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1당지배 넘어 ‘1인천하’ 완성
시진핑(習近平·69) ‘일인천하’ 시대의 대관식이 23일 정오(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 3층 국빈만찬 장소인 금색대청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중국공산당(중공) 제20기 제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선출한 신임 상무위원 7명이 서열 순으로 들어서는 것으로 시작했다.
7명은 시진핑(당 총서기·중앙군사위 주석 당선, 내년 3월 국가주석 연임 예정), 리창(李强·63, 총리 예상), 자오러지(趙樂際·65,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예상), 왕후닝(王滬寧·67, 전국정협 주석 예상), 차이치(蔡奇·67, 중앙서기처 서기), 딩쉐샹(丁薛祥·60, 상무부총리 예상), 리시(李希·66, 기율검사위 서기) 순서로 붉은색 단상에 올랐다.
현장의 내외신 기자 600여 명 사이에서 놀라움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100% 시진핑 친위대를 연상케 하는 측근 일색의 인사여서다. 전날 새로운 중앙위원 205명에 이름을 올렸던 후춘화(胡春華·59) 부총리까지 탈락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이날 3연임 일성으로 ‘인민’을 외쳤다. 그는 “인민은 가장 견실한 의지이자 가장 강대한 저력”이라며 “인민과 비바람을 맞으며 같은 배를 타고, 인민과 마음이 통하고, 인민과 생각을 같이하고, 인민의 부탁을 행하며,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인민의 소망을 끊임없이 현실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로정치·집단지도체제 없어지고 ‘67세 잔류, 68세 은퇴’ 깨져
통역을 포함해 30분간의 연설 동안 시 주석은 인민을 17차례 외쳤다. 그가 조만간 ‘인민영수’ 칭호를 얻으리란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는 이유다.
시 주석이 강조한 또 다른 메시지는 ‘중화민족’이었다. 그는 “우리는 끊임없이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새로운 장을 쓰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열성적으로 일에 몰두하고 책임지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만들려는 향후 최소 5년의 중국은 ‘중화의 부흥’임을 국내외에 선포한 것이다.
“지정좌석, 당연석, 관례에 의지해선 안 된다.” 시진핑 3기가 출범한 이날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장문의 기사에서 시 주석의 인사지침을 ‘기존 인사 관례 파괴’로 정의했다. 이번 인사는 시 주석이 2020년 말에 직접 기획한 뒤 지난 9월 7일 상무위에 처음 공개됐다. 시 주석은 “사람을 뽑고 쓰는 데 가장 우선은 ‘정치 표준’”이라고 강조했는데 중국 정계에서 ‘정치 표준’은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이후 유지됐던 여섯 가지 인사 관행이 모두 깨졌다. 첫째, 은퇴 지도자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원로정치가 사라졌다. 대만 연합보는 23일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의 전날 퇴장과 함께 원로정치도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둘째, 칠상팔하(七上八下)다.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67세는 남고, 68세는 은퇴하던 관례가 깨졌다.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을 대표해온 67세의 리커창 총리와 왕양 정협 수석이 퇴장했다.
셋째, 나이 기준이다. 중앙위원(205명)과 중앙정치국(24명) 진입에 59세, 64세를 기준으로 가르던 문턱도 사라졌다. 넷째, 집단지도체제다. 중공은 분파나 파벌은 인정하지 않지만, 상하이방·공청단파의 좌장은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에 시 측근 일색으로 인사가 이뤄지면서 집단총통제로 불리던 집단지도체제가 사라졌다.
다섯째, 원로가 은퇴하며 후계자를 추천하던 권한도 박탈했다. 이번 인사로 은퇴한 원로들은 자신의 안위를 보호하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섯째, 최고지도자가 차차기 지도자를 정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이다. 덩샤오핑은 한 세대를 건너 후진타오를, 장쩌민은 차차기로 시진핑을 지정했다. 그런데 후진타오가 지정했던 후춘화가 이번에 상무위원은 고사하고 정치국 진입도 무산됐다. 시진핑 원톱 시대는 앞으로 중국 안팎에 큰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향후 미·중 관계와 관련, ‘중국을 유일한 전략적 경쟁자’로 지목(미 국가안보전략)한 미국과 ‘중국식 현대화를 통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천명(당 대회 업무보고)한 중국의 갈등이 더욱 거칠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 16일 당 대회 업무보고에서 ‘투쟁’이란 단어를 17번이나 사용하면서 목표 달성을 위해 경제적 압박과 원색적인 비난을 마다치 않는 이른바 ‘전랑외교(늑대전사외교)’를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 중국의 기본 대외정책 방향성이나 미·중 관계에서 의미 있는 구조적 변화는 나타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며 “한국은 구조적 도전 요인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은 “현재의 엄중한 경제위기는 지난 10년간 총리를 맡은 리커창 책임으로 돌리고 내년 3월 새 정부 구성까지 리창에게 힘을 실어줄 전망”이라며 “시 주석이 첫 연설에서 인류 공동의 가치와 천하대도(天下大道) 같은 거대 담론을 말한 것을 보면 당장 미국과의 경제 충돌보다는 민주·인권 공세에 맞서 이데올로기 경쟁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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