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기후행동 칼럼] 탄소농법으로 암 예방·나아가 지구 치유에 힘 모아야

2022. 10. 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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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탄소치유농업연구소 소장·변호사

2020년 12월 10일 대한민국 정부는 ‘2050 탄소 중립 비전’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이란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산림·습지 등을 통해 흡수 또는 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탈 플라스틱’ 사회로 진입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는 탈 플라스틱에 공감하고 함께 하기 위해 ‘소비자기후행동 칼럼’을 연재한다.

인류는 합리적 개인들이 각자의 욕망을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극대화하도록 자극하는 자본주의를 통해 산업혁명을 이루었고 비약적인 생산성 증대를 달성했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로 전 지구적 탄소 과잉과 기후위기를 낳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농업은 기후위기에 과연 떳떳한가.

1908년 개발된 하버공정(질소고정법)은 식물에 꼭 필요한 질소비료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농약개발·종자개량 기술이 여기에 더해져 ‘녹색혁명’이 달성되었고, 세계 인구는 급기야 80억 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오랜 기간 과잉 투입된 비료는 식물에 흡수되지 못한 채 토양에서 배출되어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갔고 녹조, 적조로 생태계를 파괴하고 결국 탄소배출을 다시 가속화했다. 그리고 2019년 IPCC ‘기후변화와 토지특별보고서’는 인간 활동이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중 토지이용 비중이 무려 약 23%에 달한다고 했다.

먹거리 분야 배출량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분의 1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뿌린 비료와 농약, 그것으로 만든 먹거리가 생태계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비료의 역설’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 다시 흙이야말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게 할 가장 중요한 대안임이 밝혀지고 있다. 2016년 파리 유엔기후협약 총회에서 프랑스는 0.4% 원칙(4 per 1000 initiative)을 제시했다.

지표(표토 30cm)의 탄소 흡수량을 매년 0.4%씩만 올려도 지표에 막대한 탄소를 저장할 능력이 있어 산업활동으로 배출한 온실가스를 모두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탄소를 저장하는 것은 다름 아닌 식물이다. 그리고 농업이다.

그러나 식물이 혼자서 탄소를 포집하여 땅에 저장할 수는 없다. 반드시 미생물과 협력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미생물을 다시 주목하게 된다.

식물은 여러 종류의 토양미생물과 상호 긴밀한 공생관계를 통해 성장, 발달 및 환경 적응에 있어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예컨대 사상균 등 곰팡이는 식물 뿌리에 붙어 식물로부터 서식지와 탄소(탄소화합물)를 공급받고 그 대신 식물에 미네랄 양분과 수분을 공급한다.

이로써 미생물은 항생물질 생성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식물 병원성 진균을 억제하는 등 식물에 불리한 환경이나 병해충의 스트레스로부터 식물을 보호한다. 식물 성장호르몬 등을 생산·공급하거나, 질소 고정 등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 밖에 질소를 고정하는 미생물, 식물 병 발생을 억제하는 미생물, 특정 해충에만 독소가 되는 물질을 만드는 미생물, 토양 오염 물질을 분해하여 오염을 복원하는 미생물 등도 계속 발견되고 있다.

또한 이렇게 식물의 뿌리에서 분비된 탄소화합물과 지렁이 등의 배설물 등이 접착제(glue)처럼 토양 입자와 결착하여 흙을 뭉치게(입단화) 하는데 이렇게 뭉친 흙은 공기와 물을 적당히 투과·투수 되도록 함으로써 식물 뿌리의 성장을 크게 돕는다.

진균(fungus) 특히 수지상균근균은 식물 뿌리에서 이러한 접착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글로말린을 생산하는데, 이 글로말린은 탄소저장 능력이 월등하게 높아 토양 탄소량의 약 30%가 이 물질로 저장된다고 한다.

그러나 경운을 과도하게 하면 흙의 떼알구조를 해체하여 흙 속의 미생물 서식지(생태계)를 파괴하고 이러한 진균을 사멸시키게 된다. 덮개 작물 등 흙의 보호장치가 없는 경우에도 역시 공기·물에 의한 흙의 비산·침식을 가속화시켜 진균의 성장과 탄소저장 능력을 훼손한다.

그러므로 탄소 농법(carbon farming) 또는 재생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이 제시하는 각종 원칙 즉 기계적·화학적 간섭의 최소화(무경운, 화학물질 사용금지 등), 덮개 작물의 활용, 생물다양성의 제고, 통합순환형 축산 등은 모두 식물과 미생물이 서로 더 잘 공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다양한 미생물과 적극 공생하면서 자란 식물은 미생물로부터 공급받은 미네랄 영양분 등을 활용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각종 물질을 스스로 생산해 내는데, 이것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물질이 된다. 특히 식물이 자신에게 불리한 환경 내지 자신을 공격하는 병충해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하여 생산·분비하는 화학물질을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인간의 건강에 매우 중요한 영양분이 된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2006년 ‘암을 예방하는 10가지 생활 수칙(국민 암예방수칙)’을 공동으로 공표했는데, 그중 두 번째에 “채소와 과일을 충분하게 먹고, 다채로운 식단으로 균형 잡힌 식사하기”를 꼽았다. 정부는 또한 ‘국민 암예방수칙 실천지침(식이)’을 발표했는데, ‘채소와 과일이 어떻게 암을 예방하나요?’라는 질문에 “채소와 과일에 존재하는 항산화 영양소, 식물생리활성물질, 식이섬유 등 다양한 영양 성분들이 정상세포가 암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저지하는 역할을 합니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식물생리활성물질은 파이토케미컬을 말하는데 보건복지부는 위 실천지침에서 파이토케미컬이 항산화 작용, 해독작용, 면역기능 증진, 호르몬 역할 조절 및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죽이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종류에 따라서 ‘항암효과’, ‘암의 성장 저지’, ‘발암물질의 활성 억제’, ‘암 예방’ 등의 다양한 효과를 한다고 기재했다.

이처럼 우리는 과다한 비료와 농약 없이도 식물과 미생물이 더 활발하게 공생하도록 돕는 방법만으로도 식물의 건강한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것, 나아가 그렇게 해서 흙 속에 매우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식물이 미생물이 공생하면서 만든 물질인 파이토케미컬은 인간의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또한 분명히 알게 되었다. 이렇게 탄소 농법으로 재배한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한 농산물이야말로 인간의 건강에 꼭 필요한(심지어 암을 예방하는 효과까지 가진) 진품(original) 농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진품 농산물 재배 방법이 널리 확산된다면, 농업을 통한 탄소중립은 더 이상 결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탄소 흡수량을 매년 0.4%씩만 올려도 탄소중립이 가능하므로, 이 탄소 농법이야말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기원전 약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를 ‘축의 시대’라고들 한다. 당시 중국, 인도, 중동, 그리스 등 전 세계적으로 발현한 종교와 사상이 현재의 인류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 축을 회전하게 한 힘이 한편으로는 생산성의 급격한 증대일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보편적 사회질서에 대한 권력의 필요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쨌건 그 축의 회전 덕분에 인류는 평등, 공감. 자비와 같은 정신(황금률)을 상속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00년이 지나 20세기 자본주의는 어마어마한 생산성 향상을 이루었고, 그 덕분에 인터넷, 휴대폰,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통해 시간, 공간 및 언어적 한계를 넘어서는 공동체적 자각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고, 자본주의 모순을 시정하고,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절실한 공동체적 가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관심은 ‘이제 인간은 식물을 통해 미생물과 더 활발하게 공생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새로운 축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탄소 농법을 통해 먼저 암 예방을, 나아가 지구의 치유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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