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유동성 50조+α 확대"..이창용 "SPV 재가동 필요시 논의"(종합)

문제원 2022. 10. 2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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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은,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개최
레고랜드發 자금시장 경색에 대응책 논의
추경호 "유동성 공급프로그램 '50조 +α'"
이창용 "SPV 재가동 필요시 금통위 논의"
통화정책 두고는 "전제조건 바뀌지 않아"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 회의 시작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강원도 레고랜드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 사태 등으로 유동성 위기 우려가 커지자 정부와 한국은행이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한은은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국채 외 은행채와 공공기관채를 포함하는 방안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은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2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추 부총리 등은 최근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커지자 약 한달 만에 다시 만났다.

추경호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50조 +α' 확대

추 부총리는 "최근 회사채 시장과 단기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확산, 유동성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시장안정조치에 더해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 플러스알파 규모로 확대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가동하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이다.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채안펀드는 1조6000억원 규모의 가용재원을 우선 활용해 24일부터 시공사 보증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또 추가 펀드 자금요청(capital call) 작업도 속도를 내 다음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집행토록 하고 필요시 추가조성도 추진한다.

추 부총리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이 운영하는 회사채 및 CP 매입 프로그램의 매입 한도를 기존 8조원에서 16조원으로 2배로 확대하고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발행한 CP도 매입 대상에 포함함으로써, 부동산 PF-ABCP 관련 시장 불안을 안정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PF-ABCP 차환 어려움 등으로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한국증권금융이 우선 자체 재원을 활용해 3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이날 "최근 채권시장 불안에 여러 요인이 있지만 금리가 정말 갑작스럽게 오른 게 주된 요인이라는 것을 안다"며 "시장과 좀 더 긴밀히 대화해 민간의 어려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 원칙이나 방법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다 할 것"이라며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유예도 필요하면 더 할 거고 예대율 규제도 시장과 대화하며 필요한 것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최상목 경제수석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윤동주 기자 doso7@

이창용 "SPV 재가동 등 필요시 금통위 논의"

이창용 총재는 경색된 자금시장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2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대출 적격담보 대상 증권에 공공기관채와 은행채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들은 한은으로부터 대출할 때 국채·통화안정화증권·정부보증채 등 국공채만을 담보(적격담보증권)로 제공한다. 만약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도 포함되면 은행은 이미 보유한 은행채를 대출 담보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금 조달 압박을 덜게 된다.

이 총재는 대출 적격담보 대상 증권에 공공기관채와 은행채를 포함시키는 방안이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적격담보 대상 증권 확대 정책이 가져올 효과는 금주 금통위에서 논의해 자세히 말하겠다"며 "여기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SPV 재가동이나 금융안정특별대출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SPV 등 다른 방안은 이번 대책에서는 빠졌는데 앞으로 이번 방안이 시장에 미칠 영향과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금통위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한은에 요청하고 있는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는 일반기업이나 증권사·보험사·은행 등 금융회사로부터 한은이 우량 회사채(AA- 이상)를 담보로 받고 대출해주는 것으로, 비상시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통화정책 기조에 대해선 최근 자금시장 경색 국면에도 불구하고 전제조건은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 발표한 시장 방안은 최근 자산유동화어음(ABCP) 시장 중심으로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상황에 대한 미시적 조치"라며 "거시적 측면에서의 통화정책에 대한 운영과 배치되거나 전제조건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으로 회사채·CP 시장의 자금·신용 경색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는 계속하겠지만 물가상승 압박을 줄이기 위한 금리인상 중심의 통화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 회의를 마친 후 회의 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윤동주 기자 doso7@

추경호 "지자체 보증 ABCP, 의무 성실히 이행할 것"

추 부총리는 이날 "부동산 PF 불안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며 "지자체 보증 ABCP에 대해서는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예정임을 다시 한번 확약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강원도가 ABCP에 대한 보증 이행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자금시장 경색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목적의 발언으로 분석된다.

앞서 강원도 산하 강원중도개발공사(GJC)는 2020년 레고랜드 건설자금 조달을 위해 특수목적회사(SPC)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하고 2050억원 규모 ABCP를 발행지만 이달 부도처리됐다. 지자체가 보증해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ABCP까지 부실이 나면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금리가 크게 오르는 등 자금시장 전반이 급속도로 냉각됐다.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르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회사채와 국고채 금리 차이인 신용스프레드도 올 초 대비 2배로 벌어져, 일반 기업들의 차입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시장 불안 조성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금융기관 등 시장참가자들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시장동향과 애로사항을 즉시 파악해 대처하겠다"며 "시장 불안을 조성하는 시장교란 행위 및 악성루머 등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도 이와 관련해 "금감원이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이나 유동성과 관련한 여러 정보를 잘 챙기고 있다"며 "그런 상황 인식, 정보에 비춰볼 때 몇 가지 이슈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시장교란적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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