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최측근 '김용' 구속..정치권, 우려했던 '尹vs李' 대선 2라운드
대선 7개월 지나 또다시 '윤석열 vs 이재명' 대결 구도
오늘 반정부 집회..野 내주 尹시정연설 보이콧 시사
민생 뒷전..국감 끝나니 또 정쟁
당시 '우려'로만 들렸던 이 말이 현실화하기까진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끝나기 무섭게 '윤석열 vs 이재명' 대결 구도가 다시 시작되는 모양새다.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 김용 끝내 구속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됨에 따라 '예견됐던' 사정정국이 본격화됐다. 민주당은 검찰의 칼끝이 결국 이 대표를 향해 있다고 보고 있는 만큼 이를 '정치 보복 수사'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이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당 차원에서 막는다면 "함께 침몰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여야 정면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 대표가 이날 윤석열 대통령까지 포함한 '대장동 특검'을 역으로 제안하면서, 김 부원장 구속을 계기로 '윤석열 vs 이재명'의 대결 구도가 대선 끝난 지 7개월 반 만에 또다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오는 25일 예정된 윤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에 민주당이 '보이콧'을 거론한 상태라 주말을 지나면서 여야 관계는 더욱 경색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에 구속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대선 예선경선 후보등록 시점을 전후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정치자금에 쓰였다고 보고 있다. 앞서 압수수색 영장 등에도 8억여원의 성격을 '정치자금 기부'로 명시했다.
김 부원장은 "유검무죄 무검유죄"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검찰은 한발 더 나아가 김 부원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당초 요구한 금액이 8억원이 아닌 20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에선 김 부원장이 받은 돈이 이 대표의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인 21일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김 부원장은 이 대표의 최측근, 분신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라 김 부원장이 받은 돈은 결국 이 대표가 받은 거라고 볼 수 있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같은 날 당 대표 회의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자금은커녕 사탕 한 개 받은 것도 없다"며 대선 자금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 대표는 "아무리 털어도 먼지조차 나오지 않으니 있지도 않은 '불법 대선자금'을 만들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당 차원에서도 적극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 대표는 대선을 포함해 불법 정치자금을 1원도 받은 바 없고, 김 부원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도 없다"면서 "공식 정치 후원으로 범위를 넓혀도 김 부원장이 2018년 경기도지사선거 당시 이 대표에게 50만원을 후원했을 뿐이며 2021~2022년 대선과 경선 과정 등에서 정치자금을 후원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李 "尹 대통령도 대장동 의혹…동시 특검" 역제안 vs 대통령실 "與 이미 답했다"
이 대표는 역으로 윤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특검을 수용하라"며 대장동 동시 특검을 제안했다. 그는 "대장동 개발 및 화천대유 실체 규명은 물론 결과적으로 비리 세력의 종잣돈을 지켜준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의 문제점과 의혹, 그와 관련된 허위사실 공표 의혹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 부친의 집을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누나가 구입한 경위 등을 언급하며 "화천대유 자금흐름 진술이 갑자기 변경되는 과정에서 제기된 조작 수사와 허위 진술 교사 의혹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장동 동시 특검'은 지난 대선 당시에도 거론된 바 있다. 윤 대통령도 대장동 의혹과 관련이 있다며 이 대표 본인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도 함께 특검받자는 제안이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이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답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장동 동시 특검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이 대표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특검은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수사를 믿을 수 없을 때 도입해서 하는 건데 정권이 바뀌어서 수사를 제대로 하기 시작하니까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며 "의도적인 시간 끌기, 수사 물타기에 다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장외전 불사…25일 대통령 시정 연설 '보이콧' 언급, 여야 경색오는 24일 종합 국감을 끝으로 윤 정부 들어 실시한 첫 국감이 여야 고성 끝에 마무리되지만, 국감이 끝난 후부터는 곧바로 '특검 정국'에 돌입, 또 다른 갈등 국면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22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윤 대통령의 퇴진과 김건희 여사의 특검 수사를 촉구하는 행진이 예정돼 있다. 촛불승리전환행동은 오후 4시부터 10만 명이 참석해 집회하겠다고 신고한 상태다. 이 자리엔 민주당 내 강경파 모임 '처럼회' 소속 의원들도 일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윤석열 정권 정치 탄압에 대해 대국민 집회가 열리는 것 아니겠나"라며 "의원 입장에서, 국민 입장에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도 같은 날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3만 명 규모의 집회를 열겠다고 한 상황이라 양측의 충돌 가능성이 있다. 여야 간 정쟁 싸움이 국회 밖 장외전으로까지 치닫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집회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하는 국민 기본권 중 기본권"이라면서도 "헌정질서를 흔드는 일들은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예정된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당내에선 이런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통령 시정연설을 거부하고 강경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강하게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정부 예산안 심사 전 국회에 예산 편성과 관련된 경제·재정 정책 등을 설명하는 자리로, 국정 전반에 걸쳐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하게 된다. 대통령실은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는 중요한 일들이 국회에 놓여 있다. 외부 상황과 무관하게 국회는 민생을 회복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자 국회의 의무"라며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여야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정부의 감세 정책 등을 비롯해 내년도 예산안 관련 논의는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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