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시설’ 동아줄, 학교 밖 청소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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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지역 대학생 A군은 요즘도 가끔 중학생 시절을 떠올린다.
청소년정책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27일 충남교육청과 학교·청소년시설 연계 및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청소년시설의 프로그램이 학교로 들어가기도 하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시설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과도 연계하려는 것"이라며 "충남교육청이 학교와 시설 간 협력에 노력해 왔기 때문에 모범사례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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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중단숙려제·상담 등 도움 줘
충남 지역 대학생 A군은 요즘도 가끔 중학생 시절을 떠올린다. 중1 때 가족과 크게 다투고 집을 나온 그는 학교에 가지 않아 유급이 됐다. 걱정한 친구가 ‘검색 한번 해봐’ 하고 넌지시 말해준 덕에 찾아간 청소년쉼터가 아니었다면 그의 인생은 어찌 됐을지 모른다. 시설에서 만난 방문상담 선생님은 그에게 윽박지르거나 꾸짖기보다 배려 속에 스스로 길을 고민할 여지를 줬다. 그래서 학교에 복귀하기로 마음먹을 수 있었다. 상담 선생님 같은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다.
시설에 머물며 고등학교로 진학했지만 현실은 순탄치 않았다. 남과 다른 환경, 많은 나이 탓에 반에서 따돌림을 당해 점심을 혼자 먹기 일쑤였다. ‘자퇴를 해야 하나’는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 무렵 담임 교사는 정부가 지원하는 학업중단숙려제를 추천해줬다. 상담과 고민 끝에 그는 학교를 계속 다니기로 마음먹고 무사히 졸업했다. 지금은 목표한 대로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해 꿈을 키우고 있다.
A군 사례는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학교 안팎 청소년 지원 강화 대책’의 지향점으로 삼은 예시 중 하나다. 학교에 다니는지, 가정에 머무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청소년을 위해 정부가 다양한 방면에서 지원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A군은 26일 국민일보에 “제가 겪은 것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거나 앞으로 처할 수 있는 친구들에게 ‘주변에 아무도 없더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인생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청소년은 학교 안에서 학생으로 있을 때만 교육 당국의 정책 대상이 된다. 때문에 학교 담장을 벗어나는 순간 방치되는 경우가 흔하다. A군처럼 학교를 그만둔 뒤에도 쉼터 등 시설을 오가며 도움을 받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졸업까지 온전히 해내는 경우는 운이 좋은 편이다. 학교와 청소년시설이 더 긴밀히 연결돼야 이와 같은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
통상 학교 밖에 머무는 학생은 사회로부터도 소외되기 쉽다. 교육과정에서 제외되는 것 외에도 각종 이벤트나 경연, 또는 복지제도의 대상이 학생으로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 다니는 10대가 아니면 ‘비정상’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 영향이 크다. 반대로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은 학교 바깥 제도·시설과 유리된다. 전국 청소년시설이 800개가 넘지만 이용률은 60%를 넘지 않는다. 학교 교육과정과 시설의 프로그램이 사실상 별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정책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27일 충남교육청과 학교·청소년시설 연계 및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 정책과 청소년 정책이 서로 겉돌지 않도록 융합하는 게 목표다. 일례로 충남 천안 태조산청소년수련관은 인근 중학교를 방과 뒤 찾아가 상담과 학습지원, 체험활동 등 아카데미를 하고 있다. 기후변화교육, 국악프로그램 등 시설의 프로그램도 교과연계 방식으로 실시한다. 기존의 학생증을 ‘청소년증’으로 대체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청소년은 학교 안팎 어디에 있든 사회가 살피고 지원할 대상이라는 의미다. 여가부 관계자는 “청소년시설의 프로그램이 학교로 들어가기도 하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시설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과도 연계하려는 것”이라며 “충남교육청이 학교와 시설 간 협력에 노력해 왔기 때문에 모범사례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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