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놀란 일본 '복면' 시장 개입 ..'7엔 방어' 효과는 미지수

김현예 2022. 10. 2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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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엔화가치 추락을 막기 위해 올해 들어 두 번째 시장 개입에 나선 데 대해 일본 언론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정부 주도로 달러를 팔고 엔화를 시장에서 사들였지만, 외환개입 자체를 언제 했는지 여부조차 밝히지 않는 ‘복면(覆面) 개입’이어서다.

지지통신과 요미우리신문은 23일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지난 21일 자정부터 22일 새벽까지 이틀에 걸쳐 이례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엔저)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넘어섰다. 연합ㄴ스


엔화는 올해 들어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달러 대비 30% 이상 가치가 하락했다. 지난 21일 오후 9시 40분경, 엔화는 1달러당 151.9엔을 기록했는데, 엔화가 이만큼 떨어진 것은 32년만의 일이었다. 시장에서 일본 정부가 시장 개입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151엔대를 찍은 지 2시간 반 만에 144엔대까지 엔화가치가 솟았다. 약 7엔에 달하는 엔화 변동이 있었는데, 일본 정부는 시장 개입 사실에 함구했다. NHK 등 일본 언론은 엔화 약세 제동을 걸기 위해 개입 사실을 밝히지 않은 '복면 개입'이라고 전했다.

호주를 방문 중이었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외환 시장 개입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구체적으로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답을 피했다. 대신 “투기에 의한 과도한 변동은 용납할 수 없다”는 말만 남겼다.


30조원 풀었던 일본, 두 번째 개입 효과 '미지수'


일본이 올 들어 외환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9월 22일 일본 정부는 공개적으로 외환개입 사실을 알린 바 있다. 당시 일본은행과 재무성은 우리 돈으로 약 30조원을 투입해 환율 방어를 했다. 외환시장에 하루 개입한 금액으론 사상 최대였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당시 달러당 145.9엔이었던 엔화 가치는 환율 개입 후 140엔대까지 하락했지만 한 달 만에 151엔대로 다시 추락했기 때문이다.

이번 '복면개입' 효과에 대해서도 미국 금융시장 조사회사인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칼 와인버그 대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큰 데다, 일본의 무역수지가 적자상태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일본 정부가 밝힌 무역 적자 규모는 약 105조원대로, 사상 최대다. 칼 와인버그 대표는 일본 경제가 침체해 있다는 점도 엔화 약세 배경으로 꼽았다. ‘시장 개입’이 아닌 일본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왼쪽)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 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이 자리에서도 경기부양을 위해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할 방침을 밝혔다. 연합뉴스


올해 안에 ‘160엔대 온다’ 전망도


일본 정부가 대규모로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였지만, 엔저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상당하다. 오는 12월 미국 중앙은행에 해당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는 제로(0%) 금리를 유지하며 돈 풀기 정책을 계속할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고 있어서다.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도 일본은행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엔저는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일본 경제평론가 가야 게이이치(加谷珪一)는 TV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일본 금리 차가 당분간 좁혀지지 않을 전망으로, 환율도 엔화 약세가 지속하기 쉬운 상황”이라면서 “지금 시장 기세로 볼 때 올해 안에 160엔에 도달해도 놀랍지 않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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