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백골 탈북민' 위기 감지하고도..전번 없어 못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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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에서 백골 시신으로 발견된 40대 여성 탈북민은 '위기가구 대상자'에 포함됐지만 복지 당국이 연락처조차 확보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통신사로부터 위기가구 대상자 연락처를 연계받고, 연락 두절 시엔 경찰을 대동해 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진 복지부·지자체 조사와 별개로 통일부 차원에서도 연 2회 탈북민 위기가구를 조사했는데, 행정력 낭비라는 국회 지적에 올해부터 대상을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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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연락처 없어 사각지대 방치
지자체 현장방문도 문잠겨 접촉 실패
서울 양천구에서 백골 시신으로 발견된 40대 여성 탈북민은 ‘위기가구 대상자’에 포함됐지만 복지 당국이 연락처조차 확보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관할 주민센터에서 자택을 여러차례 방문했음에도 문이 잠겨 사망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9일 양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임대 계약 갱신 기한이 지나 강제 퇴거를 집행하기 위해 서울도시주택공사(SH) 직원이 방문했다가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겨울옷을 입은 채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통상 구두소견이 바로 나오는데, 이 경우 부패가 심해서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2020년 12월부터 임대료와 관리비를 체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보험료, 통신비도 밀렸다. 이들 항목은 모두 보건복지부가 수집·분석하는 34종의 ‘위기징후 정보’에 포함된다. 실제 김씨에 대한 위기 징후가 복지 시스템상에 감지되기도 했다. 복지부는 김씨를 위기가구 발굴 대상자로 분류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5차례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그러나 김씨의 연락처가 ‘공란’이었다. 2000년대 기초생활수급 이력은 있으나 수급 당시 수집됐던 김씨 개인정보는 5년이 지나 파기됐다. 김씨는 국내 정착 후 2010년부터 남북하나재단 상담사로 일하며 다른 탈북민을 돕는 일을 해왔다. 그러다 2017년 12월 “공부를 하고 싶다”며 일을 그만뒀다. 일을 그만두고 연락처가 바뀌면서 다른 탈북민과의 교류도 끊긴 것으로 보인다.
관할 주민센터의 현장방문에도 문이 잠겨 있어 김씨를 만나는 데 실패했다. 이웃이나 관리사무소도 김씨 행방을 몰랐다. 양천구 관계자는 “탈북민들은 장기간 다른 지역에 머물며 일하거나 중국 등지에 체류하다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함부로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개입할 여지도 없었다. 탈북민은 국내에 정착한 지 5년이 지나면 신변보호 요청을 본인 의사에 따라 연장할 수 있는데, 김씨가 원치 않아 2019년 종료됐다.
이 같은 한계는 탈북민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8월 ‘수원 세모녀 사건’ 때도 당사자 연락처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문제로 꼽혔다. 정부는 다음 달 내놓을 세모녀 사건 재발 방지 대책에 당사자 연락처를 적극 확보하는 방안을 포함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통신사로부터 위기가구 대상자 연락처를 연계받고, 연락 두절 시엔 경찰을 대동해 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관악구 탈북민 모자 아사 사건 이후 “두터운 보호”를 강조해온 통일부도 관련 조사 체계를 돌아본다는 입장이다. 지난해까진 복지부·지자체 조사와 별개로 통일부 차원에서도 연 2회 탈북민 위기가구를 조사했는데, 행정력 낭비라는 국회 지적에 올해부터 대상을 축소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재발을 막기 위해 탈북민 위기관리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송경모 성윤수 이의재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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