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강원도는 '교사하기 힘든 곳'일까?

김홍규 2022. 10. 2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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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교원의 생활지도 권한 법제화'가 교권을 지켜줄 것이란 신화에서 벗어나야

[김홍규 기자]

 교실 속 책상.
ⓒ pexels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 25일 '2021년 시·도별 교권보호위원회 접수와 조치결과(학생 징계) 현황'을 발표했다. 제목은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1년새 약 2배 급증, 모욕·명예훼손 57.6% 달해"였다. 자료 출처는 교육부였다. 강 의원은 비대면 수업이 많았던 2020년 접수 건수에 비해 2021년 접수 건수(2021년 조치 결과 건수는 밝혔으나, 2020년 조치 결과 건수는 밝히지 않았음)가 늘어서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실이 밝힌 시·도별 '2021년 교권보호위원회 접수 현황(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 현황)' 결과는 경기 539건, 서울 249건, 강원 151건, 충남 148건 순이었다. 경북 134건, 대구 115건, 전북 101건, 부산 93건, 경남 88건, 울산 88건, 전남 85건, 인천 66건, 광주 64건, 대전 59건, 충북 59건, 제주 40건이었다. 세종이 30건으로 가장 적었다.

강 의원은 지난 9월 5일 '교사의 지도 권한'을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학교생활지도법)을 대표 발의했다. 교권 침해 통계는 교권 침해 사례에 대한 자극적인 보도와 함께 '교원의 생활지도 권한 법제화'에 힘을 싣고 있다. 지역 종합일간지인 <강원일보>는 강득구 의원의 발표를 인용해 9월 26일 "강원도서 교사하기 힘드네... 교권침해행위 '전국 3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강득구 의원은 2021년 교권보호위원회에 접수된 건수와 처리된 건수 통계만을 발표했다. 숫자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진 않았다. 그런데 강 의원이 발표한 자료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아래 표는 이 수치들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시·도별 학생수 대비 교권 침해 접수 건수 비율'과 '시·도별 교원수 대비 교권 침해 접수 건수 비율'을 추가로 조사해 재구성한 것이다. 
 
▲ 2021년 시도별 교권보호위원회 교권 침해 접수와 조치 결과(학생 징계) 관련 자료 강득구 의원은 지난 9월 25일 2021년 교권보호위원회에 접수된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 건수와 조치 결과(학생 징계) 건수 통계만을 발표했다.이 숫자들이 어떤 의미인지를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시·도별 학생수 대비 교권 침해 접수 건수 비율’과 ‘시·도별 교원수 대비 교권 침해 접수 건수 비율’을 추가로 조사하여 하나의 표로 만들었다.일부 지역(울산, 전남)의 경우 접수 건수보다 조치 결과 건수가 많은데, 이에 대한 설명은 없다.
ⓒ 김홍규
   
빨간색 숫자는 교원 수나 학생 수 대비 교권 침해 접수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3개 지역이고, 파란색은 비율이 가장 낮은 3개 지역이다. '교원 수 대비 교권 침해 접수 비율(A)'는 교권 침해 접수 건수를 교원 수로 나눈 다음 100을 곱한 것이다. '학생 수 대비 교권 침해 접수 비율(B)'은 교권 침해 접수 건수를 학생 수로 나눈 다음 100을 곱한 것이다. 2021년 교원 수와 학생 수는 '교육통계서비스(https://kess.kedi.re.kr)' 자료를 활용했다. 

강원도는 교원 수 대비 교권 침해 접수 건수 비율이 0.89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0.245%로 가장 낮은 인천의 3.64배에 이른다. 서울에 비해서는 2.69배, 경기도에 비해서도 2.07배 높다. 강원도는 학생 수 대비 접수 건수 비율에서도 전국 최고인 0.092%를 보였다. 전국 최저인 인천의 0.019%에 비해 무려 4.84배나 높다. 서울에 비해서는 3.29배 높으며, 경기도와 비교해도 2.79배 높다.

강 의원이 발표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학생들이 절대적 수치로는 전국에서 세 번째, 상대적 수치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교권 침해를 하고 있는 게 된다.

교권 침해 접수가 교권 침해 현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자료라면, <강원일보>의 보도처럼 '강원도서 교사하기 힘든 정도'가 아니라, '아예 교사를 할 수 없는 없는 지경'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과연 강원도는 정말 교사하기 가장 힘든 곳일까? '교권침해 접수 건수'를 기반으로 한 자료의 원천적 한계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수치들이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교권 보호' 조례나 법률이 만들어지면, 실제로 교권 침해가 줄어들까?

'교권 보호' 조례를 만들거나 '교권 보호' 내용을 강화하는 법률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은 관련 법령이 교권 침해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전제한다. 그리고 지켜야 하는 교권의 상대는 주로 '학생'이다. 전교조, 교사노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이 관련 조례와 법률 제정 필요성을 들 때 이용하는 자극인 사례들은 주로 학생들에 의한 교권 침해 사례들이다.

또 교육부와 보수적 교원단체인 교총에 더해 일부 진보적인 교사들까지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교권 침해를 연결시키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학생들의 인권 보호는 높아진 반면, 교권 보호는 소홀해졌기 때문에 교권침해가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9월 29일 교육부는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 시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모든 교원단체가 환영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 보도자료에는 "그간,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을 강화하는 조치는 지속되어 온 반면, (중략) 교사의 권리 보호와 학생 지도 권한은 상대적으로 균형 있게 보장받지 못했다는 의견"이 '시안 발표'의 주요 배경이라고 밝혔다.

'학생인권' 조례 제정 지역은 5개(경기·광주·서울·전북·충남)다. '교권보호' 또는' 교육활동 보호' 조례 제정 지역은 7개(경기·경남·광주·서울·전북·제주·충남)다. '학생인권조례'나 '교권보호조례' 제정 여부와 교권 침해 발생 사이에는 상관 관계가 없다.

교권 침해의 핵심 원인이 '학생 인권 강화에 비해 교권 보호가 소홀했던 탓'이라는 의견의 핵심 진원지 가운데 하나가 교총이다. 교총 보도자료를 보면 이런 주장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2022년 5월 9일 한국교총 보도자료 표지와 내용 일부 한국교총은 스승의 날을 앞둔 2022년 5월 9일 “교총 ‘2021년도 교권보호 및 교직상담 활동’ 보고서 발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여기에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10 여 년 간 교권 침해 상담 건수 자료가 들어 있다. 교총이 이 보도자료에서 밝힌 2021년 교권 침해 주체를 보면, “교직원에 의한 피해 155건, 학부모에 의한 피해 148건, 학생에 의한 피해 57건, 처분권자에 의한 신분 피해 47건, 제3자에 의한 피해 30건 순”이었다.
ⓒ 한국교총
 
교총은 스승의날을 앞둔 지난 5월 9일 "교총 '2021년도 교권보호 및 교직상담 활동' 보고서 발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보도자료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10여 년간 교권 침해 상담 건수 자료가 들어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상담 건수가 증가하다가 2017년부터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2017년~2019년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의 영향이 전혀 없던 시기였다.

이 보도자료에서 밝힌 2021년 교권 침해 주체는 "교직원에 의한 피해 155건, 학부모에 의한 피해 148건, 학생에 의한 피해 57건, 처분권자에 의한 신분 피해 47건, 제3자에 의한 피해 30건 순"이었다.

2년 연속 교직원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학부모였다. '처분권자'를 포함하면 넓은 의미의 '교직원'에 의한 피해가 202건으로 학생에 의한 피해 57건에 비해 3.54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교총은 "교사를 향해 쇠파이프를 던진 학생" "교사의 훈육에 앙심을 품고 아동학대로 신고" 등 자극적인 일부 사례를 보도자료 중 박스로 쳐서 눈에 띄게 편집했다.

'교원 생활지도 권한 법제화'가 교권을 지켜줄 것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야

필자는 '교사의 지도권'을 강화하는 법령을 만들면 교권이 보호될 것이란 믿음을 '신화'라고 본다. 교총과 일부 신생 교사노조 단체들에 이어 조직 출발의 핵심 이유가 학생이었던 전교조도 최근 '교육활동 보호'를 내걸고 '교권 보호'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8월 2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교육위원회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교육의 사법화'를 가속시키는 교권침해학생의 학생부 기록조치 등을 담은 생활지도법안을 반대한다"는 제목이었다. 변호사들은 '교육의 사법화'를 걱정하고, 교육 핵심 구성원 가운데 한 축인 교사들은 '교육의 사법화'를 요구하고 있다.

'교권보호 조례'를 포함한 "교원의 생활지도 권한 법제화" 추진은 '교육의 사법화'를 가속화시킬 뿐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교육의 사법화'가 어떤 문제를 불러일으키는지는 이미 '학교 폭력' 관련 법령과 제도가 잘 보여줬다. 교육은 사라지고 행정만 남았다. 학교 폭력을 해결하기는커녕 학교폭력 담당 교사는 행정 처리에 허덕이고, 학생들은 교육적 해결 기회를 갖지 못한다.

무엇보다 '교육의 사법화'는 잘못된 교육의 핵심 원인 제공 세력인 정부와 교육청, 의회 등 체제의 문제를 감춘다. 아울러 잘못된 교육 시스템을 바꿀 생각도 없고 교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바쁜 학교장을 포함한 교육 관료들의 잘못을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1990년대 말 보수언론과 보수 교육계가 힘을 합쳐 학생들과 교사들을 몰아붙이던 '교실 붕괴' 담론을 경험한 바 있다. '붕괴'됐다던 교실과 학교는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이 자리를 잡자 보수 공사도 없이 조용히 단단해졌다. '교권'이라는 새롭고 아름다운 탈을 쓴 '교실 붕괴' 담론이 다시 교육계를 떠돌고 있는 느낌이다.

자극적인 언론 기사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우리나라 교육을 망치는 주범이 '학생'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학교 안 교사들의 삶이 점점 더 팍팍해지고 힘들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원인이 과연 누구와 무엇 때문인지 조금 더 신중하고 깊이 있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일부 드러난 현상에 매달리다 보면 본질을 놓치고 문제 해결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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