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퇴장했나 퇴장당했나…‘리틀 후’ 후춘화도 몰락
22일 중국공산당(중공) 제20차 당 대회의 폐막식 도중 후진타오(胡錦濤·80) 전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진행요원의 부축을 받으며 퇴장한 사건의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에선 이날 인사와 당헌법(黨章) 개정으로 1인 체제를 확립한 시진핑(習近平·69) 중공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당 원로의 간섭을 막기 위한 ‘경고’ 차원에서 후 전 주석을 강제로 퇴장시킨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반대로 후 전 주석이 자신이 좌장 격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계열의 리커창(李克强·67) 총리와 왕양(汪洋·67)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등이 최고지도부인 20기 정치국 7인 상무위원은 물론 205명의 중앙위원에서도 탈락하자 항의 표시로 자진 퇴장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공청단 중앙서기장 출신으로 ‘리틀 후’로 불리며 후 전 주석의 후계자로 꼽혔던 후춘화(胡春華·58) 부총리의 상무위원 신규 진입이 무산된 데 불만을 표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후 부총리는 16세에 베이징(北京)대에 수석 입학한 인물로 오지인 시짱(西藏·티베트) 자치구의 공청단 간부로 근무하다 1988~92년 이 지역 당서기였던 후 전 주석에게 발탁돼 중앙에 진출했다. 2012년 25명의 정치국원에 최연소로 뽑혔지만 이번엔 24명(19기엔 25명)의 20기 정치국원에서 배제됐다. 이번에 시진핑 3기 중공 지도부에서 밀려나 사실상 몰락한 후 전 주석 계열의 공청단파는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은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시 주석의 측근이 부상했다. 23일 중국 인민대회당에는 시 주석의 뒤를 이어 리창(李强·63) 현 상하이시 당서기, 자오러지(趙樂際·65)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왕후닝(王滬寧·67) 중앙서기처 서기, 차이치(蔡奇·67) 베이징시 당서기, 딩쉐샹(丁薛祥·60) 당 중앙판공청 주임, 리시(李希·66) 광둥(廣東)성 당서기 등 차기 7인 상무위원이 차례로 입장했다. 유임된 자오러지와 왕후닝 외에 신규 진입한 네 명은 모두 시자쥔(習家軍·옛 부하 출신의 시 주석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후의 중도 퇴장은 22일 오전 11시10분(현지시간)쯤 20기 중앙위원 선출을 마치고 내외신 기자들이 행사장에 입장하기 시작한 직후에 벌어졌다. 후는 옆자리의 시 주석과 상무위원인 리잔수(栗戰書·72)·왕후닝과 몇 마디 나눈 뒤 진행요원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를 떠났다. 20차 당 대회 대의원인 당 중앙판공청의 쿵사오쉰(孔紹遜) 부주임도 후의 퇴장을 도왔다.
후는 퇴장 과정에서 시 주석의 등을 치며 말을 건넸으며, 리 총리의 왼쪽 어깨를 살짝 잡기도 했다. 퇴장 뒤 행사 도우미가 주석단에 차를 따를 때 후의 찻잔도 채웠지만, 그는 자리에 돌아오지 않았다. 후의 퇴장에 대한 중공의 공식 반응은 즉각 나오지 않았다. 이날 자정 무렵 관영 통신사인 신화사가 운영하는 신화망의 기자가 영문 트위터에 “후진타오는 최근 요양 중에도 폐막식 참석을 고집했지만, 행사 중 몸 상태가 나빠져 건강을 위해 회의장 옆 휴게실에서 쉬었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는 글을 올렸다. 정치 행사를 잘 짜인 각본에 따라 진행하는 중난하이(中南海·중국 최고지도부)의 특성상 이번 사건이 단순 해프닝일 가능성은 작다는 평가다. 하지만 어느 쪽이, 왜 일을 벌였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베이징=신경진·박성훈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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