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세균 독소와 카드뮴 동시 노출, 신장 질환 높이는 '상승작용' 유발
녹조를 일으키는 남세균의 독소와 유해 중금속인 카드뮴(Cd)에 동시에 노출됐을 경우 한 가지에만 노출됐을 때보다 만성 신장 질환으로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 두 가지 유해물질은 강과 호수에 함께 존재하는 경우가 많은데, 동시에 노출되면 상승작용을 일으켜 더 큰 건강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중난대학(中南大学) 연구팀은 최근 남세균 독소 가운데 하나인 마이크로시스틴-LR과 카드뮴 노출이 만성 신장 질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조사·분석해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국제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마이크로시스틴과 카드뮴… 신장 질환 유발 물질
분석 결과, 270명 가운데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최저 사분위수(혈액 속 농도가 낮은 순서로 25%까지)에 해당하는 사람과 최고 사분위수(농도가 높은 쪽 25%)에 해당하는 사람을 비교했을 때, 높은 쪽의 신장 질환을 가진 비율이 4.05배에 해당했다.
용량-반응 관계, 즉 노출이 많을수록 질환 발생도 높은 관계가 나타난 것이다.
아울러 연구팀은 동물(생쥐) 실험을 통해서도 마이크로시스틴 노출이 신장 손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카드뮴의 경우도 혈중 농도가 가장 높은 사분위수에 해당하는 사람은 가장 낮은 사분위수에 비해 신장 질환 비율이 2.41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역시 용량-반응 관계가 나타났다.
두 물질 상호작용 땐 1.8배 발생
두 가지 물질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인한 신장 질환 발생은 개별 노출 때 발생 사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상호작용이 일어났을 때는 상호작용이 없었을 때의 1.81배였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만성 신장 질환 환자 수는 7억 명에 이르고, 중국에서만 1억 3200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성 신장 질환을 개선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위험 요소를 식별해 예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더 많이 흡수되도록 서로 부추겨
연구팀은 특히 "마이크로시스틴-LR은 낮은 농도에서도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고, 혈액 속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매일 마시는 물 때문에 증가한다"며 "마이크로시스틴 노출의 주요 경로가 매일 마시는 식수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물속에 카드뮴까지 존재하면 상승작용을 통해 신장 질환 발생 위험을 증가한다는 것이다.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 등 식물도 남세균 독소와 카드뮴이 동시에 존재하면 한 가지만 존재할 때보다 각각의 물질을 더 많이 축적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구팀은 "마이크로시스틴과 카드뮴에 동시 노출되면 두 가지 물질이 서로 신장에 축적되도록 촉진해 신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떨어뜨리고, 만성 신장 질환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낙동강은 녹조에 카드뮴 오염 우려까지
물과 농산물·어패류를 통해 남세균 독소와 카드뮴에 동시 노출될 경우 더 큰 건강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이지영 교수는 2019년 이승준 연구원(현 부경대 식품과학부 교수)과 함께 국내 4대강 살리기 사업 후에 4대강 인근 지역에서 간 질환이 많이 늘어난 사실을 확인해 논문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4대강 사업 전후, 4대강 인근 지역과 다른 지역을 비교해보면 간 질환 발생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간 질환 증가가 녹조 발생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통계학적으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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