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살인' 이은해 무기징역…법원, 간접살인 인정(종합2)

'계곡살인' 사건 피고인 이은해·조현수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계곡 살인' 사건으로 기소된 이은해(31·여)씨가 법원에서 '간접살인' 혐의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는 27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공범 조현수(30·남)씨에게 징역 30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이들에게 형 집행 종료 후 각각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법원은 이번 사건이 가스라이팅(심리 지배)에 의한 '작위 살인'이 아니라, 다이빙 후 물에 빠진 피해자를 일부러 구조하지 않은 '부작위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법이 금지한 행위를 직접 실행한 경우는 작위,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상황은 부작위라고 한다. 보통 작위에 의한 살인이 유죄로 인정됐을 때 부작위에 의한 살인보다 형량이 훨씬 높다.

재판부는 "이씨는 2011년부터 피해자 A씨와 관계를 맺어오며 경제적으로 착취해오다가 재정 파탄에 이르러 효용가치가 떨어지자 8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수령할 목적으로 범행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2차례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했는데도 단념하지 않고 끝내 살해했다"며 "범행동기와 수법 등을 보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검찰의 주장대로 이씨가 가스라이팅을 해오다가 피해자를 스스로 계곡에서 뛰어내리게 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직접살인죄는 무죄라고 밝혔다.

A씨가 생전 이씨의 요구나 지시를 거부하기도 해 자유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이씨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지 못해 관계 유지가 어려울 것을 우려해 힘겨워하는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 등이 보험금 수령을 계획해 A씨에 대한 살인 시도 끝에 급기야 보호장비 없이 물에 뛰어들게 하고 구조 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간접살인죄를 적용했다. 다만 계획적인 범행수법 등을 고려해 작위에 의한 살인과 동일한 수준으로 처벌해야 한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결심 공판에서 이씨 등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하면서 "이씨가 남편 A(사망 당시 39세)씨를 가스라이팅했고, 결국 수영을 할 줄 모르는 A씨가 계곡물로 뛰어들어 사망했기 때문에 직접 살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내연남인 조씨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A씨에게 구조장비 없이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뛰어들게 해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이들은 앞서 2019년 2월과 5월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A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