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병원 70% 제대로 된 치료 못받는다..왜?

민태원 2022. 10. 22. 11: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한뇌졸중학회, 뇌졸중집중치료실 태부족 '절박한 현실' 호소
12월부터 공급 부족 '정맥혈전용해제' 물량 확보도 절실..수급 대란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 사망 원인 4위인 뇌졸중 치료에 필수적인 뇌졸중집중치료실이 전국에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포괄적이고 표준화된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30%에 불과해 뇌졸중집중치료실 확충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급성 뇌경색 발생 시 혈전(피떡)을 녹이는 정맥혈전용해제(tPA)가 오는 12월부터 공급 부족이 예상돼 물량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23년 초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물량 부족이 예상되는 tPA 약품 물량 확보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자칫 공급 대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뇌졸중학회(이사장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이 같은 절박한 현실을 언론을 통해 알렸다.

22일 학회에 따르면 뇌졸중은 국내 사망원인 4위 질환이고 매년 10만명의 급성 뇌졸중 환자들이 발생한다. 전제 뇌졸중 가운데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35%는 심한 후유장애로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워 요양 혹은 재활병원 치료가 필요하다.

뇌졸중집중치료실(Stroke Unit)은 급성기 뇌졸중 환자들을 종합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이곳에서의 치료만으로도 뇌졸중 환자의 사망률과 후유장애를 30% 정도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국내외 진료지침에서는 급성기 뇌졸중 환자의 입원 치료를 조직적인 뇌졸중집중치료실에서 수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학회는 “하지만 뇌졸중집중치료실 수가는 2017년 10월 신설된 후 지금까지 한번도 개선이 없었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16만710원)보다도 낮은 수가(종합병원 기준 13만3320원)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면서 “뇌졸중집중치료실은 고도의 모니터링을 하는 전문 인력이 근무함에도 일반 중환자실 수가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저수가가 일선 의료기관의 뇌졸중집중치료실 설치와 운영을 기피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현재 각 병원들은 이런 어려움에도 급성기 뇌졸중 환자의 치료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시설과 인력을 투입해 울며겨자먹기로 집중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급 및 종합병원의 약 20%에서는 턱없이 낮은 저수가를 견디지 못하고, 뇌졸중집중치료실을 중환자실 시설로 변형해 중환자실 수가로 받고있고, 최근 이런 기형적 모형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뇌졸중적정성평가 결과에 따르면 급성 뇌졸중 진료를 제공하는 국내 233개 병원 가운데 99개에서 뇌졸중집중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15개는 뇌졸중학회 미인증 기관이거나 자격이 되지 않아 입원료를 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허울뿐인 뇌졸중집중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입원료를 산정하는 병원 84개 중에서도 학회에서 평가 및 인증을 통해 진료지침에 따른 표준화 진료가 가능하다고 평가된 기관은 69개 기관(29.6%)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로 뇌졸중 환자가 찾는 전국 병원의 70%에서 사망률과 후유장애를 줄일 수 있는 데 필수적인 뇌졸중집중치료실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게 학회 측 설명이다.

최근 8차 적정성평가 자료 분석 결과에서 뇌졸중집중치료실을 갖춘 병원의 발생 30일째 1년째 사망률은 각각 6.5%, 15.1%인 반면에 뇌졸중집중치료실을 운영하지 않는 병원의 사망률은 각각 8.0%, 17.0%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집중치료실이 있고 없음에 따라 환자 예후가 뚜렷하게 차이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재 국내 응급의료 중진료권 70개 중에서 절반에 못 미치는 34개 중진료권만 뇌졸중집중치료실을 보유하고 있어 목표로 하는 필수 의료의 지역완결형 치료는 요원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렇게 급성기 뇌졸중 환자에서 최적의 치료가 제한된 결과는 이번 적정성평가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수년간 감소 추세이던 뇌졸중 환자의 입원 30일 내 사망률은 이전 8차(2018년 7월~12월 진료분) 7.2%에서 9차(2020년 10월~2021년 3월) 7.7%로 증가했다. 특히 뇌경색 환자의 경우 3.7%에서 4.3%로 상승했다.

또 급성기 뇌경색 환자에서 필수적 치료인 정맥 내 혈전용해제(tPA)의 4.5 시간 이내 투여율은 97.8%에서 91.1%로 감소해 10%에 가까운 환자들이 필수적인 치료를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회는 “현 상황이 그대로 방치된다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이나 후유장애로 남은 생을 보내는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은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맥 내 혈전용해제(tPA)의 경우 현재 전 세계적으로 물량 부족 상태이며 2023년 초반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국내에는 그 기간 동안 투약할 물량 확보 조차도 되지 않아 2022년 11월 정도 까지 물량만 확보된 상태다.
학회는 “급성기 뇌경색 환자 치료에 필수인 tPA 물량 부족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해결책을 요청했으나 아직 어떤 움직임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최근 일련의 사고에서 드러난 우리나라 중증 응급질환의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뇌졸중 분야의 가장 효과적이고 시급한 대책은 중진료권별로 최소 1개 이상의 뇌졸중집중치료실을 갖추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