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퇴장 미스터리…그가 떠난 뒤에도 찻잔은 채워졌다

신경진, 이세영 2022. 10. 2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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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열린 중국공산당(중공) 제20차 당 대회 폐막식에서 후진타오(胡錦濤·80) 전임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행사 도중 진행 요원의 부축을 받으며 퇴장했다.

이날 인사와 당헌법(黨章) 개정을 통해 1인 독주 체제를 확립한 시진핑(習近平·69) 중공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당 원로의 간섭을 막기 위한 ‘경고’ 차원에서 후진타오를 강제로 퇴장시킨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관영 신화사가 영문 트위터를 통해 “후의 건강이 원인”이라는 해명을 내놔 주목된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퇴장은 이날 오전 11시 10분(현지시간) 경 20기 중앙위원 선출을 마친 뒤 내외신 기자의 폐막식장 입장이 허용된 직후 벌어졌다. 후진타오는 옆자리의 시진핑과 상무위원 리잔수(栗戰書), 왕후닝(王滬寧)과 몇 마디 나눈 뒤 진행 요원의 부축을 받고 자리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후진타오가 시진핑과 리커창(李克强·67) 총리를 팔로 건드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22일 중국공산당 20차 당 대회 폐막식 도중 후진타오(가운데) 전 총서기가 시진핑(오른쪽)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을 건네고 있다. 사진=EPA


이날 폐막식 전반부 중앙위원회 선출은 관례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2층에 한 시간 반 정도 대기하던 기자들이 만인대회당에 입장했을 때 폐막식은 잠시 중단된 상태였다. 이때 리잔수가 후진타오 쪽으로 머리를 기울여 이야기하고 후의 손을 잡기도 했다. 이후 한 명의 진행 요원이 다가와 시진핑의 한두 마디 지시를 받은 뒤 자리를 떴다. 시진핑·리잔수·왕후닝이 후진타오 주위에서 내용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눈 뒤 1분쯤 뒤 젊은 요원이 들어와 허리를 굽혀 시진핑의 이야기를 들은 뒤 후진타오 뒤로 와 안경을 수습했다. 리잔수는 후진타오의 문건을 정리했고, 이때 후진타오는 일어서지 않고 시진핑에게 말을 건넸다. 이 과정에서 후진타오는 시진핑과 문건이 서로 바뀐 것으로 오인한 듯이 보였다고 홍콩 명보는 보도했다. 행사 요원은 한 손으로 후진타오의 안경과 문건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그를 부축하고 주석단 왼쪽으로 퇴장했다.

23일 당 대회 폐막식장을 떠나는 후진타오를 당 사무를 총괄하는 중앙판공처의 쿵사오쉰 부주임이 부축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이 과정에서 20차 당 대회 대의원인 당 중앙판공청의 쿵사오쉰(孔紹遜) 부주임도 후의 퇴장을 도왔다. 후진타오는 주석단을 떠나는 과정에서 고개를 돌려 시진핑의 등을 치며 말을 건네고, 리커창의 왼쪽 어깨를 살짝 잡은 뒤 현장을 떠났다. 해당 진행요원은 다시 돌아와 시진핑의 지시를 받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후 행사 도우미가 차를 따를 때 후진타오의 찻잔에도 뜨거운 물을 따랐다. 그가 다시 자리로 돌아올지 여부를 모르는 듯한 행동이었다.

22일 밤, 이날 중국공산당 20차 당 대회 폐막식 도중 후진타오 전 총서기의 퇴장 이유가 건강이라고 밝힌 중국 관영 신화망의 공식 트위터 화면. 트위터 캡처

이후 중국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자정 무렵 관영 통신사인 신화망 기자 영문 트위터에 “후진타오는 최근 요양 중에도 폐막식 참석을 고집했지만, 행사 중 몸 상태가 나빠져 건강을 위해 회의장 옆 휴게실에서 쉬었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후진타오 퇴장을 외신은 20차 당 대회 최대 빅뉴스로 꼽았다. 자신이 좌장격인 공산주의청년단(團派) 계열의 리커창·왕양 등이 차기 중앙위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을 확인한 후 전 주석의 분노의 표시로 퇴장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원로의 입김을 막으려는 시 주석에 의해 끌려나갔다는 가설과 상반되는 주장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 이뤄지는 ‘중난하이(中南海·중국최고지도부)’ 정치 속성을 감안할 때, 후진타오 퇴장이 의외의 사건일 가능성은 낮다. 단 어느 쪽이 주도한 이벤트인지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주석단 상무위원석에는 개막식 때 보이지 않던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참석했다. 105세의 쑹핑(宋平) 전 상무위원은 폐막식이 끝나고 인터내셔널가를 합창할 때에도 부축을 받아 자리에 일어서 노래를 불렀다. 폐막식에 불참했던 장쩌민(江澤民)·주룽지(朱鎔基)·우방궈(吳邦國)·뤄간(羅幹) 등 원로는 폐막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20차 당 대회 기간 중국중앙방송(CC-TV)는 주석단 회의를 화면과 함께 공개했다. 대신 주석단 상무위원석에 원로는 보이지 않았다.
폐막을 선포한 뒤 자리를 떠나는 시진핑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뒤로 돌아 주석단에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후진타오와 주룽지를 요직으로 천거한 전 중앙조직부장 쑹핑의 뒤를 지날 때도 미소는 이어졌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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