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현수막 훼손에 4번이나 보완수사.. 검찰에 분통터진다"

김보성 2022. 10. 2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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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인터뷰] 반년째 결과 기다리는 화명촛불 김길후 대표 "증거 분명한데 그럴 일인가"

[김보성 kimbsv1@ohmynews.com]

 지난 4월 세월호 추모 현수막 훼손 사건 수사와 관련해 김길후 화명촛불 대표가 20일 부산시청 인근에서 <오마이뉴스>와 스팟인터뷰를 하고 있다. 4번의 보완수사 요구 과정 등을 보여주고 있는 김 대표.
ⓒ 김보성
 
지난 4월 16일 세월호 8주기를 맞아 부산 북구에 걸린 추모 현수막이 대거 누군가에 의해 철거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잊지 않을게, 아이들아', '어디까지 왔나요. 그날의 진실은', '기억할게요' 등의 글이 담긴 127개 현수막 중 64개의 끈이 줄줄이 잘려나갔다.

[관련기사] "다른날도 아니고 세월호 당일에 현수막 '싹둑'이라니..." http://omn.kr/1yfam

행사를 주관한 단체인 '화명촛불'은 현장에서 이를 목격하고 바로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사건 발생 반년이 지나도록 진전된 게 없다. 영상 등 증거와 의견서가 있는데도 여전히 송치 단계에 멈춰 서 있다. 검찰이 경찰의 수사 내용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사건을 맡은 부산 북부경찰서가 재물손괴,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기소의견으로 현수막을 훼손한 A씨 등 2명을 검찰에 넘겼지만, 부산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은 네 번에 걸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집시법 혐의 적용 등에 대해 이견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던 김길후 화명촛불 대표는 분통을 터트렸다. 20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 대표는 "집회신고 이후 시민 의견을 모아 게시한 현수막이었다"라며 "증거가 있음에도 이를 기소하지 않고 있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발끈했다. 그의 말에는 검찰에 대한 불신이 크게 묻어났다. 김 대표는 여러 번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조속한 처벌을 주장했다.
     
인터뷰 이후 <오마이뉴스>는 경찰과 검찰에 사건 처리가 늦어지는 이유를 물었지만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부산 북부서는 "절차대로 보완수사 부분을 정리해 다시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지검 서부지청은 "죄명 의율 등 법리 검토, 필요한 증거 확보를 위해서 보완수사를 요구했다"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안산도 아닌 부산의 북구 화명동에서 화명촛불은 8년째 세월호 참사 추모 촛불을 들고 있다. 사고의 반복을 막고, 실종자를 모두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큰 영향을 미쳤다. 유가족이 원하는 진상규명 또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지난 9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 활동마저 끝났지만, 이들은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촛불을 켜고 거리에 선다.

김 대표는 이날도 화명동 촛불집회 장소로 향했다. 다음은 집회에 참석하기 전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세월호 현수막 64개나 잘려나갔는데, 기소는 언제?"
 
 세월호 8주기를 맞아 지난 4월 부산 북구 일대에 걸렸던 세월호 추모 현수막 일부(위), "기억하겠다" 등의 글귀가 적혔다. 아래는 철거된 모습.
ⓒ 화명촛불
 
- 지난 4월 왜 100장이 넘는 현수막을 내걸었나?

"2014년 4월 16일 이후부터 부산 북구 화명동에서 세월호 추모 촛불을 들어왔다. 그렇게 8주기까지 흘렀다. 지난 4월 16일에도 추모행사를 어김없이 기획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자는 내용으로 깃발 현수막을 제작해 달기로 했다. 부산과 전국에서 참여가 이어졌다. 추모 현장엔 집회신고도 했다."

- 다른 날도 아닌 참사가 있었던 날 추모 현수막을 훼손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깜짝 놀랐다. 지난해 4월엔 102개를 걸었고, 이번 4월엔 더 많은 127개(추가로 단 것을 포함하면 150여 개)를 달았다. 그런데 64개나 노끈이 잘려나갔다. 8년 동안 진상규명 요구를 해왔지만, 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만나봤다. 시간이 흘러 부정적 반응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제대로 해결된 건 없다. 그날 사건은 특정 단체로 보이는 사람들이 현수막을 제거했다. 이를 확인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 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보나.

"이번 사건은 개인이 단순하게 벌인 일이 아니라고 본다. 구청의 지시가 있는지 없는지, 다른 배경은 없는지 확인하자는 차원도 있다. 처음엔 이를 수사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재판은 시작도 안 됐다. 추모 현수막은 집회신고 다 한 뒤에 걸린 것이다.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진행됐다. 개인인지 단체인지 모르는 분들이 자기의 생각과 다르다고 이를 불법적으로 제거한다는 건 문제가 크다. 심지어 세월호 추모 현수막이지 않나."

- 수사 진행 상황은 어떤가?

"처벌을 요구했고, 재물손괴 혐의로 처리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집회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이기 때문에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함께 처벌해달라고 했다. 현수막은 당시 100여 명 이상의 시민 의견을 모아 게시한 것이다. 그게 받아들여졌고,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아직도 기소하지 않고 있다."
     
- 벌써 6개월이 흘렀는데 여전히 진행형이다.

"검찰이 여러 번 보완 수사를 경찰에 요구했다. 그래서 아직 사건이 경찰에 있다. 동영상과 사진 등 증거가 확실하고 집회신고까지 했는데, 왜 이렇게 나오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게 정말 말이 되느냐. 검찰은 문자와 우편물 외에는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는다. 연락 한 통 없다. 담당자를 만나러 가니 사전에 전화 약속부터 잡아야 한다고 하더라. 문전박대를 당한 셈이다."

- 검찰이 경찰에 보완 수사를 몇 차례나 요구한 것인가?

"지난 6월에 한 번, 7월에 두 번, 9월에 한 번 이렇게 네 차례 경찰에 보완 수사 지시가 내려왔다. 중간에 검찰 내 인사이동이 있어서 담당 검사가 바뀌었다지만, 이해가 어렵다. 이렇게 처벌한 판례(현수막 훼손의 집시법 위반 혐의 유죄)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로 아는데 그럼 선례를 만들면 된다. 관련 의견서를 수차례 제출했다."

- 검찰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분통이 터진다. 정치적 사건이나 공안 사건 등 사회적 이슈는 누가 뭐래도 속도를 낸다. 그런데 이 사안은 너무 미적거리고, 고소인을 지치게 만든다. 증거가 분명한데 4번이나 보완 수사를 말할 사안인가? 보완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도 알려줘야 하지 않나. 그래야 수사과정을 믿고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 제대로 모르는 상황이니 답답하다. 법은 공정해야 한다. 신속한 다른 사건처럼 이 사건도 그렇게 처리해달라. 배후도 밝혀야 한다."

- 현수막을 훼손한 이들에게도 할 말이 있다면?

"부모나 시민이든 세월호는 가슴 아픈 참사다. 훼손한 이들도 부모뻘인데 다른 자식의 참사에 가슴 아파해야 하지 않을까. 정치적 색채를 들이대거나 보기가 싫다고 그렇게 해선 안 된다. 같이 공감하는 게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다. 반드시 사과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면 소도 취하할 수 있다. 그런데 피의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소와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

- 오랜 시간, 지역에서 이런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궁금하다.

"앞으로도 추모 노력은 계속될 거다. 우리 아이들, 학생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별이 된 세월호 304명의 한도 풀리지 않았다. 특히 단원고 학생 250명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250개의 미래가 사라졌다. 나이를 계산하면 지금은 26살, 27살 정도 되었을 건데, 많은 재능이 빛을 발하지 못했다. 너무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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