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의 중국 어디로] 시진핑 4연임·건군 100년 ‘2027년’ 주목
3연임 확정 후 첫 공식일정 군 수뇌부 면담
대만 둘러싼 미·중 갈등 격화 전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3기 대만 통일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10년 주기 권력 교체 전통을 깬 시 주석은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대만 통일에 두고 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해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마오쩌둥, 1978년 개혁개방으로 경제 대국의 발판을 마련한 덩샤오핑에 이어 자신은 대만 통일을 이룩한 최고 지도자가 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 시기는 시 주석의 4연임이 결정되는 2027년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지난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개막식 때 발표한 업무보고 전문을 25일 밤 공개했다. 전체 3만2000자 분량으로 당 대회 때 배포된 전문(1만4000자)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대만 관련 내용이 담긴 13번째 항목 ‘일국양제를 견지하고 완성하며 조국 통일을 추진한다’에는 처음 공개됐던 보고에는 없던 내용이 추가됐다.
시 주석은 “평화통일, 일국양제는 양안 통일을 실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양안 동포와 중화민족에 가장 유리하다”며 “우리는 대만의 각 당과 각계각층 인사들과 조국 통일에 관한 심도 있는 협상을 추진해 평화 통일을 공동으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필연적 요구”라며 “양안 관계의 주도권을 확고히 장악하고 조국 통일의 대업을 확고부동하게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달성하려면 대만 통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시 주석은 공산당 창당 100년인 2022년까지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두가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만들고 건국 100년인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시 주석이 대만 통일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점은 군 인사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는 지난 23일 1차 전체회의를 열어 200만 인민해방군을 관리하는 중국 최고 군사영도기관인 중앙군사위원회 제1부주석에 장여우샤 제2부주석, 제2부주석에 허웨이둥 상장을 선출했다. 허웨이둥은 2019년부터 대만 지역을 관할하는 동부전구 사령관을 맡았다. 동부전구는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대만을 사방에서 포위하는 형태로 실사격 훈련을 벌였는데 이러한 고강도 무력시위를 계획한 인물이 허웨이둥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를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앉혔다는 건 시 주석이 대만 통일을 위한 전투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앙군사위 개편은 중국군이 향후 5년 대만에 집중할 것임을 나타내는 분명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장여우샤는 시 주석의 의형제로 불리는 군부 최측근이다.
시 주석은 3연임 확정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군 수뇌부를 만나 “군 간부는 정치를 중시하고 전투를 할 줄 알며 혁신에 능하고 실무를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당 대회 업무보고에선 실전 훈련을 심화해 국지전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대만 침공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장관)은 중앙군사위 인선 다음 날인 24일 입법회에 출석해 “지상군, 해군, 로켓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위원들이 발탁됐다”며 “준비 태세를 강화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중국군은 당 대회가 열리는 기간에도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군용기를 보내는 등 군사 압박을 지속했다.
중국의 대만 통일 시기와 관련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2027년을 주시하고 있다. 2027년은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이자 시 주석의 4연임이 결정되는 해다. 시 주석이 3연임을 끝내고 집권을 연장하려면 2027년에 열리는 21차 당 대회에서 당 총서기에 선출돼야 한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방영된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시 주석이 군에 2027년이 지나기 전 대만을 성공적으로 침공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202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분쟁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직 미 CIA 국장이 2027년을 콕 찍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마이클 길데이 미 해군참모총장은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이 이르면 올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지난 20년간 우리가 봐온 것은 중국인들이 이행할 것이라고 약속한 것보다 빨리 모든 약속을 이행했다는 것”이라면서 “그렇기에 우리가 2027년 창(window)에 대해 이야기할 때 2022년이나 2023년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2027년 창은 필립 데이비슨 전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지난해 3월 미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이 6년 이내에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 데서 나온 표현이다. 그는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시기로 2027년을 특정했다.
대만은 하나의 중국을 외치는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사안이다. 중국은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처음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문구가 들어가자 “불장난하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하는 등 대만 문제에 관한 한 어떠한 타협도 없으며 내정 간섭에는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이 대만 문제를 가장 민감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은 대만에 정부 고위 인사를 보내고 최신 무기 판매를 승인하는 등 대만을 국가처럼 대우하며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은 미국과 밀착해 중국의 통일 움직임에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벌어진다면 그 시발점은 대만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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