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모네 걸작 이어 찰스왕 밀랍인형까지 .. 환경운동가는 왜 예술 작품을 훼손할까?

방제일 2022. 10. 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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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명화에 수프를 끼얹은 환경운동가들이 이번에는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밀랍 인형에 초콜릿케이크를 던진 가운데 일부에서는 너무 과격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에 신규 석유·가스 프로젝트 허가 중단을 촉구하는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운동가들은 이날 오전 런던 마담투소 박물관에서 이 같은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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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정부에 신규 석유·가스 프로젝트 허가 중단 촉구하는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
반 고흐 명화에 수프 끼얹는 등 이달 시위에서만 574차례 체포돼
일부 누리꾼 "음식을 뿌리는 것도 환경 오염" "단순히 관심 받기 위한 것" 비판
최근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명화 '해바라기'에 토마토수프를 뿌린 '저스트 스톱 오일'이 이번에는 영국 찰스 3세의 밀랍 인형에 초콜릿케이크를 투척했다. 사진=AP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방제일 기자]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명화에 수프를 끼얹은 환경운동가들이 이번에는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밀랍 인형에 초콜릿케이크를 던진 가운데 일부에서는 너무 과격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에 신규 석유·가스 프로젝트 허가 중단을 촉구하는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운동가들은 이날 오전 런던 마담투소 박물관에서 이 같은 시위를 벌였다. 마담투소 박물관은 유명 인사의 모습을 조각한 실물 크기 밀랍 인형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 단체 이름이 쓰인 티셔츠를 입은 두 명은 찰스 3세 부부와 윌리엄 왕세자, 케이트 왕세자빈 등 영국 왕실 가족들이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의 작품 앞에 서서 찰스 3세 밀랍 인형 얼굴에 케이크를 통째로 짓이겼다.

이들은 이어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의 유산인 이 푸르고 쾌적한 땅을 보호하기 위해 여기에 서 있다"고 밝혔다. 런던 경찰청도 트위터를 통해 이 사건을 확인하면서 "재물손괴 혐의로 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 "유명 예술 작품에 대한 공격은 너무 과격하다" 비판도

최근 각국에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는 활동가들이 거장들의 걸작에 음식물을 뿌리거나 접착제로 손을 붙이는 등 퍼포먼스를 잇따라 벌이고 있다.

먼저 찰스 3세의 밀랍인형에 초콜릿케이크를 투척한 '저스트 스톱 오일'은 최근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명화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뿌린 바 있다.

이 단체는 이달 내내 영국 총리실이 있는 다우닝가 10번지 인근에서 가두시위를 계속해 왔다. 이들은 이날 케이크 투척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지난 3주간 시위에서 경찰 체포가 574건 있었다"며 "4월 1일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저스트 스톱 오일' 지지자들은 1880차례 체포됐고 7명은 아직 수감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는 하루의 이벤트가 아니며 범죄를 저지르는 정부와 대량살상 프로젝트에 대한 저항 행위"라고 주장했다.

불과 하루 전인 23일(현지시간) 독일 포츠담의 바르베리니 박물관이 소장한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에 환경운동가들이 점액성 물질을 끼얹는 사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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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대(letzte generation)’라는 이름의 환경단체는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화석연료 사용이 인류의 종말을 앞당기고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불어넣기 위해 이번 시위를 벌였다면서 모네의 작품에 끼얹은 물질은 으깬 감자라고 밝혔다.

단체가 함께 공개한 사진을 보면 공사장에서 입는 주황색 조끼를 입은 여성 2명이 모네의 ‘건초더미’ 연작에 속하는 한 작품에 노란색 물질을 끼얹었다. 이들은 이어 접착제 묻은 손을 벽에 붙이기도 했다.

‘마지막 세대(letzte generation)’라는 이름의 환경단체는 모네의 작품에 으깬 감자를 끼얹기도 했다. 사진=AP 연합뉴스

저스트 스톱 오일과 마지막 세대 등 환경운동가들은 기후변화로 인류가 직면한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불가피한 시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유명 예술 작품에 대한 공격은 너무 과격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몇몇 누리꾼들은 "단순히 관심을 받기 위한 것" "기후나 환경을 위한다면서 머리를 염색하는 것 자체가 모순" "작품을 훼손하는 게 환경보호와 무슨 상관이냐" "음식을 뿌리는 것도 환경 오염" 등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기후 위기를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활동하는 환경 운동가들의 시위가 다소 격해지고 있는 배경에는 작품이 유명할수록 관심과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술 작품을 훼손하는 것이 오히려 환경운동단체들의 순수한 의도를 훼손시킨다는 일부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편, 반고흐 그림과 마찬가지로 유리 액자에 담겨 있어 으깬 감자로 손상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해당 작품은 정비 후 다시 전시될 예정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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