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PF 대출 73조원, 시장 뇌관으로

최현주, 김연주 2022. 10. 2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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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로 흔들리는 국내 금융시장의 화약고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다. ‘부동산 시행업체(디벨로퍼)→PF 대출→금융업체 수익’으로 이어지는 순환 고리에 잡음이 생기면서 ‘줄도산 위기설’이 현실이 될 수 있어서다. 6월말 현재 PF 대출은 112조2000억원으로 10년 새 세 배로 늘었다. 이 가운데 2금융권(보험사+여신전문회사+증권사)의 PF 대출은 73조3000억원에 달한다.

‘돈맥경화’에 폭발력을 키워 가는 화약고를 끌어안고 있는 곳이 금융사다. 특히 이번 ‘돈 가뭄’이 불 붙인 PF 위기에 떨고 있는 곳은 증권과 보험·카드사 등 비은행권이다. PF 관련 은행 제재가 강화된 사각지대와 틈새를 파고든 곳이 이들 비은행권 금융사다.

PF는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먹거리다. 평균 연 10% 안팎의 대출이자가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고 ‘기준금리 0%대’ 시절에도 5%의 이자를 챙겼다. PF가 금융업계의 뇌관으로 부상하는 데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 PF는 부동산 사업의 ‘시작이자 끝’으로 불린다. 국내에선 수백억~수조원에 이르는 부동산 사업비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 부동산 시행업체 입장에선 당장 큰 자본 없이 PF를 활용해 대규모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PF 대출 중 보험사 비중 38%로 급증…시장선 “중소형 증권사가 더 위험”

문제는 PF의 대출 근거가 사업 가치(사업성)라는 데 있다. 신용·담보를 기준으로 돈을 빌려주는 일반 대출과 달리 해당 업체가 ‘앞으로 지을 부동산의 미래 가치’를 ‘저마다의 기준’으로 평가한다. PF를 해 준 금융회사는 해당 사업의 ‘토지매입→인허가→착공→분양→입주’까지 전 과정에 걸친 위험을 나눠서 지게 된다.

PF가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으로 부상한 것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다. 그 전까지만 해도 PF는 대개 은행(제1금융권)에서 취급했다. 자기자본이 충분하고 PF 진행 도중에 위험이 생겨도 은행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었다. 게다가 당시는 PF의 기본 전제가 건설사(시공사)의 지급보증이었다. 해당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겨도 건설사가 대신 빚을 갚겠다는 약속이다.

하지만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대우건설 등 건설사가 줄도산하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하자 건설사의 지급보증은 매력이 떨어졌다. 건설사도 지급보증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완공에 대한 의무만 지겠다는 책임 보증으로 선회했다.

은행 입장에선 감수해야 할 위험이 커진 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012년 37조5000억원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112조2000억원으로 세 배로 늘었다. 2012년 전체 PF 대출 잔액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65%였지만 현재는 25%에 불과하다.

커진 위험부담에 은행이 몸을 사리는 틈을 비은행권인 보험·증권·여전사 등과 저축은행·캐피털 등이 파고들었다. 2012년 13% 수준이었던 보험사의 PF 대출 비중은 10년 만에 38%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여전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7.4%에서 23.7%로 뛰었다.

업계에선 PF 비중이 커진 보험·여전사보다 증권업계를 우려한다. 자기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 증권사일수록 PF 의존도가 높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24곳)의 자기자본 대비 PF(브리지론+본PF) 비중은 평균 39%다.

연체율은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4.7%다. 지난해 말(3.7%)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019년 말(1.3%)과 비교하면 세 배 넘게 높아졌다.

최현주·김연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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