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 英총리 후임 3파전.. 이르면 24일 결정
리시 수낵·페니 모돈트·보리스 존슨 후보 예상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리즈 트러스(Elizabeth Truss) 영국 총리가 정책 실패로 45일 만에 사임 의사를 밝힌 가운데 후임 인선이 이르면 24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경제를 위기에 빠뜨린 트러스 총리의 사임 발표에 금융시장은 '최악의 혼란은 지났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보수당이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끝내기 위해 차기 총리 후보의 문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가 마련한 경선 규정에 따르면 24일 마감되는 후보 등록 요건은 동료 의원 100명 이상의 추천이다. 현재 보수당 의원이 357명인 것을 고려하면 후보는 최대 3명까지 나올 수 있다.
영국 주요 언론들은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치열한 3파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러스 총리와 경합했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과 페니 모돈트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복귀 가능성도 거론된다.
블룸버그는 전날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트러스 총리에 대한 사임 압박을 몰고 온 수엘라 브레이버먼 전 내무장관의 출마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신임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은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종 후보지명은 예비경선, 당원 온라인 투표 등을 통해 2명으로 줄이고, 늦어도 28일까지 차기 총리(당 대표 겸직)를 결정할 전망이다. 다만 등록 요건을 갖춘 후보가 1명일 경우에는 나머지 절차 없이 24일에 해당 후보를 당선자로 선출한다.
조기 총선 여부 여부도 변수다. 노동당 등 야당은 총선을 통해 새 출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보수당이 또 다른 실험을 하게 둘 수 없다"며 "국민이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트러스 리스크가 걷히면서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고 있다. 이날 독일 DAX지수는 0.20%, 영국 FTSE와 프랑스 CAC40는 각각 0.27%, 0.76% 상승했고,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도 0.26% 오르는 등 유럽증시가 일제히 상승했다. 트러스표 감세안 발표 뒤 역대 최저(1.07파운드)로 추락했던 파운드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이날 한때 1.13달러까지 상승했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오후 런던 총리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여당인 보수당 대표직에서 사임하며, 내주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총리직에 머물겠다"고 밝혔다. 재임 45일 만에 사실상 사임하며 영국 역사상 최단임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트러스 총리의 사임 성명은 이날 1922 위원회 지도급 인사를 만난 직후 나왔다. BBC는 이 모임에서 트러스 총리와 그레이엄 브레디 의장이 내주 당대표 경선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6일 취임한 이후 '감세를 통한 성장'을 목표로 내놓은 대표 경제 정책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요동치키게 하는 등 일대 혼란을 촉발하자 수차례 '정책 유턴'을 하며 지도력을 잃었다. 혹독한 비판에 보수당 내부에서 측근들마저 등을 돌리고, 콰시 콰텡 재무장관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 등 핵심 각료를 경질하거나 자진 사퇴하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내각이 붕괴할 지경에 이르자 더 버텨내지 못했다.
이로써 트러스 총리는 2016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6년 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낙마한 4번째 총리라는 오명을 남겼다. 데이비드 캐머런에 이어 테리사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며 불신임투표로 불명예 퇴진했고, 메이 전 총리를 몰아내는 데 앞장섰던 보리스 존슨 전 총리도 '파티게이트'로 취임 3년 만에 사임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공영라디오 채널인 NPR은 브렉시트 이후 이어진 정치사회적 혼란으로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 10번가는 사실상 혼돈의 회전문이 됐다고 전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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