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차지한 무등산 정상, 이르면 내년말 시민품에  '급물살'

최경호 2022. 10. 2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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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방공포대를 이전하는 문제 등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3월 4일 광주광역시를 찾아 한 말이다. 그는 제20대 대선을 닷새 앞둔 이날 사전투표 후 무등산 방공포대 이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간 더불어민주당이 해결하지 못한 군부대 이전을 국민의힘에서 검토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는 대선 다음 날에도 광주를 찾아 “복합쇼핑몰 문제 등과 무등산을 시민에게 돌려드리는 문제를 인수위 차원에서 고민하겠다”고 했다.

3년 만에 정상 개방 행사가 열린 지난 8일 무등산에 오른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 전 대표의 발언 6개월여 후인 지난 9월 29일. 민주당은 방공포대 이전과 관련한 성과물을 먼저 내놨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이 국방부에 방공포대 이전을 압박한 끝에 긍정적인 답변을 끌어낸 게 시작이다. 그는 국회 국방위에 들어간 직후인 이날 무등산에서 열린 ‘현장 합동토의’에서 방공포대 이전을 위한 로드맵을 공개했다. 국방부와 광주시·무등산관리사무소 등이 내년 12월까지 이전을 위한 청사진을 내놓는 게 골자다.

당시 국방부는 “광주시가 부지만 결정하면 부대를 옮길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2015년 12월 3일 군부대 이전협약 후 지지부진하던 방공포대 이전이 급물살을 탄 순간이다. 7년여 전 국방부와 광주시 등은 이전협약을 맺고도 사업 진척이 없어 “선언적 구호에 그쳤다”는 말이 나왔다.

광주시장 “내년 상반기, 정상 통행로 낸다”

무등산 광석대. [뉴시스]

방공포대 이전에 물꼬가 트이자 광주시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11일 “내년까지 방공포대 이전을 목표로 용역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역 결과를 토대로 대상지를 선정해 내년 말까지는 부대 이전을 완료한다는 취지다. 앞서 강 시장은 내년 말 만료되는 무등산 정상 시유지 점유약정을 재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국방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강 시장은 군부대 이전에 앞서 무등산 정상을 상시 개방하는 계획도 공개했다. 현재 방공포대 철책 펜스를 안쪽으로 옮기고 전망대 변경 등을 통해 상시 통행로를 내는 방식이다. 광주시는 핵심 군사시설을 제외한 정상부 상시 통행이 내년 상반기에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2011년 첫 무등산 정상 개방 이후 군 당국과의 협의에 따른 총 25차례 군부대 개방 때는 총 45만여 명이 참여했다.

무등산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지정된 지질탐방 명소다. 항공포대가 주둔한 천왕봉·지왕봉·인왕봉 등 정상 3봉과 서석대·입석대 등 20곳의 지질명소가 있다. 이중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돌기둥이 절경을 이룬 입석대와 서석대는 2005년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됐다.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8700만~8500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화산폭발로 생성됐다. 세 차례 이상 분화하면서 정상부인 천왕봉과 입석대·서석대·광석대·신선대 등에 주상절리대가 형성됐다. 제주 바닷가 등 다른 주상절리대와 달리 해발 750m에서 정상인 1187m 고지대에 광범위하게 분포된 점도 특징이다.

단일 절리면의 크기 역시 세계 최대다. 한 면이 0.3∼7m인 5·6각형 모양인 절리대가 20∼40m 높이로 뻗어있다. 이런 내용은 2015년 9월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창열·허민 교수팀에 의해 지구과학 분야 권위지인 ‘지구, 행성과 우주(Earth, Planets and Space)’에 실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7월 13일 잠행 당시 무등산 서석대에 오른 모습. [뉴스1]

광주시와 시민단체 등은 무등산의 학술 가치를 근거로 방공포대 이전을 촉구해왔다. 군부대 주둔 후 정상부 지형과 지질학적 가치가 훼손됐다는 연구 결과 등이 나와서다. 무등산국립공원이 2016년 11월에 발표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1187m로 알려진 천왕봉이 군부대 주둔 후 4m가량 깎여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무등산 최고봉인 천왕봉 고도가 낮아진 원인으로는 정상부 군사시설 조성, 콘크리트 포장 등이 지목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천왕봉 주변이 꽃창포·정향나무·백작약·어리병풍 등 희귀식물 서식처라는 점에서 보전가치가 큰 것으로 본다. 강 시장은 “열여덟 국립공원 가운데 정상에 군 시설을 이고 있는 곳은 무등산이 유일하다”며 “빨리 무등산 정상을 옛 모습으로 복원해 시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실제 이전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7년여 전 국방부와의 군부대 이전협약에도 사업이 진척되지 못한 데다 이전 부지로 지목된 광주시 광산구 군공항 인근 주민 반발 등이 크다는 논리다. 광산구의회는 지난 17일에도 무등산 방공포대의 광주 군공항 이전 반대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광산구의회 “군공항 이전과 함께 검토돼야”

광산구의회 등은 “무등산 방공포대 이전은 광주 군공항 이전과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3년부터 이어진 군공항 이전 사업 또한 이전 부지가 없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서다. 광주시는 무기 체계의 운용 변화에 따라 방공포대가 산 정상에 위치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이전 후보지로 군공항 등을 검토해왔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을 끌어온 방공포대 이전은 결국 광주 군공항처럼 용지 확보가 관건”이라는 입장이다. 허민 전남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무등산 주상절리 보존을 위해서라도 군부대 이전이 필요하다”며 “국방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인 만큼 중앙정부 주도로 이전 부지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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