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게이트' 존슨 컴백?..英 차기 총리, 온라인 '스피드 경선'

김홍범 2022. 10. 2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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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사임을 발표한 후 보수당은 최대한 이른 시간에 새 당수를 선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오는 24일, 늦어도 28일까진 후임 총리를 결정짓겠다는 입장이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총리직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선거를 주관하는 보수당 평의원 모임 1922 위원회의 그래이엄 브래디 위원장은 트러스 총리의 사의 표명 이후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차기 보수당 대표 경선 절차를 발표했다. 그는 “이번 경선에서 후보 등록 요건은 동료 의원 100명 이상의 추천이 될 것”이라며 “높은 문턱을 정했지만, 현실적인 전망을 가진 후보라면 이 정도 문턱은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28일까진 새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동료 의원 20명 이상의 추천’이라는 지난 경선의 등록 조건보다 진입장벽을 높인 것이다. 보수당 의원이 357명이고, 중복 추천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후보는 최대 3명까지만 나올 수 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당내에서 한 후보가 100명에 달하는 동료 의원의 지지를 이끌어 낸다는 것도 쉽지 않다. 때문에 후보 등록이 마감되는 오는 24일 오후 2시에 차기 총리가 조기 확정될 수도 있다. 보수당 측은 이미 후보 등록 마감 시한까지 후보자가 1명뿐일 경우 다른 절차 없이 경선 결과를 확정하겠다고 언론 브리핑 등을 통해 밝혔다.

두 명 이상의 후보가 등록할 경우 보수당은 오는 24일 하원의원들 사이의 투표를 진행한다. 1차 투표가 24일 오후 3시30분~5시30분 사이에 진행되며, 후보가 3명이어서 추가 표결이 필요한 경우 오후 6시30분~8시30분에 2차 투표를 한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결과는 각 투표가 종료된 직후 발표될 예정이다. 이후 실제 당선자를 결정하는 건 전체 당원들의 의사다. 당원들은 이번 경선에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우편 방식이 아닌 온라인 투표로 의견을 모은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대표는 20일 “보수당이 차기 총리 후보를 또 세우게 내버려 둘 수 없다”며 조기 총선을 요구했지만, 최근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한 보수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왼쪽)가 제77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등 서방은 영국이 조기에 안정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영국은 강력한 동맹국이자 영원한 친구이며 그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러스 총리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책임을 묻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문제에서 협력해 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러스 총리의 감세 정책이 “실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동료가 이런 식으로 떠나는 것을 보면 항상 슬프다”며 “영국이 정치적 안정을 아주 빠르게 되찾는 것이 아주 중요하며 그것이 내가 바라는 전부”라고 했다.

반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트러스 총리는 ‘대재앙적 문맹(catastrophic illiteracy)’이라는 불명예로 기억될 지도자”라며 “그는 영국 여왕의 장례식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임 기간이 짧은 트러스 총리의 유일한 업적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라는 의미의 조롱성 발언이다. 영국은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국가 중 하나로, 트러스 총리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보내왔다.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 AFP=연합뉴스

한편, 트러스 총리의 후임을 자처한 후보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새 총리 후보로는 지난 경선에서 트러스 총리에 밀리며 고배를 마셨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이 유력하며, 그가 지난 몇 주간 트러스 총리의 사임에 대비해왔다고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카리브해에서 휴가를 보내던 보리스 존슨 전 총리도 런던으로의 복귀를 결정하며 다시 총리직에 도전할 준비에 나서고 있다.

수낵 장관은 존슨 전 총리 내각 인사 가운데 가장 먼저 사표를 던지며 그의 사퇴를 이끌었다. 그래서 총리가 되기 위해선 존슨 전 총리 지지자들의 반발을 극복해야 하며, 반대로 존슨 전 총리는 ‘파티게이트’ 등 논란으로 등을 돌린 의원들의 지지를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 등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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