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법썰] "돈 오고 갔다" 스스로 입 연 유동규.. 구속의 효과?

김형민 2022. 10. 2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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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한 대만 핍시다."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피의자들이 구속된 뒤 자백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헌법상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국가에서 인신을 구속하는 일은 어느 때보다 적법해야 하고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

다만 조직적으로 행해진 대형 사건들에 한해서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꼭 필요하다면 증거인멸·도망의 우려 여부와 관계없이 대승적으로 구속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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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 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담배 한 대만 핍시다."

2000년대 초. 한 정·재계 고위인사는 비자금 사건으로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었다.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돼 구속도 됐다.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그는 어느 날 검찰 조사실에서 수사관에게 담배 한 대만 피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리곤 연신 입으로 연기를 내뿜으며 생각에 잠겼다. 수사관은 충분히 기다려줬다. 그리고 잠시 뒤 그가 입을 열었다. "그건 사실…."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피의자들이 구속된 뒤 자백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일전에 만난 한 검사는 "일상에서 격리돼 구치소 또는 교도소의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면 생각을 충분히 정리하고 입장을 바꾸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했다. 그들 대부분은 "왜 이런 상황까지 왔나"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해야 할 일 등을 정리하고 나서 검찰 조사에 나가 실토한다. 피의자를 구속했을 때 검찰이 얻을 수 있는 '효과'라고도 할 만하다.

출소 후 연일 '검은 돈의 실체'를 폭로하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비슷한 말을 한다. 그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구치소에 가고 1년을 명상하면서 있어 보니까 깨달은 게 참 많더라"며 "내가 너무 헛된 것을 쫓아다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자신이 교도소에 있는 사이 바깥에서 벌어진 일련의 과정들로 인해 "배신감을 느꼈다"라고도 했다. 유 전 본부장에 따르면, 그와 공범으로 지목되는 이들이 '가짜 변호사'를 교도소에 보내 감시까지 받았다. 서로 붙어 있을 때는 "형제"라고 부르며 돈독했지만 분리되면서 보게 된 "진면목"이다. 유 전 본부장이 구속되지 않았다면 볼 수 없는 광경들인 셈이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유 전 본부장은 검찰이 묻지도 않았는데도 스스로 "돈이 오고 간 게 있다"며 이례적으로 털어놓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선 "사건에 따라 대승적인 구속도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헌법상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국가에서 인신을 구속하는 일은 어느 때보다 적법해야 하고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 다만 조직적으로 행해진 대형 사건들에 한해서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꼭 필요하다면 증거인멸·도망의 우려 여부와 관계없이 대승적으로 구속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구속은 때로 생명을 지키는 결정이 될 수도 있어 더욱 그렇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의혹의 핵심 관계자들이 잇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에 이런 주장이 나온다. 유 전 본부장의 출소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왔다. 앞서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고(故)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은 모두 구속되지 않은 상태였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폭로하고 수원지검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이병철씨도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이씨의 사인을 병사로 봤다.

유 전 본부장도 불구속 상태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구속 중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전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재판에 출석한 모습 등을 보면 심신이 많이 안정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그 역시 "홀가분한 기분"이라고 했다. 다만 외부요인이 있을 수 있는 우려가 있어 전날 경기남부경찰청이 유 전 본부장과 사실혼 관계인 A씨에 대해 신변을 보호하기로 결정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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