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장비 메고 101층까지 뛰었다…소방관 600명 엘시티 접수, 왜
50층 이상, 혹은 지상으로부터 높이 200m가 넘는 건물은 초고층 건물로 분류한다. 소방청 통계자료를 보면 초고층 건물 수는 전국에 120곳. 초고층 건물이 가장 많은 도시는 부산이다. 부산의 초고층 건물 38곳 중 27곳(71.1%)이 해운대구에 밀집했다. 만약 이처럼 높은 건물에 있는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초고층 화재경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이것’
26일 오전 해운대 엘시티 랜드마크타워 65층(높이 260m)에 올랐다. 101층인 이 타워 최상층부(411.6m) 엔 전망대가 있다. 랜드마크 타워는 8~98층 관광호텔과 생활형숙박 등 객실 821개로 구성됐다. 엘시티 3개 동 가운데 관광객 등이 머무를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다. 65층 창 너머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기장군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이곳에 화재경보음이 울릴 것을 생각하니 지상은 까마득한 낭떠러지처럼 느껴졌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런 경우 가장 먼저 ‘피난안전구역’을 확인해야 한다. 초고층재난관리법에 따르면 초고층 건물에 방화설비와 소화기구를 갖춘 피난안전구역을 둬야 한다. 지상으로 곧장 이어지는 직통 계단을 갖춰 30층마다 적어도 1곳 이상 있어야 한다. 엘시티 랜드마크타워에는 20·48·76·97층 등 4곳에 피난안전구역이 있다. 층별 피난안전구역 면적은 260㎡ 안팎으로 최대 2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다.
기자는 순간적으로 48층이나 76층 피난안전구역을 선택해야 했다. 승강기는 이용할 수 없다. 계단을 달려 11개 층을 올라갈 것인가, 17개 층을 내려갈 것인가. 불덩이와 뒤섞인 연기가 치솟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자 계단으로 내려가는 게 망설여졌다. 연기의 수직 이동 속도는 최고 초속 3m. 고층 건물 안쪽의 온도가 바깥보다 높을 때 내부 공기가 치솟는 ‘굴뚝 효과’가 발생하면 그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진다. 1개 층 계단 수는 27~29개여서 30대 남성인 기자가 계단을 통해 11개 층을 힘껏 달려 76층에 도달하는 데 4분 12초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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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울산 아르누보’ 화재 때 사망 0명 비결
피난안전구역에 도착하자 우선 마음이 놓였다. 이 공간은 불과 연기를 차단하도록 설비됐고, 내부엔 소화기는 물론 방독면과 연기 제거장치, 스프링클러도 갖췄다. 피난안전구역 중요성은 2020년 10월 울산 삼환아르누보(33층ㆍ113m) 화재 때 입증됐다. 77명이 구조되고 88명이 병원으로 이송된 이 사고는 자칫 대형 참사로 번질 뻔했다. 하지만 상당수 주민이 28층 피난안전구역으로 대피한 덕에 사망자는 없었다.
승강기 이용이 여의치 않으면 피난안전구역에서 방독면을 쓴 채 특별피난계단을 이용해 직접 탈출할 수도 있다. 특별피난계단 내부에는 항상 일정한 압력이 작용해 연기가 계단구역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76층에서 멈추지 않고 1층까지 도착하는 데 승강기로 1분 28초, 특별피난계단으로 19분 26초가 걸렸다. 계단으로 1층에 도달했을 땐 발목부터 머리까지 강한 울림과 통증이 느껴졌다.
20㎏ 장비 멘 소방관, 101층 2372계단 24분에 올라
이날 부산소방재난본부 주최로 ‘제1회 엘시티 계단오르기 대회’가 열렸다. 전국 소방관 670여명이 참가했다. 대부분 소방관이 방화복과 공기호흡기 등 20㎏ 넘는 장비를 메고 계단을 올랐다. 충북 청주 동부소방서 소속 윤바울 소방교가 23분48초로 우승했다. 방화복을 입지 않는 ‘간소복’ 부문 1위 기록은 14분57초였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비상시 장비를 멘 상태에서 소방관이 얼마나 빨리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지 등을 측정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확인하기 위해 대회를 개최했다"라며 "장비 착용 여부에 따라 최상층 도보 도착까지 9분가량 시차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엘시티에서는 2019년 소방관 150여명이 참여하는 화재대응 훈련이 실시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최근 3년간 훈련을 못 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코로나19 재유행 등 상황을 살펴 내년부터는 엘시티 등 초고층 건물에서 화재대응 훈련을 재개할 방침이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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