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버스] 속 보이는 아쿠아리움..누구의 주재런가
온 산이 단풍으로 절정을 이루고 있는 이맘때 작은 바닷속에 가을이 왔습니다.
수수한 민물고기가 노니는 실개천, 화려한 열대어가 춤추는 산호섬, 무시무시한 상어와 가오리가 노니는 태평양을 한 움큼씩 떼어와 사각 틀 안에 오롯이 재현해 놓은 곳. '아쿠아리움(수족관)'입니다.
누구의 손길이 닿았길래 자연보다 더 자연스러운 수중 생물의 모습을 물속에 들어가지 않고도 볼 수 있는 걸까요?
물고기가 춤추는 저 파란 화면 뒤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가봤습니다.
이곳에서는 650여종 5만5000여마리의 수중생물이 자신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물속에서, 물 뒤에서, 물밑 작업 중인 '아쿠아리스트' 덕분입니다.
'아쿠아리스트'는 수중 생물을 관리하고 전시하는 것은 기본이며, 종 보존을 위한 연구와 증식 작업을 병행하는 수중생물 전문가입니다. 때론 수족관 밖에서 위기에 처한 동물을 구조하는 데 힘을 보태기도 합니다.
10년차 아쿠아리스트 현창섭씨는 아쿠아리스트를 한마디로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라며 "수중 생물들을 관리하는 사육사이면서 평생을 함께하는 벗"이라고 말합니다.
아쿠아리스트는 관객앞에서 수족관을 청소하고, 동물들을 관리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특히 어린이 관람객에게 교육적으로도 좋다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뒤편에서는 수조 관리 시설과 연구실을 분주히 오가며 생물을 관찰하고 기르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쇼'의 개념이 거의 사라진 요즘, 동물원 관리자들은 동물복지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바다사자 집을 방문해 능숙하게 치아 관리를 마친 15년 차 베테랑 최수연 아쿠아리스트는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동물복지"라며 "꾸미지 않은 모습까지 보여주는 것이 요즘 트렌드"라고 말합니다.
아쿠아리스트는 단순히 관객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수족관을 꾸미고 동물을 기르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양식장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개체를 기르고 번식시키기도 합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도 지난 2015년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돼 서식지 내에서 보전이 어려운 해양생물을 증식 보전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증식에 성공한 토종 수초나 희귀 산호는 수족관 내 다른 수조에 이식해 풍성한 생태계를 만드는데 보탬이 되고, 더 나아가 외부기관과 교류하거나 민간에 보급하기도 합니다.
이곳의 최고 인기 스타 훔볼트 펭귄은 지난 2014년 개관 당시 23마리가 도입됐지만, 적응기를 거쳐 지난해에는 가장 많은 21마리 번식에 성공해 지금까지 총 38마리 식구가 늘었습니다. 보통 펭귄은 1년에 두 번 연이어 알을 낳는데 지난 17일에도 하루 차이로 두 번째 쌍둥이 알이 나왔습니다. 안타깝게도 한 개는 인공 포란을 위한 회수 직전 스트레스를 받은 초보 엄마에 의해 깨지고 말았습니다. 하나는 현재 무사히 회수해 새 생명 탄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론 알을 빼앗긴(?) 펭귄 부부에게는 가짜 알을 넣어 줘 상실감을 치유해 주고 있습니다.
해양생물 보전 지킴이라고 자칭하는 현창섭 아쿠아리스트는 "물속에서는 바이러스가 한 번 침투하면 급속도로 퍼지기 때문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며 "정이 든 친구들이 폐사했을 경우가 가장 슬프지만, 수조를 바라보는 관객의 감탄사 한마디에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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