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지킨다는 中 '제로 코로나' 역설..'反시진핑' 입 틀어막다 [시진핑 시대 ③]
코로나만 아니라 ‘제로 코로나’로도 중국이 고통을 받고 있다. 20차 당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베이징 영화자료관 건물 화장실에 ‘반독재’, ‘반핵산(PCR검사)’이라고 적힌 검은 낙서가 등장했다. 상하이(上海)와 광둥(廣東)성 선전, 산시성(陝西)성 시안(西安)에서도 ‘핵산 대신 밥을, 봉쇄 대신 자유를’이란 반정부 문구가 발견됐다. 지난 14일 베이징 현수막 시위에 등장한 비판과 같은 내용이었다. 방역 철폐 요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퇴진 주장으로 번지고 있어 중국 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중국식 ‘제로 코로나’는 역설적으로 시진핑 시대 ‘사회통제’의 상징이 됐다. 일반 주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지만 당 대회에서 이같은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대회 기간 당국은 방역의 고삐를 더 죄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1일 최대 2억 명의 중국인이 봉쇄나 격리 상태라고 전했다.
시 주석은 당 대회 업무보고에서 “동태청령부동요”(動態清零不動搖ㆍ제로 코로나 정책은 흔들리지 않았다)라는 일곱자를 언급하며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대한 보호했고 경제사회 발전이란 중대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시 주석은 “전염병 예방 및 통제 시스템을 강화해 코로나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것”이라며 향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할 뜻도 분명히 했다.
봉쇄 방역, 시작은 성공적
제로 코로나의 출발점인 도시 봉쇄는 2020년 우한에서부터 시작됐다. 코로나 공식 보고 25일째, 감염자 600명, 사망자 17명이었던 인구 1100만 명의 도시를 폐쇄했다. 76일간의 봉쇄 동안 5만 명의 감염자와 4600명의 사망자가 나왔지만 코로나 초기 중국 전역의 추가 확산을 막는데 성공했다.
강력한 방역 정책에 힘입어 2021년 1/4분기 중국 경제는 전년 대비 18.3% 성장하며 반등했다. 경기 회복과 함께 방역 정책이 적절했다는 국민적 지지도 높아졌다. 지난해 7월 델타 변이가 확산했지만 난징 폐쇄 등 초강수로 맞서며 한 달 만에 세자리 수 확진자를 한자리로 내려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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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등장 뒤 봉쇄론 한계
제로 코로나에 경제 추락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는 빨랐지만 중증도는 코로나 초기보다 확연히 낮았다. 상하이의 누적 감염자가 2만 명이 넘었지만 공개된 사망자 수는 한자리수였다. 반대로 중국 경제는 고꾸라졌다. 3월 한달 소비재 소매 판매율은 -3.5%(중국 국가통계국)로 급락했고 올 2/4분기 경제성장률은 다시 0.4%로 떨어졌다.
곡소리가 났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시 주석의 권력은 더욱 견고해졌다. 확산을 막지 못한 지방 정부 책임자가 속속 날아갔다. 휴대폰 건강 코드(백신접종, PCR 음성 결과 코드)는 강화됐고 안면인식 기술은 방역이란 미명 하에 일상화됐다. 현재 당원 중심의 지역위원회는 코로나19 관리를 이유로 주민을 수백명 단위로 나눠 통제하고 있다. 인민일보는 “지난 2년간 (코로나를 방치한) 미국의 평균 기대수명은 3년 줄었다”고 거들었다. 중국 전염병 전문가들은 모두 입을 닫았다.
이번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은 ‘국가안전과 사회안정을 확고히 수호한다’는 정책 방향을 추가했다. 5년 전 19차 당 대회 때 없던 내용이다. ‘국가안전’이란 단어는 17차례 사용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18차 당 대회 보고에선 단 4차례 사용됐을 뿐이다. 시 주석은 “사회 안정은 국가 강성의 전제”라며 “사회관리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격자화 관리’와 ‘정밀화 서비스’란 단어도 처음 등장했다. 격자화·정밀화는 국민을 더 세분화해 관리하고 첨단 기술에 기반한 관리망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이젠 방역이 주민 통제 수단
이는 시 주석의 장기 집권과 맞물린다. 방역은 반발 세력을 관리하는 효과적인 통제 수단이기도 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마오쩌둥 시대의 통제가 시주석 시대 부활하는 듯 하다”며 “장기 집권이 자기 교정의 메커니즘을 무디게 만들고 지도자의 변덕에 14억 인구의 삶을 노출시킨다”고 지적했다.
1950년대 말 마오쩌둥 주석은 주민들을 인민공사(집단농장)로 조직해 집단 경작을 하게 했다 경제 파탄에 이르렀다. 대약진운동으로 불리는 이 정책은 1960년 경제성장률이 -25%, 1961년은 -27%로 추락하며 대실패로 막을 내렸다. 2022년 현재 중국의 방역 정책이 언제 풀릴지는 누구도 전망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방역으로 출발했던 제로 코로나는 이제 일상의 통제로 이어지고 있다.
■ ‘십호장’을 아십니까...2000년 전 통제가 현대 중국서 재등장
「 지난달 21일 쓰촨(四川)성 쯔궁(自貢)시에서 ‘십호장’(十戶長)을 모집한다는 통지가 나왔다.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10가구당 1명씩 관리자를 뽑겠다는 것이다. 통지문에는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담화문이 인용됐다. “지역 사회는 가까운 이웃과 연계해 도시에 대한 정밀한 관리 수준을 높이고 성숙한 사회로의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 기관지 쓰촨일보는 십호장에 대해 “당 조직과 각 가구 및 주민 여론을 연결하는 다리이며 방역 관리와 사회 통제의 최전방”이라고 표현했다. 중앙당의 방침을 국민 최밑단까지 하달하고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세포조직’이란 얘기다. 시 주석이 연설에서 밝힌 ‘격자식 관리’다.
이미 지난해 12월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시,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에서도 십호장이 등장했다. 모집 공고에 따르면 선발 요건은 ‘사상이 정직한 자’로 당에 대한 충성도가 기준이었다.
중국민들도 ‘십호장’ 확산에 들끓었다. ‘십호장’이 고대 중국의 강압적 통제 제도와 유사하다며 “하루 아침에 2000년 전으로 돌아가려고 하는가”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기원전 3세기 진(秦)나라 재상 상앙이 전국민을 10가구 단위로 나눠 상호 감시하게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집단으로 처벌한 ‘연좌법’에 십호장을 빗댔다. 국민들의 반발을 막고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란 우려였다.
디지털 통제는 더 강화됐다. 위챗(중국식 카카오톡)에서 반정부 내용을 올릴 경우 계정 이용이 중단된다. 중국 내 어떤 장소도 휴대폰에 설치된 ‘건강코드’ 앱으로 인증해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감염자가 다녀간 장소 주변을 거쳤을 경우 위치 추적 정보를 바탕으로 곧바로 격리 통보도 날아온다.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휴대폰을 통해 동선과 여론을 동시에 제어하는 셈이다. 발열자 체크란 명목 하에 안면인식 카메라 설치도 확대됐다. 제로 코로나를 계기로 중국 당국의 개인 감시와 통제의 수준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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