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게 만만하게 보여서" 교권침해당해도 비난받는 교사

한림미디어랩 김성준 2022. 10. 2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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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아지는 교권 침해에 교사들 "교육을 서비스로 보는 게 문제"

[한림미디어랩 김성준]

 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교단에 누워 수업 중인 교사를 촬영하는듯한 영상이 SNS에 게시돼 논란이다.
ⓒ 동영상 갈무리
 
교사들의 폭행·폭언 등으로 학생 인권 문제가 대두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학생들이 교사를 향해 욕설을 하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등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증가,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의정부시 한 고교의 A 교사는 "교사가 아무리 지도해도 문제 행동이 수정되지 않는 학생들이 여럿 있다. 심지어 수업 중에 친구들에게 말을 걸며 교실 안을 돌아다니는 학생도 있다"고 교실 분위기를 전했다.

광명시 한 고교의 B 교사는 "학교의 전체 분위기나 해당 학년, 학급 등의 분위기에 따라 교권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도 천차만별"이라며 "평소 학교의 안내를 잘 따르지 않는 분위기를 가진 학교나 학급의 경우 교사에 대해 문제 행동을 한 급우를 영웅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교별로 차이는 있다해도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교권 침해를 당해도 오히려 피해를 입은 교사의 잘못이 돼 버리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한다. B 교사는 "평소에 아이들에게 만만하게 보였다, 지도를 잘 하지 못했다 등 해당 교사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일이 많기에 부당하거나 억울해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C 교사도 "학생들과 문제 상황이 벌어지면 학교가 절대적 약자가 된다. 학부모 등 외부에서 학교나 교사의 잘못을 주장하며 학교를 공격하게 되면 일부 학교는 교사 개개인을 보호하기보다 학교를 보호하는 것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교권 침해와 관련해 지자체별로 관련 조례를 신설을 검토하거나 생활지도권을 법제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교육이 대학입시 위한 서비스로

학교에서 발생하는 교권 침해에 대해 일선 교사들은 원인을 무엇으로 보고 있을까. C 교사는 "근본적으로 현재의 대입 전형 방식 등 교육 제도 아래서 대입의 유불리를 따져 학교 수업을 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상황 자체가 더욱 교사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입에 반영되는 교과와 반영 비율이 낮거나 없는 교과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과 수업 태도에 있어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해당 교사는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과목은 수업 시간에 대놓고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수도권 고등학교에서 근무했던 D교사는 인권교육 부재와 같은 학교 교육프로그램의 문제와 학교 자체에 대한 인식 변화, 가족형태 변화 등 포괄적인 원인 진단을 내놓았다.

그는 "인권교육의 경우, 학생 인권만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 팽배하다"며 "인권 차원에서 보자면 학생의 인권과 교원의 인권(교권)이 함께 존중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런 포괄적인 인식과 교육콘텐츠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부모 역시 '내 자녀가 우선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어 학생의 교권 침해 상황에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거나 오히려 학부모가 교권을 침해하는 상황을 야기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D 교사에게 학교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진 것도 한 이유다. 인성과 재능을 갖춘 미래의 역량들을 키우는 곳이라는 학교에 대한 그동안의 통념 대신 이 '서비스' 개념이 강해지면서 교육자에 대한 존경심과 예우보다 교육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교육 소비자의 권리 요구를 우선시하는 학부모들이 늘었다는 의미이다.

D교사는 "이런 이유로 교장·교감과 같은 학교 관리자와 교사에게 '이런 정도는 감내해야지', '이 정도는 해 줘야지'라는 생각을 토대로 행동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어 교권 침해로 볼 수 있는 사례도 증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D씨는 이 밖에도 "맞벌이 가정 급증, 가구당 1~2 자녀 보편화에 따라 가정 내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며 현대사회 가족형태의 변화도 근본적 이유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이런 탓에 "해가 갈수록 학생들이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보다 자신의 의견과 감정 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2년 넘게 비대면 교육이 진행된 여파도 감지된다. B교사는 "대면 교육이 가능해진 순간에도 거리두기로 인해 모둠별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팬데믹 시기를 거쳐 개인 활동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친구들과 관계 맺기를 유지하기 어려워 하는 학생도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 A씨는 "코로나 시국에 무엇보다 학교라는 사회를 경험하지 못한 것이 고등학교에 와서 많은 혼란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학교는 단지 지식만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본 역량을 경험하며 배울 수 있는 교육 현장임을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역설적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 문제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증가하고 있는 교권 침해 사례를 줄이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 교사들은 법안 마련도 필요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 교육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 교사는 "대입만을 위한 현 교육 제도가 달라져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모든 학교 활동이 중요함을 잘 가르쳐 나가야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 교사는 "학생 인권과 교사 인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 인권에 대한 인식 개선과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며 실효성 있는 법안 마련과 더불어 근본적인 해결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은 국가의 내일을 결정할 중요한 영역이고 어느 분야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앞만 보고 빠르게 달리며 고속 성장한 한국 사회. 이제 성장에 몰두하는 대신 미래 사회의 운명을 좌우할 교육현장의 얽힌 실타래를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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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성준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www.hallymmedialab.com)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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