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많이 모이면 전부 메타버스? 특색을 담아야
코로나19 확산으로 새로운 미래산업으로 주목받았지만, 반대로 실체가 없다는 비판이 많았던 메타버스가 메타 등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해 조금씩 구체화되는 분위기다.
이전까지는 말로만 존재하고, 구체적인 결과물이 없는 마케팅 허상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그동안 여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결과물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
3D 메타버스를 표방한 컬러버스의 ‘퍼피레드’는 지난 8월말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넥슨에서도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한 메타버스 플랫폼인 ‘메이플스토리 월드’의 국내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를 준비 중인 컴투스도 자체 메인넷을 런칭하는 등 한걸음씩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으며, 크래프톤과 제페토가 손잡고 개발 중인 프로젝트 미글루 역시 미래 비전이 조금씩 공개되고 있다.
다만, 이처럼 결과물이 슬슬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다수의 스타트업에서도 메타버스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사람을 많이 모으고,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겠다는 추상적인 그림만 있을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람을 모으고, 모여서 어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지, 그리고 가상 현실과 현실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명확한 답을 내놓은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서비스하는 종합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거대한 청사진을 그릴 수 있지만, 자본과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 스타트업이 메타버스를 만든다고 하면 뜬구름 잡는 얘기가 되기 쉽다.
이전까지 모바일 게임 개발에 주력하다가 메타버스 개발사로 변신을 선언한 허니플러그가 준비 중인 새로운 메타버스 ‘북월드’는 중소 스타트업의 메타버스 도전을 위한 현실적인 접근으로 볼 수 있다.
‘북월드’는 어린 타겟 도서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도서관형 메타버스 콘텐츠로,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콘텐츠 이용 환경을 조성해서, 인문, 과학 등 다양한 지식 정보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개발 중이다.
요즘 어린이들은 책보다 게임, 영상 콘텐츠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책을 멀리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들에게 친숙한 게임과 캐릭터 등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놀이와 학습이 같이 되는 효과를 노리는 것.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양질의 교육 콘텐츠가 필요한 어린아이와 학부모를 노리는 특색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로 해당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지루한 책 대신 메타버스 안에서 친구들과 재미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즐기면서 다양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부모 입장에서는 코로나 확산에 대한 걱정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것이 걱정되는 상황에서 집에서도 도서관에서 경험할 수 있는 양질의 교육 콘텐츠와 소통을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
허니플러그 측은 실제 도서관 연계 사업 확대를 통해 국립 도서관, 지방 도서관, 과학 및 특화 도서관으로 메타버스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적극적인 IP 제휴, 여러 출판사와의 협업, 제휴 마케팅 등을 통해 타 업계와의 모범적인 상생 모델을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허니플러그는 이전에도 인천테크노파크가 주관하는 ‘아동이 행복한 도시, 인천’을 위한 ‘2021년 SW서비스개발 및 실증화 지원사업’을 통해 아동 학대 대응 교육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선보이고, 국내 유명 멀티플렉스 영화관 기업 메가박스와 IP 제휴를 통해 오프라인 극장과 연계된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특정 타겟층을 노리는 특색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허니플러그 외에도 특정 목적성을 지닌 메타버스 서비스를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오프라인 전시회장을 메타버스로 옮겨 가상 현실 속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쇼핑 업계에서는 메타버스를 통해 가상의 피팅룸을 만들거나, 제품 전시회장을 꾸미는 경우도 있다. 몇몇 기업에서는 메타버스를 사내 커뮤니케이션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메타버스를 종합 플랫폼으로 서비스할 수 있다면 영화 레디플레이어원의 오아시스처럼 시장을 완벽히 장악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그런 결과물을 만들 수는 없으니, 실현하기 힘든 큰 청사진 대신 특정 계층을 노린 특화된 메타버스 서비스로, 실생활에 빠르게 녹아들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움직임이 메타버스의 미래를 좀 더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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