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억 아파트를 13억에 샀다, 그것도 2억으로..잠실 쇼크 비밀

안장원 2022. 10.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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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의 아파트 단지. 뉴스1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실거래가 급락 속출하는 잠실

잠실 아파트값이 추락하고 있다. 고점 대비 10억원 정도 내린 거래도 나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기준 서울 동남권 실거래가격이 전달보다 3.16% 하락했다. 서울 5개 권역 중 가장 많이 내렸다.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3% 넘는 월간 하락률을 보였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그해 10~12월(-6.75~-4.22%)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동남권은 강남으로 불리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강동구를 합친 지역을 말한다. 범강남권인 셈이다.


금융위기 이후 실거래가 최대 하락

동남권 약세 진원지로 송파구가 꼽힌다. 올해 들어 자치구별 실거래가 최근 통계인 2분기(4~6월)까지 송파구가 4.6% 내렸다. 강남·서초구는 그나마 '플러스'였다.

시세 통계에서도 송파구 약세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9월 아파트값 변동률을 보면 송파구가 -1.57%로 하락폭이 강남(-0.74%),서초(-0.21%)의 2배가 넘는다.

강남에서 송파 하락세가 두드러진 이유는 ‘산이 높으면 골이 깊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강남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이 송파구였다. 집값이 치솟은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아파트 실거래가 상승률이 송파 42.6%, 서초 33.1%, 강남 29.3%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해 송파구 실거래가 하락과 함께 아파트 거래 건수도 많이 줄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올해 들어 19일까지 신고된 건수를 보면 지난해 1년간 거래량 대비 강남·서초구가 70% 정도 줄었는데 송파구가 75% 감소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도 해당한다. 송파구에 아파트가 몰려 있다 보니 가격을 확 낮춘 각종 사연의 거래가 많은 것이다. 송파구 아파트가 13만1000여가구로 강남3구 중 가장 많다. 강남 12만8000여가구, 서초 9만5000여가구다. 매머드급 단지도 즐비해 가락동 헬리오시티 9510가구이고 잠실·신천동에 과거 주공·시영 아파트를 재건축한 잠실엘스 등 2만5000여가구가 들어서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물량이 많다 보니 여기저기서 예상치 못한 급락 거래가 빈발한다”며 “대단지가 실거래가 하락세·상승세를 주도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송파 급락 내역을 들여다보면 중개업소를 통하지 않고 당사자 간 거래인 직거래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신천동 파크리오 84㎡(이하 전용면적)가 12억6500만원에 직거래했다. 같은 크기가 역대 최고가인 22억8500만원(중개거래)을 찍은 지 한 달만에 10억원 떨어졌다.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12억6500만원에 팔린 집은 2016년 지방에서 9억원에 원정 투자했고 이번에는 30대가 전세를 끼고 ‘갭투자’한 아파트로 나타났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11억원에 전세를 놓으면서 실제 매수 금액이 1억6500만원에 불과했다. 1억6500만원으로 23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산 셈이다. 매도자와 매수인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특별한 관계인 매도·매도인 간 어떤 사정이 있어서 이뤄진 계약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헬리오시티 84㎡가 13억8000만원에 직거래했다. 비슷한 크기가 지난 1월 23억7000만원에 중개거래했다. 시세의 70% 정도로 산정된 올해 공시가격 17억원보다 낮다. 부모가 20대 두 자녀에게 공동명의로 매도한 거래였다.

이 아파트 역시 매도 직전 12억원에 전세로 나간 집이다. 매수한 두 자녀는 1억8000만원으로 시가 23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부모에게서 산 셈이다.

올해 송파에서 직거래 최고 가격이 42억원이다. 7월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178㎡ 거래가격이다. 1월 같은 크기가 중개거래로 47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42억원 집은 지난 1월 이 집을 상속받으면서 다주택자가 된 지방 거주 매도인이 30대 자녀에게 팔았다.

김종필 세무사는 “상속 후 6개월 이내에 팔면 매도가격이 취득가격으로 간주해 양도세가 없다”고 말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등기부등본을 보면 규제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없이 집을 샀는데 30대가 42억원이라는 거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다주택자·채무 급매

5월 문정동 파크하비오 151㎡ 15억7700만원 직거래는 다주택자인 부모가 30대 자녀에게 매도한 것이었다. 매도 가격이 올해 공시가격 16억5900만원보다 낮다.

이 주택형이 4가구밖에 없는 펜트하우스(꼭대기 층 고급주택)로 2016년 입주 후 거래가 없었다. 중개업소들은 공시가격 등을 고려해 시세가 2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본다.

송파에서 중개거래 가격도 내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27억원까지 올랐던 잠실동 잠실엘스 84㎡가 20억원 아래로 내려갔다. 8월 말에 이어 이달 초 1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8월 말 거래는 지방 다주택자가 매도한 거래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내년 5월 초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중과 배제 기간을 이용해 집을 처분하는 지방 다주택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집값이 더 내릴 것으로 보고 매도를 서두르는 것이다.

채무를 견디지 못하고 급매로 처분하기도 한다. 지난해 20억원을 넘어선 잠실엘스 59㎡가 지난 5월 19억5000만원으로 20만원 밑으로 내리더니 두 달 뒤인 7월엔 17억원까지 하락했다. 17억원은 2년 전 거래금액이다. 단숨에 2억5000만원을 낮춘 매도인은 대부업체에 17억원 정도의 채무가 있었다. 이 집 매도 후 부채가 해결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경기가 어려워지고 금리가 치솟으면서 대출을 감당하지 못해 나오는 급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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