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기계 손넣어 작업..숨진 빵공장 직원도 팔 걸려"

권남영 2022. 10. 26.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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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계열사인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혼합기에 끼여 숨진 사고와 관련해, 평소 제품을 빨리 만들기 위해 기계에 손을 넣어가며 일했다고 현장 노동자들이 증언했다.

사고 원인을 분석한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은 "현장 노동자들은 2인 1조 매뉴얼을 본 적도 교육받은 적도 없었고, 덮개가 있는 교반기도 덮개를 열고 작업한다고 했다. 생산 속도를 맞추려다 보니 안전조치는 지켜지지 않은 것"이라며 "소스 투입 작업을 3인 1조로 해야 한다는 요구도 무시됐고, 교반기에는 최소한의 사고 방지 장치(인터록)나 덮개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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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계열사 SPL 평택 제빵공장 근로자 사망 사건 관련 보도. 배합기에 정상적으로 뚜껑이 닫혀 있는 모습. JTBC 보도화면 캡처


SPC 계열사인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혼합기에 끼여 숨진 사고와 관련해, 평소 제품을 빨리 만들기 위해 기계에 손을 넣어가며 일했다고 현장 노동자들이 증언했다.

25일 JTBC에 따르면 해당 공장 노동자들은 기계의 안전 덮개를 제대로 사용조차 하지 않았으며 제품을 빨리 만들려고 기계에 손을 넣어가며 일했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 규칙에 따르면 혼합 기계에는 덮개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런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사고 다음 날 촬영된 현장 사진에는 소스 재료를 섞는 기계인 교반기에 덮개가 씌워져 있지 않은 모습이 담겼다. 덮개는 반대편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앞서 지난 15일 오전 6시20분쯤 이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 A씨가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배합기 기계에 상반신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는 다른 직원이 한 명 있었지만 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질식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이 나왔다.

SPC 계열사 SPL 평택 제빵공장 근로자 사망 사건 관련 보도. 사고 다음 날 배합기 뚜껑이 열려 있는 모습. JTBC 보도화면 캡처


노동자들은 사고 당시뿐 아니라 그동안 덮개가 달린 기계를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노동자는 “(3년 전 교반기 작업할 때도) 그 위에 안전장치나 뚜껑이 전혀 없었다”며 “그냥 먼지 덮개용으로, 점심 먹으러 갈 때 덮어놓고 가는 정도”였다고 매체에 설명했다. 또 다른 노동자도 “원료가 제대로 안 섞이거나 하면 빨리 작업을 해야 되니까 관행적으로 손으로 했다”면서 “매뉴얼에 의해 배운 게 아니고 선임자가 가르쳐주는 그대로 배웠다”고 매체에 전했다.

이날 열린 SPL 산재사망사고 대책회의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간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구두 소견과 사고 당시 근무한 직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A씨의 오른팔이 교반기에 걸려 기계 안으로 몸이 빨려 들어간 것으로 추정했다.

A씨의 오른팔이 교반기에 걸린 이유에 대해 권영국 변호사는 “사고가 난 오전 6시는 마지막 소스 배합 작업을 할 시점으로, 교반기 속 재료들이 잘 섞이지 않아 손으로 젓다가 감겼을 가능성이 있다”며 “전날 오후 8시부터 10시간째 일했던 시점인 만큼 교반기 앞에 서 있다가 몸의 균형을 잃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열린 지난 15일 소스 교반기계에 끼여 숨진 20대 근로자 A씨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원인을 분석한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은 “현장 노동자들은 2인 1조 매뉴얼을 본 적도 교육받은 적도 없었고, 덮개가 있는 교반기도 덮개를 열고 작업한다고 했다. 생산 속도를 맞추려다 보니 안전조치는 지켜지지 않은 것”이라며 “소스 투입 작업을 3인 1조로 해야 한다는 요구도 무시됐고, 교반기에는 최소한의 사고 방지 장치(인터록)나 덮개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었다”고 했다.

회의에서는 사실상 최고 경영자인 허영인 회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는 등 계열사가 아닌 SPC그룹 차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SPC의 안전관리 능력은 총체적으로 무너져 있다”면서 “허영인 회장의 사과에 일말의 진정성이 있다면 노동자를 갈아 넣는 노동 착취 행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발표에 대해 SPC는 “수사에 철저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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