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먹다 남은 것 같아" vs "참돔, 살 별로 없어"
누구나 한 번쯤 즐거워야 할 여행지에서 ‘바가지요금’ 때문에 기분을 망친 경험이 있죠. 특히 온라인 곳곳에선 바닷가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즐기려다가 마음이 상했다는 불만이 적지 않은데요. 이번에도 강원도 속초에서 경험한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많은 누리꾼의 공감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먹다 남은 것 같은(?) 회의 가격을 알아맞혀 보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게시물에는 포장된 회 한 접시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그 회가 더없이 초라합니다. 맨눈으로 세어봐도 회의 개수는 20여점에 불과했습니다. 그 옆엔 생마늘과 고추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한쪽으로 쏠려 있다고 해도 빈 접시가 듬성듬성합니다.
해당 게시물을 올린 보배드림 이용자 A씨는 속초 중앙시장에서 산 참돔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회 한 접시의 가격이 얼마로 보이냐”고 물었죠. 이어 A씨는 “제가 요즘 물가를 잘 몰랐던 건가 싶어 여쭤본다”면서 “먹다 남은 게 아니고 한 점도 안 먹고 찍은 건데 저게 6만원이었다. 개불은 추가로 2만원 주고 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너무 놀라 전화했는데 말이 안 통했다”며 “횟집 사장님은 ‘무게가 아닌 마리 단위로 판다. 내가 회를 한 점이라도 뺐으면 10배 보상해주겠다. CCTV 보러 오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A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건 당일 속초에 간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결혼기념일과 아이의 생일을 기념해 처형네 식구들과 함께 떠난 여행이었답니다.
본인 역시 자영업을 해 어렵사리 여행을 떠났다는 A씨는 “아내, 아들과 셋이 해당 가게에 방문했다”며 “처음 사장님이 무엇을 사러 왔냐고 물어 참돔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이어 “아내가 (횟집에 비치된) 수족관에서 참돔을 가져가는 것을 봤고 그다음 회를 뜨는 모습은 직접 보지 못했다. 칸막이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해당 식당에선) 다 뜬 회는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묶어줬다”며 “회를 들고 숙소에 가서 펼쳐보니 이 상태였다. 당황해서 해당 가게에 전화했다. 사장님 휴대전화 번호를 받아 사진을 찍어 보내드린 뒤 다시 통화했는데 사장님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셨다”고 토로했습니다. A씨는 보배드림에 올린 것과 같은 사진을 사장님께 보냈다고 합니다.
A씨는 그러나 “횟집 사장님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제철이 아니어서 살이 많지 않다’고 했다”며 “사장님이 사과하긴 했지만 문제의식이 전혀 없었다. 어떤 부분이 죄송하냐고 되물었을 때 사장님은 ‘그릇이 너무 커서 그렇다’ ‘지금은 제철이 아니라 살이 많이 없다’ 등의 핑계만 대곤 환불해줄 테니 계좌번호 달라고 하더라”고 했습니다.
A씨는 사장님의 태도가 진정한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대신 사진을 보배드림에 올리게 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제대로 된 사과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나도 자영업자다 보니 요즘 얼마나 힘든지 아는데 왜 그랬겠냐. 어느 정도 자신의 잘못을 수긍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 사진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횟집 사장님 B씨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억울하다”면서 “이 사건 때문에 힘들다”고 했습니다.
A씨 주장과 상반된 것이죠. 그는 “(글쓴이의) 아내가 회를 사러 왔고 직원이 회를 팔았다”며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거기서 안 사고 가면 되는 일인데 그러지 않았다. (또) 회를 산 당사자가 아닌 남편이 전화해 불만을 토로해(황당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참돔 한 마리에 개불 5마리 2만원어치를 샀는데 한점도 빼지 않았다”고 했죠.
B씨는 그러면서 “참돔은 원래 양이 적은 생선이다. 가시고 뭐가 다 빼고 그러면 양이 많지 않은 데다가 직원이 6만원짜리 회니까 큰 접시에 줘야겠다고 생각해서 큰 접시에 담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B씨는 “아내분이 가는 도중 흔들려 잘 놓인 회가 흐트러지면서 (상품가치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며 “흥정한 가격 그대로 준비해서 판매했다. 나는 잘못한 게 없고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사과하라고 해서 사과했다”고 한 B씨는 “개불 값까지 환불해주겠다고 했는데 계좌번호조차 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환불을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A씨는 “제대로 된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답했습니다.
“CCTV를 공개하면 진실이 확인돼 논란이 종결될 수 있다”는 A씨의 주장을 전달했더니 B씨는 “CCTV 보러 오라고 했지만 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에 CCTV를 공개하는 것은 어떠냐고 묻자, B씨는 “확인해 보겠지만 괜히 공개했다가 논란이 더 커지는 게 두려워 생각해봐야겠다”고 했습니다.
바닷가 횟집 양을 놓고 소비자와 횟집 사장님이 팽팽히 진실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낯설지 않습니다.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죠.
지난 9월 인천 월미도에 있는 한 횟집에서도 9만원어치 포장 회가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당시엔 20점 정도로 추정되는 회 한 접시와 새우 2마리 등이 담긴 해산물 한 접시, 깻잎과 상추 등이 담긴 채소 한 접시가 전부였고, 마찬가지로 이해하기 어려운 양이라는 비난이 일었었죠.
가격 대비 너무 작은 양이라는 소비자의 주장과 시가대로 팔았을 뿐 한 점도 빼지 않았다는 사장님의 반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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