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vs "용일".. 정치권 '안보 내전'

정우진,신용일 2022. 10. 22.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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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한·미·일 3국 군사협력 논란
게티이미지


한·미·일 3국 군사협력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날로 거세지니 이에 맞서기 위해 3국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권은 한·미동맹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데 왜 일본을 깊숙이 끌어들이려 하느냐고 비판한다.

지난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미·일 동해 연합훈련에 대해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고 비난하면서 ‘친일 국방’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대표는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일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10일) “(여권의 행태는) 해방 이후에 친일파들이 했던 행태와 다를 바가 없다”(11일) 등 발언 수위를 점차 높여갔다.

한·미·일 군사협력의 필요성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선 한국이 일본을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지만, 군사대국화를 꿈꾸는 일본의 강대국 정치에 오히려 한국이 이용당할 수 있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주일미군 기지는 미 증원 전력의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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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을 지원할 미국의 대규모 증원 전력이 일본에 있는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주일미군 기지)를 통해 전개되는 것을 고려하면 한·미·일 군사협력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전시에는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를 통해 모든 증원이 이뤄지는데, 일본의 협력 없이는 이런 절차가 제대로 운영되기 힘들다”며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유엔사가 관할하는 후방기지는 총 7곳이다. 일본 본토에 요코스카(해군)·요코타(공군)·캠프 자마(육군)·사세보(해군) 기지가 있고, 오키나와에 가데나(공군)·화이트비치(해군)·후텐마(해병대) 기지가 있다. 이 중 요코스카 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병력과 물자가 집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 기지다. 최근 동해에 전개된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의 모항이기도 하다.

가데나 기지에는 F-22·F-35 등 스텔스 전투기를 포함해 정찰기, 공중급유기 등 미 공군의 첨단 전력이 대거 배치돼 있다. 이 기지에서 발진한 전투기들은 1시간 내 한반도에 도달해 북한 지휘부와 핵시설 등 주요 거점을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이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량이 대북 억제에 큰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동해는 수심이 깊고 지형이 복잡한 데다 조류도 강해 ‘잠수함의 천국’으로 불린다. 북한의 구형 잠수함이 활동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라며 “일본은 뛰어난 대잠수함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SLBM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한국에 16대밖에 없는 ‘잠수함 천적’ P-3C 대잠초계기를 100여대 이상 운용하고, 자체 개발한 P-1 대잠초계기도 실전배치하는 등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의 대잠 전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군사대국화 부추길 수도

핵추진 잠수함과 항공모함, 이지스구축함 등 한·미·일 전력이 지난 9월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대잠수함전 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그러나 3국 군사협력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기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국가 안보는 어느 한 가지 차원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며 “일본이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이를 방위력 증강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만 그친다면 한국에도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방위비 규모를 향후 5년간 2배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일본의 방위비 예산은 5조3687억엔(약 51조원)인데, 2023년부터 매년 1조엔씩 증액하는 방식으로 2027년 10조8000억엔(약 10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3국 군사협력이 전략적 차원의 공통 목표를 협의하는 과정을 건너뛰고, 당장 북한 도발에만 맞대응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한국은 대북 억제에 초점을 맞추지만 일본은 방위백서에 중국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일본이 끼는 순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더 명확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수준까지 협력을 이룰 것인지 등 전략적 차원의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각자의 의도가 다른 상황에서 전술적 차원의 군사협력은 아무리 해봐야 보여주기식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미·일 군사협력이 심화될 경우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과거 정부보다 엄청나게 강화된 한·미·일 훈련으로 가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미국이 들어와 상주하듯 일본 자위대가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軍 “북핵 대응 차원, 과거에도 훈련”


군 당국은 한·미·일 연합훈련이 일본 자위대를 정상 군대로 인정하거나 한·일 군사동맹을 추진하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3국 연합훈련은 과거에도 실시했던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른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한·미·일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미사일 탐지·추적 훈련을 2016년 6월부터 시작해 매년 실시해왔다. SLBM 위협에 대응하는 대잠전 훈련은 2017년 4월에 처음 실시했고, 인도주의적 성격이 강한 해상 수색구조 훈련은 한·일이 1999년부터 진행했다.

미국이 3국 연합훈련을 강하게 요구하는 데다 윤석열정부도 대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어서 3국 군사협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2017년 이전까지는 일본과 안보 문제는 공조하고 외교 문제는 외교적으로 접근하는 ‘투트랙’ 접근이 기본이었는데, 지난 정권에서 이게 완전히 무너진 상황”이라며 “안보협력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국민 여론 등도 신중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우진 신용일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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