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 사정 고삐 죄고.. '늑대외교' 기조도 유지 전망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4일자 1면에 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선출되며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얼굴 사진을 큼지막하게 실었다(아래 사진). 공산당 권력의 정점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처음 등장한 사진도 함께 실렸지만 가운데 선 시 주석 말고는 누구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시진핑 1인 집권 시대의 출범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시 주석은 덩샤오핑 시절 제도화된 10년 주기 권력교체 전통과 집단지도체제를 모두 허물었다. 정치적 계파 안배를 통한 견제도 무력화했다. 오로지 자신을 추종하는 측근들로만 최고지도부를 꾸려 ‘시 황제’의 중국이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제시했다는 평가다.
절대권력을 구축한 시 주석은 집권 10년간 해온 반부패 사정의 고삐를 더욱 죌 것으로 예상된다. 부패한 호랑이(고위관리)와 파리(하위직)를 척결하는 작업은 일정 부분 민심의 호응을 얻었다. 정치적으로는 반대 파벌의 핵심 인사를 제거하고 측근들의 충성심을 시험하며 유지하는 수단이 됐다.
시 주석은 지난 23일 당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20기 1중전회) 직후 열린 인민대회당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여정에서의 도전과 시련에 직면해 당을 엄중히 다스려 자아혁명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아혁명은 시 주석이 내부 단속을 강조할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시진핑 집권 3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로 반부패 칼자루를 쥐게 된 인물은 리시 광둥성 당서기다. 리시는 1980년대 간쑤성 근무 시절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 전 부총리 동료의 비서를 지내면서 인연을 맺었다. 2006~2011년 산시성 예안시 당서기였을 때 시 주석이 문화대혁명 시기 하방 생활을 했던 량자허촌 마을을 관광지로 개발하는 데 앞장서며 남다른 충성심을 드러냈다. 이후 상하이시 당부서기, 랴오닝성 당서기 등을 지내며 승승장구했고 시 주석이 연임한 2017년 19차 당 대회 때 정치국원에 발탁됐다.
시 주석은 집권 3기 정치국 인선을 통해 충성하면 영전한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줬다. 대표적 인물이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다. 시진핑 사단의 주축인 리창의 상무위원 진입은 예상됐던 일이지만 그가 단숨에 권력 서열 2위에 오른 건 파격적이다.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리창이 국무원 총리에 지명되면 정치국원(24명)에 포함된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과 투톱 체제로 중국 경제를 전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친화적이고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리커창 총리와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류허 부총리가 모두 퇴장하게 되면서 시 주석의 핵심 어젠다인 공동부유 실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분배 중심의 공동부유를 밀어붙이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장개방과 균형을 맞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 주석이 기자회견에서 “중국 경제는 근성이 강하고 잠재력이 충분하며 장기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가는 펀더멘털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개혁개방 심화, 고품질 발전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중국의 발전은 세계와 떨어질 수 없고 세계의 발전도 중국을 필요로 한다”며 “중국 개방의 문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견제 세력이 없는 1인 지배 체제를 완성한 시 주석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대외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집권 3기 대외 정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중국식 현대화다. 시 주석은 각국 사정에 맞는 발전 경로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우군 확보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가깝게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1월 초 경제사절단과 함께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혀 정상회담이 예상된다. 이어 시 주석은 다음 달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18~19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자회의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대면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워 상대국을 압박하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올해 69세인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7상8하’ 관례대로라면 은퇴해야 하지만 정치국원에 포함됐다. 그가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뒤를 이어 중국의 외교 사령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차기 외교부장으로 거론되는 친강 주미 중국대사와 류젠차오 대외연락부장은 중국 정부의 입 역할을 하는 외교부 대변인을 지냈고 당성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친강은 중국식 늑대 외교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누가 되든 중국 입장과 이익에 배치되면 거친 말 폭탄과 보복 조치를 쏟아내는 공격적 외교가 계속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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