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위대로 지도부 채운 '1인천하'…시진핑, 종신집권 길 열었다

신경진, 이세영 2022. 10. 23. 18: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대회당 금색대청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외 기자 대면식’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시진핑(習近平·69) ‘일인천하’ 시대의 대관식은 화려한 황금색과 붉은색 사이에서 열렸다. 23일 정오(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 3층 국빈만찬 장소인 황금색의 금색대청으로 중국공산당(중공) 제20기 제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선출한 신임 상무위원 7명이 서열순으로 들어섰다.

시진핑(당 총서기·중앙군사위 주석 당선, 국가주석 내년 3월 연임 예정), 리창(李强·63, 총리 예상), 자오러지(趙樂際·65,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예상), 왕후닝(王滬寧·67, 전국정협 주석 예상), 차이치(蔡奇·67, 중앙서기처 제1서기 예상), 딩쉐샹(丁薛祥·60, 상무부총리 예상), 리시(李希·66, 기율검사위 서기 예상) 순서로 붉은색 단상에 올랐다. 이들 신 지도부는 시 주석을 중심으로 좌우 도열했다. 이들이 입장할 땐 현장의 내외신 기자 500여명 사이에서 놀라움의 탄성이 튀어나왔다. 100% 시진핑 친위대를 연상시키는 측근 일색의 인사여서다. 전날 새로운 중앙위원 205명에 이름을 올렸던 후춘화(胡春華·59) 부총리까지 탈락해 예상을 뛰어넘었다.

취재진에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든 시 주석은 3연임 일성으로 ‘인민’을 외쳤다. 그는 “인민은 가장 견실한 의지이자, 가장 강대한 저력”이라며 “인민과 비바람 맞으며 같은 배를 타고, 인민과 마음이 통하고, 인민과 생각을 같이하고, 인민의 부탁을 행하며,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인민의 소망을 끊임없이 현실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역을 포함해 30분 연설 동안 시 주석은 인민을 17차례 외쳤다. 이로서 시 주석이 조만간 ‘인민영수’ 칭호를 얻으리라는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종신 집권한 마오쩌둥의 ‘위대한 영수’ 호칭과 비슷한 ‘인민 영수’로 위상을 높혀 집권의 근거로 삼을 것이라는 얘기다.

시 주석이 또 강조한 메시지는 ‘중화민족’이었다. 그는 “우리는 끊임없이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새로운 장을 쓰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열성적으로 일에 몰두하고 책임지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만들려는 향후 최소 5년의 중국은 ‘중화의 부흥’ 임을 국내외에 선포한 것이다. 향후 국내 통합과 대외 관계에서 중국 지상주의 리더십을 고수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다.


최고 지도자 충성이 인사원칙


“지정좌석, 당연석, 관례에 의지해선 안 된다.” 시진핑 3기가 출범한 이 날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앙위원 선출 과정을 담은 장문의 기사에서 시 주석의 인사 지침을 ‘기존 인사관례 파괴’로 정의했다. 이번 인사는 시 주석이 지난 2020년말에 직접 기획한 뒤 지난 9월 7일 상무위에 처음 공개됐다. 시 주석은 “사람을 뽑고 쓰는 데 가장 우선은 ‘정치 표준’”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계에서 정치 표준은 최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의미한다.

원로 권한 박탈, 집단지도제 소멸


이에 따라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이후 유지되어 온 여섯 가지 인사 관행이 모두 깨졌다.
첫째, 은퇴 지도자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원로정치가 사라졌다. 대만 연합보는 23일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의 전날 퇴장과 함께 원로정치도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둘째, 칠상팔하(七上八下)다.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67세는 남고, 68세는 은퇴하던 관례가 깨졌다. 69세의 시 주석 외에도 72세의 장유샤(張又俠), 69세 왕이(王毅)가 정치국에 잔류·진입했다. 셋째, 나이 기준이다. 정치국과 중앙위원 진입에 59세, 64세를 기준으로 가르던 문턱도 사라졌다. 넷째, 집단지도체제다. 중공은 분파나 파벌은 인정하지 않지만, 상하이방·공청단파의 좌장은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에 시 측근 일색으로 인사가 이뤄지면서 구룡치수(九龍治水)·집단총통제로 불리던 집단지도체제가 사라졌다. 다섯째, 원로가 은퇴하며 후계자를 추천하던 권한도 박탈했다. 이번 인사로 은퇴한 원로들은 자신의 안위를 보호하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섯, 최고지도자가 차차기 지도자를 정하는 ‘격대지정’이다. 덩샤오핑은 한 세대를 건너 후진타오를, 장쩌민은 차차기 시진핑을 지정했다. 그런데 후진타오가 지정했던 후춘화가 이번에 상무위원은 고사하고 정치국 진입도 무산됐다.
관영TV, 후진타오 퇴장 보도 안해
시진핑 시대는 관영 매체가 널리 알렸다. 전날 중국중앙방송(CC-TV) 메인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는 20차 당 대회 폐막 뉴스를 40분짜리 한 꼭지로 보도했다. 중간에 퇴장한 후진타오 주석이 기립해 국가를 부르고 중앙위원 기표지를 투표함에 넣는 장면까지 담았지만 퇴장하는 모습은 생략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 역시 1면에 후진타오 전 주석의 사진을 싣고 당의 단합을 과시했다.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대회당 금색대청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외 기자 대면식’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시진핑 독주 ‘두려움의 정치’ 펼칠 듯


시진핑 원톱 시대는 중국 안팎에 큰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손인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부원장은 시진핑 독주에 “마오쩌둥이 홍위병 세대에게 심어 놓은 생각의 씨앗이 덩샤오핑의 ‘구시대’를 지나 시진핑 ‘신시대’에 들어 꽃을 피우며 중국의 대내외 정책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안 통치를 연상시키는 ‘두려움의 정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손 부원장은 “마오쩌둥 집권기 잠재적인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을 설정해 중국 내에서 두려움을 자극하면서 공포를 활용해 권력을 강화하고 사회를 통제했다”며 “마찬가지로 새로운 공산당 지도부도 과장된 위기의식 및 안보 담론으로 당 엘리트의 단합과 분투의 의지를 높이면서, 사회적으로는 당과 시진핑의 강력한 영도를 수용하고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설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단 경제 위기가 시 주석의 과제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은 “엄중한 경제 위기는 지난 10년간 총리를 맡은 리커창 책임으로 돌리고 내년 3월 새로운 정부 구성까지 리창에게 힘을 실어줄 전망”이라며 “시 주석이 연임 첫 연설에서 인류 공동의 가치와 천하대도(天下大道) 같은 거대 담론을 말한 것은 미국과 경제 충돌 보다는 민주·인권 공세에 맞서 이데올로기(이념) 경쟁에 주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3일 차기 총리에 내정된 리창 현 상하이 서기가 인민대회당 금색대청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외 기자 대면식’에서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23일 차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에 내정된 자오러지 현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인민대회당 금색대청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외 기자 대면식’에서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23일 차기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에 내정된 왕후닝 현 중앙서기처 서기가 인민대회당 금색대청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외 기자 대면식’에서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23일 신임 중공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된 차이치 현 베이징 서기가 인민대회당 금색대청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외 기자 대면식’에서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23일 차기 상무부총리에 내정된 딩쉐샹 현 당중앙판공청 주임이 인민대회당 금색대청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외 기자 대면식’에서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23일 차기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에 내정된 리시 현 광둥성 서기가 인민대회당 금색대청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외 기자 대면식’에서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