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블랙홀' 中, 美 압박에 수입량 급감..올들어 13% 줄어
지난해 같은 기간 23.7% 증가세 대비 감소폭 커
주중 美 대사관 관계자, 中 나우라 임원들과 회담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중국의 반도체 칩 수입량이 미국과의 기술전쟁 여파로 올 들어 13%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노골적 규제와 압박에 중국도 대응에 나서면서 양국 간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24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집적회로(IC) 수입량은 1~9월 누적 기준 4171억개로 전년 동기(4783억개) 대비 12.8%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입 증가폭이 전년 대비 23.7%로 가파른 성장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반도체 수입·수출 모두 감소= 9월 수입량은 476억개로 전월(449억개) 대비 소폭 반등했다. 반면 수입액은 같은 기간 3169억달러를 기록해 한 해 전보다 1.5% 증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에 대해 "중국이 칩을 더 높은 가격에 구매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9월까지의 누적 수출량은 2097억개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고, 가격 기준으로는 7.3% 증가했다.
이와 별도로 전날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9월 중국 반도체 생산량은 전년 대비 16.4% 감소한 261억개로 집계됐다. 9월까지 누적 기준으로는 10.8% 줄어 2450억개 수준이다. 당초 지난 14일과 18일 각각 공개될 예정이던 반도체 수입량 및 생산량은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로 연기된 바 있다. 지연 사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지을 당대회에 부정적 수치로 찬물을 끼얹어선 안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주요 외신들은 보고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수입국으로 최근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전기차와 스마트폰 등 기타 전자제품 제조를 위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해왔다. 그러나 공식 세관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수입은 올해 들어 줄어들며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초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다.
수입 하락은 미국의 전폭적인 규제 뿐 아니라 중국 본토 내의 제조업 활동 위축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9월 48.1을 기록, 전월(49.5)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했다. 다만 국가 공식 제조업 PMI는 9월 50.1로 기대치를 상회했었다.
◆美, 대중압박 속도…대사관에 中 기업임원 부르기도= 미국은 지난 2개월 동안 중국의 반도체 제조업체가 미국의 첨단기술, 장비 및 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들을 쏟아내왔다. 8월 말 미국 상무부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AMD에 인공지능(AI)용 고성능 컴퓨팅그래픽처리장치(GPU) 제품의 중국 수출 제한 조치를 통지했다. 지난달에는 미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KAL 등에 14nm 이하 미세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중국으로 수출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 반도체 업체와의 접촉에 나섰다. SCMP는 이날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 무역 관계자들이 지난주 중국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업체 나우라 테크놀로지 그룹(NAURA) 임원들과 회담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는 나우라 테크놀로지 그룹 자회사가 미국 상무부의 미검증 기업 리스트(UVL) 31곳에 포함된 후 이뤄진 것이다.
UVL은 미 당국이 통상적인 검사를 할 수 없어 최종 소비자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더 엄격하게 수출 통제를 하는 대상이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지난 7일 발표한 업데이트 규칙에 따라 UVL에 포함된 업체는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로 알려진 미국 무역 블랙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다.
SCMP는 나우라 그룹과 미 관리들의 만남이 확정될 경우 이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원치 않는 차질을 빚거나 사업을 망칠 수 있는 가혹한 무역 규제를 피하고자 미국의 최신 규정을 준수할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대변하게 된다고 했다. BIS의 검증 절차를 준수한 많은 중국 기업들은 UVL 리스트에서 제외된 바 있다.
한편, 중국 기업들은 핵심 미국 직원에 퇴사를 요청하는 등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주요 미국 직원들에게 퇴사를 요구했으며, 이미 상당수 인원이 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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