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인물] '제2의 대처' 표방했던 트러스..44일 만에 사임 왜?

강주희 2022. 10. 2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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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44일 만에 사임을 발표하며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영국 최초 40대 여성 총리로 '제2의 마거릿 대처'를 꿈꿨지만,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에 민심의 신뢰를 잃었다.

지난달 6일 트러스 총리가 취임했을 때만 해도 치솟는 물가 상승과 경제 침체에 빠진 영국을 일으킬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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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감세 추진으로 경제 성장 꾀했지만 역풍
금융시장 혼란에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 오명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44일 만에 사임을 발표하며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영국 최초 40대 여성 총리로 '제2의 마거릿 대처'를 꿈꿨지만,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에 민심의 신뢰를 잃었다.

트러스 총리는 20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총리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보수당으로부터 선출된 (총리로서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라며 "찰스 3세 국왕에게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후임자가 선출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러스 총리의 사임으로 영국 보수당은 다음 주 새 당 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의원 내각제인 영국은 다수당 대표가 총리직을 자동 승계한다. 트러스 총리 이전에 가장 재임 기간이 짧았던 총리는 19세기 초반의 조지 캐닝(119일) 전 총리로,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였다.

지난달 6일 트러스 총리가 취임했을 때만 해도 치솟는 물가 상승과 경제 침체에 빠진 영국을 일으킬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트러스 총리는 데이비드 캐머런,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이끄는 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39살이던 2014년 환경부 장관을 지냈고, 그 이후로 법무부 장관, 재무부 차관, 국제 통상 장관, 외무부 장관 등 주요 부처 수장을 맡으며 정치력을 인정받았다.

트러스 총리는 경선 때부터 대처 전 총리를 '롤 모델'로 꼽고 법인세 인상안 폐지 등 대규모 감세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감세를 통한 소비·투자 촉진으로 경제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취지였다. 그는 또 중국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강경 태도 견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적극 옹호 등을 앞세워 보수층의 지지를 얻었다. 결국 트러스 총리는 보수당원을 대상으로 한 당 대표 경선에서 57.4%의 지지를 얻어 경쟁자였던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46.2%)을 꺾고 총리로 선출됐다. 영국의 역대 세 번째 여성 총리였다.

결정적으로 트러스 총리의 감세 정책은 리더십에 화를 불러왔다. 그는 취임한 지 2주만인 지난달 23일 약 450억파운드(약 73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전격 발표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의 감세를 비롯한 가계·기업에 대한 에너지 보조금 지급 등의 정책은 재정 악화 우려로 이어졌다. 그 여파로 파운드화 환율은 지난달 한때 사상 최저 수준인 1.03달러로 추락했고, 영국 국채 가격이 폭락(국채 금리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에 트러스 총리는 감세안 대부분을 철회하고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을 경질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트러스 총리가 사임을 발표한 뒤 외신들은 그의 짧은 임기에 대해 '양상추의 유통기한보다도 짧았다'고 풍자하고 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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