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모욕 못 참아” 中 총영사도 폭행 가담...英, 추방 검토
지난 16일 영국 맨체스터 중국총영사관 앞에서 벌어진 시위대 폭행 사건이 중국 총영사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총영사가 현장에서 폭행에 가담한 정황도 포착됐다. 중국 정부가 영사관 보호 차원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 외무부는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관련자 추방에 나설 전망이다.
당시 영상에 따르면 백발에 코트를 입은 한 남성이 직원들에게 영사관 앞에 세워진 게시물들을 치울 것을 지시했다. 그는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발로 짓밟은 뒤 다른 직원들과 함께 시위대 남성의 머리카락을 잡아 끌고 갔다. 그 후 영사관 안으로 시위대가 끌려 들어가 폭행당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 서서 지켜보고 있기도 했다. 그는 정시위안(鄭曦原ㆍ59) 주영 맨체스터 중국총영사였다.
이같은 사실이 드러난 건 그가 20일(현지시간) 영국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직접 해명에 나서면서다. 정 총영사는 왜 시위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시위대가 우리나라 지도자를 모욕했기 때문”이라며 “이것은 나의 의무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외교관이라면 누구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는 시진핑 주석이 벌거벗은 상태로 왕관을 쓰고 거울을 바라보는 모습의 풍자화와 목에 밧줄이 감긴 사진 등이 게시물 형태로 세워져 있었다. 시위대는 시진핑 주석의 연임에 반대하고 홍콩 보안법에 항의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했다. 정 총영사는 “이번 사건이 심각한 이유는 그들이 매우 저질스런 표현 방식을 사용했다는 데 있다”며 “영사관 주변에 이런 것을 놔두는 것은 옳지 않다. 긴급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영사관이 공격을 받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시위대가 동료들의 생명을 위협했고 우리는 상황을 통제하려 했다”며 “시위대의 공격에도 경찰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이나 정황과 상반되는 주장이다.
영국 외무부는 관련된 중국 외교관들에 대한 추방 의사를 내비쳤다. 제시 노먼 외무부 차관은 “경찰이 영사관 공무원들을 기소할 근거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중국 정부는 이들에 대한 면책 특권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외교적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공무원들이 영국에서 처벌 받지 않도록 자발적으로 귀국시키지 않는다면 직접 추방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총영사관의 시위대 폭행에 관한 질문에 “시위대가 총영사관 부지에 불법 진입해 안전을 위협했다”며 시위대에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이 대목은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현재 삭제된 상태다.
폭행 피해자인 밥찬(35)은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사관 직원들이 나와서 문 옆에 있는 시위대 한 명을 붙잡는 걸 보고 도와주러 갔다가 내가 표적이 됐다”며 “경찰이 영사관 영내 못 들어오는 걸 알고 끌고 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홍콩에서 영국으로 이주했으며 홍콩에 있는 가족들에게 나쁜 일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영사관은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따라 영사관사는 불가침 구역으로 지정되며, 접수국은 공관의 침입과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31조)고 명시돼 있다. 관습법에 따라 보호의 범위는 영사관사 건물로 한정되며 범위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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