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수출마저 '마이너스' 조짐..7개월 연속 적자 '먹구름'

손해용 2022. 10. 2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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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무역 전선을 떠받치던 수출에 ‘경고등’이 켜졌다. 2년 가까이 이어지던 수출 증가세가 이달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무역 적자 장기화 우려를 키운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10월 1~20일 기준 무역수지는 49억5400만 달러 적자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3억7400만 달러 적자)은 물론 전월 1∼20일(41억800만 달러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커졌다. 수출이 324억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5% 감소했고, 수입은 373억5500만 달러로 1.9% 늘어난 영향이다. 이달 말까지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된다면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공급망 악화 같은 악재에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갔던 수출은 이달부터 흔들리는 조짐이다. 수출 증가율은 6월~9월 한 자릿수로 둔화하더니, 이달 20일까지는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3.5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일)보다 0.5일 더 많았는데도 그렇다. 일평균 수출액으로는 9.0% 줄어 감소 폭이 더 커진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침체,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경기 둔화가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실제 수출 상대국별로 살펴보면 이 기간 대(對)중국 수출액은 76억2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6.3% 감소했다. 대중 수출이 이달까지 줄어든다면, 2020년 1∼5월 이후 2년여 만에 다섯 달 연속 감소하게 된다. 일본(-16.1%), 대만(-26.7%) 등으로의 수출도 줄었다. 반면 미국(6.3%), 유럽연합(EUㆍ3.4%), 베트남(1.7%) 등은 늘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액은 55억73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2.8% 줄면서 3개월 연속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철강제품(-17.6%), 무선통신기기(-15.6%), 선박(-22.9%) 등도 줄었다. 반면 석유제품(16.4%), 승용차(32.1%), 자동차부품(9.8%) 등의 수출은 늘었다. 남은 열흘 동안 수출이 크게 늘지 않는다면, 수출 증가율은 2020년 10월 이후 24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하게 된다.

수입 증가율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16개월 연속 수출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특히 3대 에너지원인 원유(47억6700만 달러), 가스(28억1500만 달러), 석탄(10억3200만 달러)의 합계 수입액이 계속 커지고 있다. 이달에는 총 86억1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증가했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338억43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1996년(206억2400만 달러)을 훌쩍 뛰어넘은 상황이다. 올해 14년 만에 연간 적자가 확실시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무역수지를 지탱해주던 수출까지 줄어들면 경제 성장 엔진이 꺼져간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주력제품 수출이 감소하면 기업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경기침체를 심화시킨다.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지고, 그만큼 외화 유입이 줄며 원화가치 하락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월 경제 동향’에서 “수출이 어려운 가운데 금리 인상 폭이 확대되고 그 여파가 누적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내수가 일부 개선됐지만,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수요가 둔화한 데다,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 플러스(OPEC+)의 대규모 감산 결정으로 당분간 무역적자 행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이런 무역적자는 대외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 뚜렷한 정책 해법을 찾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지금은 무역금융 공급 확대, 수출 기업 지원, 수출 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수출이 급격하게 꺾이지 않도록 해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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