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앞둔 바이든, 낙태권 이슈 재점화..전략비축유도 방출(종합)

뉴욕=조슬기나 2022. 10. 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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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내년 의회에서 가장 먼저 낙태권을 보장하는 법안부터 처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경제심판론'을 앞세운 야당 공화당의 우세가 점쳐지자 낙태권 논란을 재점화하며 일종의 '표심 결집'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름값 상승세를 막기 위해 추가 전략비축유 방출도 예고한 상태다.

◆낙태권 합법화 예고…진보진영 결집에 부동층도 겨냥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하워드 극장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선택할 권리에 관심이 있다면 투표를 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표가 부족하다"면서 여당인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할 수 있도록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보수세력이 장악한 연방대법원이 지난 6월 낙태권을 합법화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여성의 건강과 권리를 시험대에 올려놓는 이들 극단적인 법들을 막는 유일하게 확실한 방법은 의회가 법을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인들에게 약속하겠다. 내가 의회에 보낼 첫 번째 법안은 ‘로 대 웨이드’를 성문화하는 것"이라며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면 나는 로 대 웨이드 판결 50주년에 맞춰 내년 1월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1973년1월22일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를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판결이다.

낙태권은 지난 6월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폐기 이후 진보 진영의 세력 결집을 이끌고 있는 주요 이슈로 손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판결 50주년인 내년 1월 로 대 웨이드를 성문화한 연방 차원의 법안에 서명하겠다는 계획을 밝힘으로써, 진보 진영은 물론, 부동층의 표심까지 노린 것이다.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 이상이 로 대 웨이드를 지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월 공화당 텃밭인 캔자스주에서 낙태권 보호 조항을 삭제하려는 주 헌법 개정안이 부결된 것 역시 낙태권의 정치적 영향력을 드러내는 사례라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워싱턴DC에서 열린 민주당 행사에서도 "미 상원에서 민주당 상원의원 2석이 더 확보된다면 로 대 웨이드를 성문화할 것"이라며 "우리가 다시 한번 여성의 선택권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낙태권을 연방법으로 성문화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유지하고 상원에서 100석 중 60석 이상을 차지해야만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할 수 있다.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적용할 수 없게 의사규정을 바꿔 법안처리를 시도하기 위해서는 최소 52석이상이 필요하다고 현지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현재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상원은 공화당과 양분 구도다.

◆기름값 상승 우려한 바이든, 내일 전략비축유 방출도 발표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 전략비축유 방출에도 나선다. 이 또한 중간선거를 앞두고 체감 인플레이션의 대표적 지표인 기름값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추가 전략비축유 방출 발표 보도에 대한 질문에 "내일(19일)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앞서 현지언론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최대 1400만~1500만배럴을 방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초 산유국들로 구성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결정을 비판하면서 이러한 전략비축유 방출을 예고한 바 있다. 전략비축유 방출은 미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독자적 권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도구 중 하나다.

이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회계연도(2022년 10월1일~2023년 9월30일)에 2600만 배럴을 추가로 방출해 판매하는 방안도 석유기업들과 논의하고 있다. 또한 유가 안정을 위해 석유 수출을 통제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내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전략비축유 방출 결정은 최근 들어 기름값이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 나와 더욱 눈길을 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몇달 간 자신의 경제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기름값 하락 추세를 거론해왔기 때문이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윳값은 올해 6월 갤런당 5달러대를 돌파했다가 3달러대로 떨어졌다. 다만 최근 들어 소폭의 상승세를 보이며 이날 기준 3.89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는 전월 대비 20센트, 전년 동기 대비 56센트 높다. 12개 이상 주에서는 갤런당 4달러대를 재돌파했다.

현지 언론들은 휘발윳값 상승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비축유 방출 결정을 '선거 전 물가잡기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방출 계획이 11월8일 중간선거 이전 시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행정부는 유권자들의 경제 판단에 있어 휘발유값의 정치적 중요성에 주목해왔다"고 의미를 전했다.

◆3주 남은 중간선거...관건은 경제, 인플레이션 꼽혀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가 공개한 시에나대와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다음 달 8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49%로 민주당(45%)을 앞섰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가 1%높았으나 다시 뒤집힌 것이다. NYT는 "경제, 인플레이션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공화당이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유권자들은 주요 현안으로 경제(26%), 인플레이션(18%)을 꼽았다. 민주당에서 앞세운 이슈인 민주주의(8%), 낙태권(5%), 기후변화(3%) 등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응답을 받았다. 특히 경제와 인플레이션을 주요 현안으로 꼽은 응답자의 64%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른바 '경제심판론'이 확인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4년 마다 치러지는 미국의 중간선거는 통상 집권당의 무덤으로 여겨진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차기 대선의 판세를 내다보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 8일 예정된 중간선거에서는 연방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 연방 하원의원 435명 전원, 주지사 50명 중 34명이 새로 선출된다.

야당인 공화당 역시 치솟는 인플레이션 등을 앞세워 '경제심판론'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브루킹스연구소가 지난달 경선에 출마한 양당 후보들이 캠페인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이슈를 분석한 결과, ▲민주당은 헬스케어, 낙태, 기후변화, ▲공화당은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경제심판론, 이민, 총기, 세금·규제 등으로 확인됐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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