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진실은 늘 악보의 행간에 있죠"

류태형 2022. 10. 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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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 교향곡 연주에 특화된 브루크너 오케스트라 린츠가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사진 오른쪽 마르쿠스 포슈너가 지휘봉을 잡는다. [사진 인아츠프로덕션]

브루크너 오케스트라 린츠(BOL)가 26일과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26일 브루크너 교향곡 5번, 27일에는 코리올란 서곡, 협주곡 1번(조재혁 협연), 교향곡 7번 등 베토벤 작품들만 연주한다. BOL은 1802년 개관한 오스트리아 린츠 주립극장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다 1967년 현재의 명칭을 얻었다. 브루크너 탄생일인 9월 4일부터 사망일인 10월 11일까지 린츠에서 열리는 브루크너 페스티벌의 메인 오케스트라이기도 하다.

클래식 애호가의 속어 중에 B.M.W가 있다. 자동차가 아닌 ‘브루크너, 말러, 바그너’란 뜻이다. 진지한 애호가들이 평생 추구하는 음악이다. 이 가운데 브루크너 교향곡은 그동안 국내 무대에서 4번, 7번, 8번, 9번이 많이 연주됐다. 이번에 BOL이 연주하는 교향곡 5번은 좀처럼 듣기 힘들지만 80분 동안 빠져들게 만드는 대작이다.

첫 내한공연의 지휘봉은 마르쿠스 포슈너(51)가 잡는다. 뮌헨 음악원에서 로저 노링턴과 콜린 데이비스에게 배웠고 베를린 코미셰 오퍼 카펠마이스터, 브레멘 필 음악감독을 지냈다. 올해 7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개막 무대에서는 코로나 감염으로 개막 직전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된 피에타리 잉키넨(KBS교향악단 음악감독) 대타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지휘해 호평받았다. “우리의 브루크너 교향곡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포슈너에게 e메일로 질문을 던졌다.

Q : 교회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A : “어린 시절 아버지의 합창단에서 노래로 브루크너의 음악을 처음 접한 이후로 다른 작곡가에서는 볼 수 없는 따뜻하고 신비하며 크고 넓은, 독특한 분위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Q : 한때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다.
A : “10대 때 처음으로 번 돈을 마일즈 데이비스, 오스카 피터슨, 키스 자렛 등의 음반을 사는데 투자했다. 이들 앨범들의 멋진 솔로 부분들을 피아노로 익히는 데 열중했다. 최고의 조기 청각 훈련이었다. 지금까지 피아노를 멈춘 적 없다. 앞으로 몇 개월 동안은 피아노 연주회가 계획돼 있다. 집에 있는 그랜드 피아노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Q : 콜린 데이비스와 로저 노링턴에게 지휘를 배웠다. 기억에 남는 가르침은 뭔가?
A : “두 분은 달랐지만 모두 각자의 특정 레퍼토리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충만했다. 데이비스의 지휘 기술과 우아함은 범접할 수 없었다, 노링턴의 고전과 낭만 음악에 대한 믿기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지식 역시 인상적이다.”

Q : BOL이 연주하는 브루크너는 다를 수밖에 없을 거라 공언했다. 어떤 점이 다른가?
A : “음악을 표현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브루크너 음악의 기본을 이루는 랜틀러·폴카·왈츠 등 오스트리아 민속 음악의 전통에 익숙한 오케스트라는 극소수다. 기보법만으로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없다. 악보에 템포와 아티큘레이션(각 음을 분명하고 명확하게 연주하는 것)에 대한 지시는 있지만, 텍스트를 생기 있게 만들고 올바른 ‘그루브’를 찾게 해주는 진정한 프레이징에 대한 정보는 없다. 음악의 진실은 늘 악보의 행간에 숨겨져 있다.”

Q : 지휘하면서 느끼는 BOL의 특징은?
A : “수십 년 동안 정기적으로 브루크너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드문 오케스트라다. 단원들은 이 모든 레퍼토리를 글자 그대로 ‘마음’으로 알고 있다. 리허설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다른 이들이 가보지 못한 곳에서 출발한다.”

Q : 카프리치오(Capriccio) 레이블에서 BOL 등과 함께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의 모든 버전(판본)을 녹음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브루크너 탄생 200주년인 2024년 완결된다. 이 기획의 의의는?
A : “오스트리아 악단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일지 모르겠다. 사운드·조음·아티큘레이션·다이내믹스(강약진폭) 및 프레이징에 대한 의문에 관해 여전히 진부한 아이디어와 오해가 많은데, 브루크너 인스티튜트와 협력하여 그의 음악에 대한 진정한 접근 방식을 발견하고 확립하려고 노력했다.”

Q : 브루크너 교향곡을 어려워한다.
A : “이 교향곡이 처음 듣는 즉시 이해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미 많은 연주를 했음에도 매 순간 새로운 면과 디테일을 발견한다. 기본적으로 절대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트릭이나 정보는 없다. ‘이해’할 것이 없다는 의미다. 귀를 열고 눈을 감아보라. 이것이 당신이 해야 할 전부다.”

Q : 내한공연에서 브루크너뿐 아니라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 협주곡 1번, 교향곡 7번을 지휘한다. 베토벤을 해석하는 관점을 듣고 싶다.
A : “베토벤은 19세기 모든 교향곡의 중심일 뿐 아니라 내 영웅 중 한 사람이다. 음악에 대한 그의 힘과 혁명적 아이디어는 독특하다. 특히 교향곡 7번은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다.”

Q : 올해 말과 내년의 중요한 계획은?
A : “서울 공연 직후, 곧바로 미국으로 가서 데뷔 무대를 갖는다. 이후에는 암스테르담으로, 이후 멋진 콘서트들이 있는 빈으로 간다. 내년 3월 말 린츠에서 바그너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를 지휘한다. 이후에는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위해 다시 바이로이트에 간다.”

류태형 객원기자·음악칼럼니스트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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