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청춘, 배우 여진구와 조이현이 꿈꾸는 사랑
Q : 11월 개봉하는 영화 〈동감〉 속에서 무전기를 통해서만 소통하죠. 두 분 오랜만에 만나는 건가요?
A : 여진구(이하 ‘진구’) 오랜만에 봤어요. 한 몇 개월 됐나?
A : 조이현(이하 ‘이현’) 크랭크업한 지 두 달 정도 된 것 같아요. 촬영하는 동안에도 사실 붙는 신이 없어 많이 마주치진 못했어요.
Q : 많이 만나지 못한 것치곤 꽤나 친해 보이던데요?
A : 이현 선배님은 드라마, 영화, 예능까지 오래전부터 활동을 해오셔서 제게는 연예인 같은 분이에요.(웃음) 작품들도 워낙 다 재미있게 봐왔고, 이런 대배우님과 촬영하게 돼서 너무 즐거웠어요.
A : 진구 왜 놀리는 거 같죠? 우리 나이 차이 얼마 안 나거든?(웃음)
A : 이현 저 아직도 기억나는 순간이 있는데, 번호를 알려주시면서 저에게 “선배님이라고 저장하는 건 아니지?”라고 물어보셨어요. 사실 그때 선배님이라고 쓰고 있었거든요.(웃음)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데, 먼저 다가와주셔서 저도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 두 사람을 이어준 작품은 2000년에 개봉한 영화 〈동감〉의 리메이크작이에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떤 감상이 들던가요?
A : 진구 1990~2000년대 멜로 영화를 자주 봤던 때가 있었어요. 시나리오를 받고 돌이켜보니 그때 봤던 작품 중 하나더라고요. ‘이런 작품을 내가 할 수 있다니’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풋풋한 20대 학생의 모습을 남길 수 있기도 하니까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시는 분들에게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나간 시대를 추억할 수도 있고, 지금을 돌아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작품이 될 거예요.
A : 이현 〈지금 우리 학교는〉처럼 워낙 강렬한 캐릭터를 주로 해와서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던 차에 들어온 선물 같은 작품이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특유의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분위기가 좋아 고민도 없이 바로 하겠다고 했죠. 원작이 워낙 유명한 만큼 잘해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Q : 원작과 반대인 설정이 흥미로워요. 진구 씨는 1999년의 ‘용’을, 이현 씨는 2022년의 ‘무늬’를 연기하죠.
A : 이현 ‘무늬’는 본인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친구예요. 결단력도 있고, 극 후반에 사랑을 놓고 고민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그것조차 주도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무늬’와 비슷한 면을 느끼기도 했어요.
A : 진구 ‘용’이라는 친구는 그동안 제가 연기했던 작품 중에 저와 가장 닮은 인물이지 않을까 싶어요. 성격도 그렇고 친구들과의 교우 관계도 비슷하고요. ‘용’이 살아가는 1990년대라는 시대적인 배경도 좋았어요. 이번 기회로 늘 궁금했던 시대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봤는데, 좋았어요. 마치 전생에 와 있는 듯한 느낌?(웃음)
Q : 무전기를 사이에 두고 ‘용’과 ‘무늬’는 어떤 대화를 나누나요?
A : 진구 여느 20대들이 고민할 법한 사랑과 꿈,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눠요.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기보다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그 자체만으로 힘이 되는 존재가 돼주죠. 시대를 넘어서서 이야기하는 이 순간도 기적이라고 믿고요. 연기하면서 내게도 이런 인연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A : 이현 각자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모르는 사이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럴 때 있잖아요. 가까운 이에게 말로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때. ‘용과’ ‘무늬’는 그런 거리감을 유지해요.
Q : 두 분은 고민을 털어놓는 편인가요, 들어주는 편인가요?
A : 진구 어떻게 보면 고민도 기브 앤드 테이크라고 생각해요.(웃음) 누군가 내 고민을 들어주면 나도 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고 싶죠. 저는 고민을 털어놓고 들어주는 것에 대한 부담은 느끼지 않는 사람인 것 같아요. 고민을 나누며 정이 쌓이는 것 같거든요. 서로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이 좋아요.
Q : 힘든 내색을 누군가에게 내보인다는 두려움은 없나 봐요.
A : 진구 결국 고민을 나눈 사람과는 오래 보게 되더라고요. 물론 내 안의 무언가를 꺼내 보이는 게 조심스러울 순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고민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나눈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덜하지 않을까요? 저희 영화도 그렇게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이 이야기가 유대를 나눌 수 있는 매개가 돼서요.
A : 이현 저는 고민을 들어주는 쪽이에요. 워낙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라 그런지, 고민이 생기면 저를 찾아오더라고요.(웃음) 오히려 제 고민은 혼자 삭이거나 지나가게 두는 편이에요.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생각하면서요.
Q : 고민을 털어놓는 이들에겐 어떤 이야기를 해주나요?
A : 이현 그저 “그랬구나”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다예요. 그래서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Q : 한 인터뷰를 통해 진구 씨에게 연애 상담을 하는 친구가 많다고 말했죠. 요즘은 어떤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어요?
A : 진구 사랑하며 느끼는 굉장히 평범하고 소소한 감정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잘 알아서라기보다는 작품을 통해 접하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 거기서 배우고 느끼는 것들을 전해주곤 해요.
Q : 마침 이번 작품에서 감정에 솔직한 사랑꾼의 모습을 보여준다고요. ‘용’을 통해선 어떤 면모를 배웠나요?
A : 진구 ‘용’이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에서 뭔가 꿈틀하더라고요. 저도 그렇고 요즘엔 사랑보다 현실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20대가 가장 물불 안 가리고 사랑에 뛰어들 수 있는 나이인데, 바쁘게 스펙만 쌓으면서 살아가는 게 맞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A : 이현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촬영하면서 느낀 건, 내가 바라는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인생을 내걸 수 있는 것이었어요. 영화 속에서만 보던 멋진 사랑을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한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지금의 나에겐 사랑보다 일과 친구가 먼저라는.(웃음)
A : 진구 각자의 성향이 있지만, 사랑은 그걸 변하게도 하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감수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그런 걸 보면 사랑은 흔하면서도 다양한 면이 있고, 그래서 참 어려운 감정인 것 같아요.
Q : 사랑에 대해 말해줄 무전기 속 누군가가 있다면 참 좋을 텐데요.
A : 진구 사랑꾼에게 조언을 한번 받아보면 좋겠어요. 워낙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해오다 보니 제 인생 자체가 커리어가 된 느낌이 있어요. 이현 씨가 말한 것처럼 ‘나는 사랑에 모든 걸 내던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가끔 해봐요. 사랑과 일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난 사랑을 선택할 수 있을까? 싶죠. 그럴 때 “사랑은 무조건 해야 해”라고 말해주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Q : 사랑을 선택한다고 해서 일을 잃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A : 진구 맞아요. 마음이 꿈틀했다는 건 그런 포인트였어요. 내 삶은 사랑보다 일에 좀 더 치중돼 있구나 싶었거든요. 생각해보면 일은 제가 노력한 만큼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사랑은 언제나 찾아오는 게 아닌데 그동안 왜 멀리 두고만 있었나 싶어요. 이제 한번 사랑에 무게를 둬볼까 싶은데 잘될지는 모르겠어요.
A : 이현 사랑을 하고 싶다고 바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게 문제인 거죠. 저는 지금 사랑을 너무 하고 싶은데.(웃음)
A : 진구 그건 나도 그래.(웃음)
A : 이현 지금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자꾸 미루게 되는 것 같지만,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사랑을 하고 싶어요.
Q : 막연히 그리는 사랑의 순간이 있어요?
A : 진구 옛날부터 꿈꿔왔던 모습이 있어요. 결혼해서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요. 자녀 계획도 세워봤어요. 아들, 딸, 딸.(웃음) 아내에게 아들, 딸 한 명씩 있는 것보다 딸 둘이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A : 이현 걸스 토킹, 좋죠.
A : 진구 그 모습을 보면 행복할 것 같아요. 마당에서 큰 강아지도 키우고요. 이런 로망은 있는데, 그 전에 해야 할 것이 참 많죠.(웃음)
A : 이현 결혼하신 분들이 그런 말 많이 하시잖아요. “저 사람이랑 결혼하게 될 줄 알았어”라고. 결혼에 대한 로망보다는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생긴다면 내일이라도 결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에요.
A : 진구 이게 진짜 낭만적인 것 같아요. 여건이 됐을 때 결혼을 결심하는 게 아니라 결혼하고 싶은 사람, 확신이 드는 사람을 만났을 때 결혼하겠다는 마음.
Q : 두 분 운명을 믿는군요.
A : 이현 완전 믿어요.
A : 진구 저도요. 운명은 있는 것 같아요.
Q : 운명을 믿는 두 사람에게도, 무전기로 소통하며 성장하는 ‘용’과 ‘무늬’에게도 지금은 빛나는 시기일 거예요. 지금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면 좋을까요?
A : 이현 전 집에서 시간 보내는 걸 참 좋아해요. 쉴 때는 침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거든요. 나중에 돌아봤을 때 지금 누워 있었던 걸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웃음) 지금처럼 집에서 쉬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도 필요한 거니까, “그때의 네가 옳았어!”라고 말해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A : 진구 지금이 기억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아요. 20대라는 나이, 청춘이라는 시기에 너무 얽매이거나 머무르지 않고 늘 최선을 다했던 평범한 날로 남았으면 해요. ‘나 26살 때 뭐 했더라? 지금처럼 열심히 살았던 것 같은데’ 그렇게 기억되면 좋겠어요.
Q : 마음껏 사랑도 하고요.
A : 진구 그럼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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