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절벽에 매매 포기, 세입자는 월세만..쌓이는 전세매물

김혜민 2022. 10.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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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매물 9% 감소할 동안 전세 45% 증가
가격 하락 속도도 전세가 더 빨라
역전세난 부작용도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지난해 초 투자 목적으로 수도권의 한 구축 아파트를 매수한 A씨는 부동산 시장이 하락장에 접어들면서 올해 초 매도 계획을 세웠다. 세입자 퇴거 시점에 맞춰 매물을 내놨지만 팔리지 않았고, 결국 매물을 거둬들이고 임차 매물로 전환했다. 처음에 내놓은 것은 전세. 하지만 3개월이 넘도록 찾는 이가 없었고 월세는 간간이 나간다는 공인중개사의 말에 월세로 돌리자 3일 만에 세입자를 구했다. A씨는 "급한 불은 껐지만 원래 전세를 받고 싶어 아쉬운 마음"이라며 "전세시장 불황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전세 매물이 쌓이고 있다. 반면 매매 매물이 급감하고 있다. 집주인들이 거래절벽에 매매를 포기하고, 세입자는 월세만 찾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다. 매물이 쌓이면서 전세가격 하락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 올 하반기 전국의 입주 예정물량은 20만 가구로, 매물 증가에 따른 역전세난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의 전세 매물은 4만4142건으로 한 달 전과 비교해 18%가 늘었다. 한 달 사이 6700여건이 더 쌓인 것이다. 전세난이 예상됐던 지난 7월, 3개월 전과 비교하면 매물은 43% 가까이 증가했다. 경기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 7월 4만2000여건 수준이었던 경기 지역 전세 매물은 현재 6만건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인천도 같은 기간 1200건가량 늘어 3개월 전 대비 25%가 증가했다.

반면 매매 물량은 감소 추세다. 서울의 매매 매물은 한 달 사이 2000건이 줄며 4.5% 감소했다. 3개월 전과 비교하면 6만3998건에서 5만8116건으로 9%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경기 지역 역시 4.7%, 인천은 1.9% 감소했다.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늘고 있는 것은 매수자를 찾지 못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전세로 돌린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초고속 금리 인상으로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자 값을 낮춰 집을 무리하게 팔기보단 임차시장으로 눈을 돌린 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한편으로 세입자 입장에서는 월세 선호 현상이 짙어지며 전세 매물 증가를 키웠다. 성북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아예 팔거나 현금흐름상 전세로 내놓길 원하지만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히려 월세는 꾸준히 문의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 매물이 급격히 쌓이면서 가격 하락 속도도 매매나 월세보다 가팔라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달 대비 0.22% 감소한 반면, 전셋값은 0.41% 하락했다. 10월 역시 전셋값 하락폭(-0.13%)이 매맷값(-0.09%)을 앞지르고 있다. 그간 매매가격이 전세 대비 상승과 하락폭이 컸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월세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 월세가격은 0.1% 상승했다. 매매와 전세 모두 약세인 것과 대조된다. 금리 인상 영향으로 월세 전환 수요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역전세난이 가시화되면서 이사비용을 지원하거나 명품백을 내거는 등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 집주인은 전세 세입자를 찾는 공고를 내며, 계약 시 샤넬 가방을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장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한 갭투자자들이다. 이들은 계약 당시보다 전셋값이 더 떨어질 경우,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상욱 포컴마스 대표는 "임대차법 시행 2년 차인 올 8월 전세대란이 온다는 전문가들의 전망과 달리 실제로는 역전세가 오고 있다"며 "이런 흐름은 1년 이상, 과거보다 더 과격하게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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