는 지금 이 질문에 답하는 영화가 우리를 찾아온다.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첫번째 아이> 언론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허정재 감독과 배우 박하선, 오동민, 공성하, 오민애가 참석했다.
오는 11월 10일 개봉 예정인 <첫번째 아이>는 육아휴직 후 복직한 정아(박하선 분)가 직장과 가정에서 겪는 무수한 딜레마를 마주하는 이야기다. 이번 작품으로 첫 장편영화 데뷔에 나선 허정재 감독은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단편 영화를 많이 찍었다. 장편을 처음 시작하면서 그걸 마무리 하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지금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 저한테 와닿았고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그동안 살면서 강렬하게 남았던 이미지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거실에 앉아서 차를 마시는 뒷모습이었다. 제 어머니도 가정주부셨다. 영화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 싶었다." (허정재 감독)
극 중에서 정아는 첫 아이가 태어나고 1년 후 복직을 결정하면서 아이를 맡길 곳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아이를 봐주기로 했던 친정 어머니는 갑자기 쓰러졌고 믿을 만한 보모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어린이집 역시 들어가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정아를 연기한 박하선은 영화를 찍을 당시 자신 역시 정아와 비슷한 상황이었다며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고 털어놨다.
▲ 박하선 배우가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첫번째 아이> 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 이정민 |
"전형적인 악역으로 비치지 않았으면"
정아의 남편 우석(오동민 분)은 좀처럼 일을 포기하지 못하는 정아를 이해할 수 없고 화를 내기 바쁘다. 우석으로 분한 오동민은 관객들이 우석을 악역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석은 전형적인 악역으로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석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그만의 페이소스가 느껴지고 나름대로 억울함이 있는 인물이다. 다만 무지하고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면서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며 우석을 대변했다. 이어 "이 시대의 우석으로 살아가고 있는 많은 남성분들이 영화를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영화에는 정아 외에도 비혼주의를 선언하는 젊은 계약직 직원 지현(공성하 분), 보모 일이라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재중동포 여성 화자(오민애 분) 등 다양한 여성이 등장한다. 지현 역을 맡은 공성하는 "제가 이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저 역시 지현의 고민과 맞닿아 있어서 제가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화자는 재중동포이지만 다른 콘텐츠에서 흔히 재현되는 '연변 사투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화자 역을 맡은 오민애는 "저는 불안해서 억양 만이라도 살짝 넣으면 안 되냐고 감독님께 여러번 질문을 던졌지만 감독이 절대 원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화자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아니었고 위축되어 있는 인간이기 때문에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면을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첫번째 아이> 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 이정민 |
<첫번째 아이>는 여성의 경력단절, 저출산, 돌봄노동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정면으로 직시한다. 허정재 감독은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영화가 전반적인 사회 문제를 조금씩 다루고 있어서, 영화를 보면 각자 다른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남편은 이럴 수도 있고 어떤 시부모님은 이럴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해볼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영화 외적으로도 담론이 만들어지면 사회문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소재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고민했을 때 돌봄에 관한 책들을 열심히 읽었다. 특히 <돌봄: 사랑의 노동>을 굉장히 인상깊게 읽었다. 우리가 탄생하는 건 기원전부터 계속되어 왔지만 갈수록 개인화, 자본주의화 되면서 아이를 봐주는 것도 비용을 치러야 하고 비인간적으로 흐른다는 책이었다. 저는 이 흐름을 조금 뒤집었으면 한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비재화적인 방식으로 공동체 의식을 갖는다면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영화가 어떤 면에서는 페미니즘적 요소도 갖고 있다. 아기를 낳는 것이 정말 정답인가 하는 질문도 들어가 있다. 그것 역시 개인의 선택이고 여성 인권 면에서는 아이를 낳지 않는 게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저출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문제가 될 수도 없고 개인의 선택이다. 다만 아이를 낳는 입장에서는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함께 해준다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허정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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