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단파 ‘팀킬’에 중화권 충격…“투쟁에 능한 전시내각” 진단
중화권 언론이 23일 공개된 시진핑(習近平) 3기 지도부의 변화에 우려를 쏟아냈다. 대만과 홍콩 유력지와 전문가는 새 지도부를 전시내각에 비유하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과 미·중 관계에서 더 전투적인 태세를 전망했다.
“시진핑은 매우 가혹한 외부환경에서 서방의 핍박과 괴롭힘에 맞서 과감하게 투쟁할 집권팀이 필요하다.” 홍콩 성도일보는 24일자 사설에서 시진핑 주석이 정치적으로 가장 충성스럽고, 일처리 능력이 뛰어나며 서로 친숙한 옛 부하를 대담하게 기용했다며 그 이유를 중국에 불리한 외부 환경으로 돌렸다.
“전시내각 꾸려 화친파 퇴출한 인사”
중도 성향의 대만 연합보도 같은날 새 지도부를 ‘투쟁그룹’으로 규정하면서 이들이 처한 정세를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신문은 “양안과 미·중 사이에 일전이 반드시 있을 것이며, 전쟁을 위해서는 ‘전시내각’을 꾸리고 이른바 ‘주화파(主和派)’ 퇴출이 전제”라며 “이 각도에서 보면 인사 구성에서 타협 방안이 돌연 사라진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양안의 일전은 시진핑 주석이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고 한 ‘대만 통일’을 의식한 해석으로 보인다. 이번 당 대회에선 수정된 당헌법(黨章)에 “‘대만독립’을 단호히 반대하고 억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새로 추가하고, 조국통일 표현을 강화했다. 수정안의 최종 표현은 선례에 따라 오는 27일 관영 신화사를 통해 공개될 전망이다.
홍콩 명보 역시 “관례 깬 정치인 집단, 시진핑의 새로운 집권팀은 전투내각”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이에 따르면 기존 정치국 상무위원 자오러지(趙樂際)와 왕후닝(王滬寧)의 서열을 바꾸고, 정치국에 여성을 제외했으며, 중앙위원회에 소수민족 비중도 크게 줄어드는 등 각종 파격 인사가 이뤄졌다.
특히 신임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발탁한 허웨이둥(何衛東·65) 상장의 경우 중앙위원이나 후보중앙위원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20차 당 대회 대의원조차 아닌데 서열 24위의 정치국 위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대만을 담당한 동부전구 사령관 경험을 높이 산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전시 내각인 근거로 안보팀의 강화도 들었다. 중앙서기처 제1서기로 이데올로기를 담당하게 될 차이치(蔡奇·67) 신임 상무위원은 베이징 서기를 맡기 직전에 중앙 국가안전판공실 상무부주임을 맡았다. 중국의 국정원 격인 국가안전부를 지난 2016년부터 지휘한 천원칭(陳文淸·62) 부장이 공안·사법을 총괄하는 막강 권력의 정법위 서기를 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에서 정법위는 ‘칼자루[刀把子]’로 불리며 ‘총자루[槍杆子·촹간쯔]’ 군대와 ‘붓자루[筆杆子·비간쯔]’ 문화·선전 분야에 비등한 실권을 휘두른다. 공안부장에 갓 취임한 왕샤오훙(王小洪·65)도 중앙서기처 진입에 성공하며 전시내각의 핵심 멤버로 부상했다.
1969년 문혁 당시 당 대회 그림자 비쳐
학자들의 평가는 더욱 냉엄하다. 홍콩의 국제정치학자 사이먼 선(沈旭暉)은 “세계는 환상을 버리고 투쟁을 준비해야”한다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20차 당 대회를 분석하면서 공산주의청년단 계열의 몰락을 ‘팀킬(Team Kill)’로 묘사했다. 리커창(李克强·67)과 왕양(汪洋·67)이 정치국 상무위에서 퇴진하고, 후춘화(胡春華·59)가 뚜렷한 실책 없이 정치국원에서 상무위 진입이 아닌 중앙위원으로 강등당한 것은 지난 1989년 6·4 당시 자오쯔양(趙紫陽)을 지지했다가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중앙위원으로 강등된 후치리(胡啓立·93) 이후 처음이라면서다.
개혁·개방 성향의 공청단파를 대신해 상무위를 차지한 리시(李希), 리창(李强), 차이치, 딩쉐샹(丁薛祥)의 공통 특징도 열거했다. 시진핑 측근이자 동향, 이념적으로 강경파이며, 이력이 지방 근무나 시진핑 비서 경력에 국한되고, 중앙 근무 경력이 일천하며, 민간 지지도가 낮아 시 주석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등이다.
경제와 외교 양축에서 미국통으로 활약했던 류허(劉鶴)와 양제츠(楊潔篪)의 퇴진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늑대전사로 유명세를 치른 친강(秦剛) 현 주미대사가 내년 3월 외교부장을 맡게되면 중국의 전랑외교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경제적으로는 중앙 정부의 독점이 강화되는 국진민퇴 속에서 많은 민간영역과 산업이 공공재로 바뀌는 ‘공산화(公産化)’를 우려했다.
선 박사는 이번 당 대회를 문화대혁명 기간인 1969년 열렸던 마오쩌둥의 9차 당 대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면서 당헌법에 포함된 “투쟁 정신을 발양하고 투쟁능력을 향상한다”는 문구에 주목했다. 젊은 시절 마오쩌둥의 “하늘과 더불어 싸우니 즐거움이 무궁하고, 땅과 싸우니 즐거움이 무궁하고, 사람과 더불어 싸우니 즐거움이 무궁하다”는 투쟁관과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결국 “투쟁능력 향상”은 마오쩌둥 어록을 흔들던 홍위병과 반중 시위대를 구타한 영국 총영사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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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일보 1~2면 시진핑 독사진 도배
한편,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4일 1면을 시진핑 독사진으로 도배하며 집단지도체제의 종식을 공식화했다. 5년 전 19차 당 대회 당시 편집과 같은 형식으로 지면 절반 크기의 사진과 중외기자 상견례 단상에 오른 7명의 신임 상무위원 사진 두 장으로 편집했다. 2면도 20기 1차 전원회의와 20차 당 대회 대의원 2300여명과 기념사진을 찍은 시진핑 사진으로 도배했다. 나머지 상무위원 소개와 3면, 정치국 위원은 4면으로 밀렸다. 총서기와 상무위원을 거의 비슷한 크기의 사진으로 1면에 소개하던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시기와 달라진 시진핑 시대를 상징했다. 대신 마오쩌둥의 전면 통사진으로 1면을 편집하던 시기와는 차별화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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